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수석 경제학자가 쓴 경제 생태계 속 생존 원리

[서평]
거친 정글 속 수많은 타잔들은 어떻게 살았남았나
타잔 경제학
윌 페이지 지음 | 이수경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9000원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정글이라고 보고 무시무시한 정글 한가운데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낡은 줄기를 붙잡고 있는 타잔을 자신의 모습이라고 상상해 보자. 타잔의 생존법은 단 하나다. 한쪽 낡은 나무줄기를 놓고 다른 쪽 새로운 나무줄기로 넘어가는 것. 인생에서 ‘줄기’라고 부를 만한 것은 많지만 이 책에선 주로 우리가 몸담은 회사·산업·직종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혀 들어본 적 없었던 새로운 키워드가 대세로 등장하는 디지털 혁명 속에서 아직까지 시장의 파괴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오늘 자신의 생각은 혹은 우리의 조직은 대부분 낡았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쩌면 당장 끊어지기 직전의 줄기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버텨 온 것인지도 모른다면, 그러니 늘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면 언제 어떻게 어떤 줄기를 붙잡고 이동해야 할까.

이 책은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의 수석 경제학자인 윌 페이지가 쓴 ‘이 시대 수많은 타잔들을 위한 생존법’이다. 붕괴되던 낡은 대중음악 산업이 지난 20년간의 혁신의 과정을 통해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줄기를 잡으며 도약한 통찰을 담아 새로운 경제 원칙을 8가지로 정리했다. 더 이상 고전 경제학의 원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래 경제 생태계와 트렌드를 이해하고 변화와 부의 물결에 올라타려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타잔 경제학’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윌 페이지는 음악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2012년 스포티파이에 합류해 2019년까지 수석경제학자를 지냈고 로코노믹스(Rockonomics : 대중음악경제학)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그런 그가 ‘청중 모으기’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한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2015년 CD나 다운로드 판매가 아닌 오로지 스트리밍만으로 1위를 한 곡, 매건 트레이너의 ‘올 어바웃 댓 베이스(All About That Bass)’가 처음에는 별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뒤늦게 차트 정상에 올라 ‘슬리퍼 히트’가 된 이유를 찾기 위해 고심했던 때를 떠올린다. 당시만 해도 라디오가 음반 산업에서 대부분의 홍보를 좌우했던 때였다. 이 노래의 눈에 띄는 특징은 라디오 바이럴이 선행돼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샤잠(음악 검색 애플리케이션)에서의 검색이 많아지면서 음반 판매와 스트리밍이 증가한 후 뒤늦게 라디오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샤잠에서의 검색 횟수가 급격히 많아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신이 끙끙대던 매건 트레이너의 퍼즐 조각을 찾았어요.” 어느 날 야근하던 한 동료와 우연한 대화를 나누던 중 저자는 샤잠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많이 실행되는 장소가 다름 아닌 ‘스타벅스’였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라디오나 TV 같은 전통적인 매체 수단만이 아니라 장소가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만 한다면 그곳에서 청중이 형성될 수 있다는 원리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저자는 언제든 낡은 사고방식을 재검토해 보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처럼 우리는 늘 생각을 전환하고 혁신적 이동에 몸을 싣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책은 대중음악 산업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여러 채널의 다양화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방송·영화·신문·출판·광고 분야는 물론 이전에는 독점적 통제권을 가진 막강한 분야였지만 점점 약화되고 있는 법률·금융·회계 분야, 과거와 달라진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제조·유통·구매·요식 분야 같은 다양한 산업에도 생각해 볼만한 거리를 던진다.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다가도 결국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때, 거대한 혁신의 파도가 덮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스스로가 정체돼 낡았다는 느낌이 들 때, 성공한 기업과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혹은 이런 순간이 오기 전에 눈치 채고 한 발 앞서 나갈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면 읽어 보길 권한다. 위기를 먼저 겪고 회복한 음악 산업이 걸어온 길을 뒤따를 산업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그렇게 변화하는 타잔 경제학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