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채산성 악화 압박…해법은 물가 상승 뛰어넘는 생산성 향상

[경제 돋보기]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1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약 4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작년 12월 6.8%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시장의 예측을 넘어서면서 상승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토론회에서 5월 초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연내에 추가 빅스텝을 포함한 지속적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2.5~2.75%까지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월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7.4%,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7.0%까지 치솟음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6년간의 제로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막대하게 풀려나온 과잉 유동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미흡한 시점에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확대 재정 정책을 과감하게 실시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재현은 예견된 것이었다. 작년 초 인플레이션이 단기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고 있는 에너지와 곡물 가격, 여전히 불확실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 등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1980년대 초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당시 10%가 넘는 물가를 잡은 폴 볼커 전 의장의 전철을 밟기로 한 듯하다.

과감한 금리 인상과 긴축 기조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은행은 2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전 세계가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다시 돌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6.9%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속한 침체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 시절에 비하면 한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미 금리 인상의 충격은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당분간 인플레 압력이 거셀 것으로 보여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을 둔화시킨다. 기업은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빚더미 가계는 소비 여력을 잃어 버리게 된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증시 변동성이 증폭되면서 자본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고 신흥국들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 경제가 침체되면 결국 한국 경제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돼 소비와 투자 감소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된다.

인플레이션 퇴치에 비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물가 상승을 뛰어넘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씀씀이를 줄이는 고통 분담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와 의지가 요구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美 금리 상승에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