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예보에서 다시 JC파트너스로…회생 과정 속도 내기 힘들 듯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던 MG손해보험의 경영권이 다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에 돌아갔다.

대주주의 손해를 이유로 금융회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행정 처분이 무력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주주와 금융위의 소송전으로 MG손해보험의 회생 작업은 한동안 제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력화된 금융 당국 적기시정조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JC파트너스가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금융위의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2022년 5월 3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기존 보험 계약의 해약, 신규 보험 계약 유치의 제약, 자금 유입의 기회 상실, 회사 가치의 하락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며 “행정소송법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해 4월 13일 정례회의에서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주요 재무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임에도 경영 개선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였다. MG손해보험의 2021년 말 기준 지급 여력(RBC) 비율은 약 88%로 금융 당국의 보험업법 기준(100%)을 밑돌았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1월 MG손해보험에 경영 개선 명령을 내리면서 2월 말까지 유상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 방안을 결의하고 3월 25일까지 이 계획을 마무리하라고 통보했다. 보험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RBC 비율이 50% 이상 100% 미만이면 자본 증액 요구와 신규 업무 제한 등의 개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MG손해보험은 금융위가 요구한 시일 안에 자본 확충을 하지 못했고 뒤늦게 3월 말까지 유상 증자로 360억원을 조달하고 6월까지 자본 900억원을 더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자마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PEF 운용사는 “부채가 자산보다 1139억원 많다는 금융위의 계산은 현재 채권 등 만기 보유 증권으로 분류된 자산을 모두 매도 가능 증권으로 인식해 시가 평가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자산으로 분류돼 있던 채권을 시가 평가하면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가치 하락이 회계 장부에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된다.

JC파트너스 측은 “2023년부터 모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이 도입되면 MG손해보험의 자산이 부채보다 더 많아진다”며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8개월 뒤 바뀌게 될 중요한 제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 규정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가 이겨도 험난한 MG손보 회생 길

금융위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적기시정조치가 무력화되면 앞으로 금융 기관 부실로 선량한 예금자나 계약자가 손실을 볼 위험에 처해도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구안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면 금융회사들이 휘청일 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JC파트너스 역시 물러서지 않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2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대법원에서 또 한 번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기간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MG손해보험의 회생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험사는 2020년(1158억원)에 이어 지난해(532억원)에도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주인이 두 차례 바뀌었음에도 정상화에 실패했다. 2012년 PEF 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가 새마을금고 등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MG손해보험을 인수해 이 보험사를 살리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MG손해보험은 또 한 번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2019년 현 대주주인 JC파트너스에 매각됐다. JC파트너스 역시 구원투수를 꿈꿨지만 좀처럼 상황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MG손해보험이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회생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후 곧바로 MG손해보험을 공개 매각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새 주인이 MG손해보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인수 구조를 짜 단숨에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부실금융기관 지정 조치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번 소송에서 JC파트너스가 최종 승소한다면 MG손해보험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도 이 PEF 운용사에 되돌아간다.


[돋보기]
도민저축은행, 가처분 인용됐지만 끝내 부실 기관 지정돼

11년 전에도 금융회사가 금융 당국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킨 적이 있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휘청였던 도민저축은행(현 대신저축은행)이 주인공이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2월 도민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 개선 명령을 내렸다. 6개월 영업 정지 명령도 내렸다. 대규모 ‘뱅크런’ 사태로 재무 상태가 급속도로 부실화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금융위 조사에 따르면 도민저축은행의 2010년 말 기준 순자산은 마이너스 135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 자본 비율도 금융 당국 기준(1%)에 한참 못 미치는 마이너스 5.52%였다.

도민저축은행은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부실금융기관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은행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지만 부실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재무 상태가 나쁘지 않고 금융 기관의 부실금융기관 결정 처분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그해 3월 도민저축은행 주장의 일부를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하는 행정 처분은 은행의 권익을 제한하는 침해적 행정 처분인데도 의견 제출 기회 등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금융 당국이 우려했던 금융 시장의 혼란은 영업 정지만으로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만 문제 삼았기 때문에 금융위는 절차상의 문제를 개선한 뒤 도민저축은행을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도민저축은행은 부실금융기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결정이다.

도민저축은행은 패소 후 얼마 안 돼 정부의 강제 매각 조치로 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 등 다른 6개 저축은행과 함께 매물로 나왔다. 그해 9월 이 은행은 중앙부산저축은행·부산2저축은행과 패키지로 묶여 대신증권에 팔렸다.

대신증권은 세 저축은행을 합병해 대신저축은행의 간판을 달아 정상화에 성공했다. 대신증권 계열사로 새출발한 대신저축은행은 11년째 영업을 이어 가고 있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