미국 법률과 정책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AI 플랫폼 ‘피스컬노트’의 팀 황 CEO

[인터뷰]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정치와 인공지능(AI), 두 단어의 조합은 꽤나 낯설다. 팀 황 피스컬노트 최고경영자(CEO)는 열여섯 살 때부터 오바마 캠프에서 경험을 쌓으며 정치인을 꿈꿨다. 그 꿈을 좇다가 새롭게 만난 꿈이 바로 ‘정치와 AI의 결합’이었다. ‘복잡하기만 한 미국의 법률과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 황 CEO는 2013년 친구 두 명과 의기투합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광범위한 법률과 정책, 규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업 ‘피스컬노트’다.

그간 이뤄 낸 성과도 크다. 피스컬노트는 창업 이듬해인 2014년 CNN의 ‘세계를 바꿀 10대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황 CEO는 2016년 미 포브스가 선정하는 ‘30세 이하 유망주 30인’에 선정된 데 이어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의 ‘기술 선구자’에 꼽히기도 했다. 현재 피스컬노트는 미 행정부·의회·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찾고 있고 월가의 헤지펀드 증권사 등도 주요 고객이다.

피스컬노트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를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진행 중인데 그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 가치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AI 유니콘’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21일 한국을 찾은 팀 황 CEO를 만났다. (*피스컬노트는 인터뷰 진행 후 나스닥이 아닌 미 뉴욕증시(NYSE) 상장을 발표했다.)

-AI를 정치 분야에 활용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분야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 왔습니다. 2008년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부 정책과 관련한 일을 하다 보니 정책과 관련한 일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깨닫게 되더군요. 정부 정책과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거대 도시마다, 또 각 주마다 각기 다른 규제들이 적용되잖아요. 예를 들어 미국의 교육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이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겁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정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AI와 같은 기술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AI 기술을 통해 각국 정부와 세계를 연결하는 것, 그게 바로 지금 피스컬노트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과 관련해 피스컬노트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먼저 피스컬노트를 찾는 고객들은 정부 정책과 관련해 지금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길 원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이와 관련한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모아 분석하고 보여줍니다. 하지만 피스컬노트가 정부 정책이나 법률 정보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들이 관련 사항을 더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같은 보다 광범위한 정보까지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둘째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렇다면 고객들이 이와 같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해 각국 정부마다 관련 규제 등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스컬노트는 고객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런 정보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또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 글로벌 기업들도 주 고객이라고 들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 정세의 흐름이나 정부 정책의 변화 등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인 예죠. 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수많은 경제 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러시아 경제 상황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자신들의 지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아니면 ‘폐쇄해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죠. 만약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위험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피스컬노트는 사실 변호사 비용보다 쌉니다(웃음). 그들로선 매우 합리적인 안전정치가 될 수 있는 거죠.”

-미국 행정부 등 정부 기관들도 피스컬노트를 찾고 있습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에서도 피스컬노트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 등을 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특히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이 어떤 정책을 제안했을 때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정책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한국과 유럽을 포함해 더 많은 나라에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겁니다.”
“기업 가치 1.5조 평가…미 행정부도 우리 고객이죠”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시장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피스컬노트에도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피스컬노트는 해마다 20~3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왔습니다. 이 수치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며 훨씬 증가한 것은 맞습니다. 올해 피스컬노트의 매출은 1억73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는데 내년엔 2억5000만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50~60%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역할에 대해 더욱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이 적지 않았고 피스컬노트와 같은 서비스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을 타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경쟁자로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정치 전문지인 CQ롤콜을 인수하기도 했어요.

“영국의 더 이코노미스트 산하에 있던 CQ롤콜은 정치 전문 기자 1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매체입니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전문지로 꼽히죠. 물론 저널리즘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지만 솔직히 사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모델이 아니죠. 실제 블룸버그나 톰슨로이터도 해마다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들 수익의 대부분은 저널리즘이 아닌 증권이나 금융회사들에 대한 정보 판매나 인덱스 관련 사업에서 얻고 있어요.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향후 피스컬노트가 성장하는 데 기자들이나 애널리스트와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정부 정책과 관련해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정보와 함께 ‘맥락’을 해석하고 보여주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해요. 그러면 이 정부의 정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시장과 대중의 반응이 어떻고 이 때문에 이 정책이 추후 실제 입법이 될지 아니면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지, 이후 어떤 과정이 전개될지 예측하는 데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제공해 주는 ‘맥락’과 ‘해석’이 우리가 가진 정보의 가치를 훨씬 높여 줄 겁니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피스컬노트는 인터뷰 진행 후 나스닥이 아닌 미 뉴욕증시(NYSE) 상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스팩(기업 인수 목적 회사) 상장을 발표하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4~5번 정도 서류를 제출했고 대개 4~6번 사이에는 통과가 됩니다. 이르면 이번 분기 내에 상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상장 이후에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이퀼리브리엄이라는 회사를 인수했어요. 각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정보를 수집하는 업체입니다. ESG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야 할 분야이고 우리 사업 모델과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죠. 앞으로도 헬스케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피스컬노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M&A를 위해 눈여겨 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피스컬노트는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가는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심 시장으로 보고 있고요. 특히 한국은 다른 동남아 지역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안정된 만큼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가는 데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I, 빅데이터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의 높은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피스컬노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을 눈여겨 보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와 다른점을 느낀 게 있나요.

"한국은 2000년대 초반 IT붐을 거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혁신적인 테크 기업들이 많이 탄생했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리콘밸리와 비교해서 해외 시장보다는 한국 시장에 중점을 맞춰 성장해 온 측면이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지금 두 기업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처음부터 미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중점을 두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예전과 비교해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저는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커머스와 같은 형태의 스타트업들이요. 실리콘밸리의 경우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유니콘'이나 '데카콘'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B2B 모델이 더욱 많고요. 특히 한국의 경제 구조를 봤을 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비중이 높잖아요. 이를 고려하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B2C에 집중하기 보다는 B2B 모델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