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로톡, 서로 헌재 판단 정반대 해석
“무더기 징계” vs “아전인수 격 해석” 맞서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교대역에 설치돼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교대역에 설치돼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법률 광고 플랫폼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내부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세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이어 헌재에서도 우호적인 판단이 나오면서 로톡이 변호사 단체들과의 법적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한변협이 헌재가 합헌이라고 인정한 일부 규정을 근거로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변호사도 대한변협을 향해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고 비판하면서 로톡 문제가 변호사 간 갈등으로도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징계 규정, 변호사 표현‧직업 자유 침해”

헌법재판소는 2022년 5월 26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이 대한변협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대한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중 일부 내용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대한변협 규정이 변호사의 표현·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며 과잉 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대한변협은 2021년 5월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의 영업이나 홍보를 위해 그 타인의 이름 등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 주는 플랫폼에 광고를 의뢰하면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의 규정은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대한변협 규정 중 ‘변호사가 대한변협의 유권 해석에 위반되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내용과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의뢰해선 안 된다(대가 수수 광고 금지 규정)’는 내용 등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측은 “금지되는 광고의 내용이나 방법 등을 한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변호사법이나 관련 회규를 살펴보더라도 알기 어렵다”며 “변호사들이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규율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법 집행 기관이 자의적인 해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로앤컴퍼니는 변호사 단체들과의 법적 분쟁에서 더욱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대한변협을 비롯한 변호사 단체들은 2015년부터 여러 차례 수사 기관 등에 로앤컴퍼니를 고발했지만 로톡 운영이 합법이란 결론만 반복적으로 나왔다.

검찰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 5월에도 로앤컴퍼니의 변호사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일찍이 로톡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5월 31일 서울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 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서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5월 31일 서울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 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서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러섬 없는 변협 “징계 계속”

연이은 승리에도 로톡은 한동안 변호사 단체들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변협은 내부 규정에 대해 헌재가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5월 30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28명에 대한 징계 개시 청구 안건을 의결했다. 5월 초 변호사 25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지 한 달도 안 돼 또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광고 주체인 변호사 등 이외의 자가 자신의 성명, 기업명, 상호 등을 표시하거나 기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법률 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규정은 헌재가 합헌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징계를 추진하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플랫폼은 상호를 밝혀 구성 사업자를 연결하기 때문에 해당 규정만 합헌으로 인정돼도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종엽 대한변협 협회장은 5월 3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 회관에서 연 설명회에서 “헌재는 변호사의 공공성과 공정한 수임 질서의 유지, 소비자 보호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변협 규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변호사 광고 규정의 95%가 합헌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의 이 같은 발표에 로앤컴퍼니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앤컴퍼니는 곧바로 성명문을 내고 “헌재는 대한변협이 로톡 이용을 금지한 핵심 규정들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특히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대한변협의 징계 근거는 효력과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변호사들도 대한변협의 징계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광고 규정 개악과 부당한 회원 징계를 반대하는 변호사 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헌재의 결정은 누구라도 대한변협의 징계 규정이 위헌이라고 이해할 수 있음에도 대한변협 집행부만 ‘완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아전인수를 멈추고 회원들에 대한 징계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돋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걸테크 vs 변호사 단체, 갈수록 격화되는 영역 분쟁

로톡 외에도 여러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 기업이 현재 변호사 단체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들이 변호사 중개와 법률 문서 작성 자동화, 법조문·판결문 검색, 소송 통계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법률 관련 서비스를 내놓은 데 대해 변호사 단체들이 “변호사 고유 업무 침해”라고 문제를 삼으면서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는 양상이다.

한국 1위 특허 검색 서비스 업체인 윕스는 로톡만큼이나 위법 논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형칠 대표 등 윕스 임원 세 명은 2021년 12월 말 검찰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윕스가 일반적인 특허 조사 업무 범위를 넘어 변호사나 변리사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변호사 단체와 변리사 단체들의 주장을 검찰이 받아들였다.

1999년 설립된 윕스는 한국 최초로 온라인 특허 검색 사업을 선보였다. 보유 중인 특허 관련 데이터만 2억 건이 넘는다. 특허청의 선행 기술 전문 조사 기관에 지정됐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3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올렸다. 윕스 측은 위법 논란에 대해 “특허 조사 관련 자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당한 업무”라고 반박하고 있다.

빅테크인 네이버도 전문가와의 상담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엑스퍼트’ 운영을 두고 변호사 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법조인협회가 네이버 엑스퍼트를 고발한 데 이어 그해 9월 대한변호사협회도 네이버 엑스퍼트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변호사 단체들은 “네이버 엑스퍼트가 직접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변호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결제한 금액의 5.5%를 수수료로 공제하고 나머지를 전문가에게 상담료로 지급하고 있다.

한국법조인협회가 고발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이 이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네이버 엑스퍼트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