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주 점유 여부는 모든 사정에 의해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점유취득시효 요건 중 ‘소유의 의사’가 미치는 영향 [이철웅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으려거나 부동산 매매를 하기 위해 토지 경계 측량 등을 하다가 보니 이웃집 담장이나 건물이 자신의 토지를 침범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담장이나 건물을 철거하고 실제 경계에 맞게 새 담장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더니 상대방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점유취득시효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에게 해당 점유가 진실한 권리에 기한 것인지를 묻지 않고 소유권자로 등기할 수 있는 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건 중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하는 점유(자주 점유)’ 요건의 충족 여부가 자주 쟁점이 된다.

판례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서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 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 점유인지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해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판례를 해석하면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 분명하면 이를 기준으로 해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매매·증여·교환 등)이 점유 취득의 원인인 경우에는 자주 점유를 인정한다. 임차권·전세권·지상권·질권 등 그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권원이 점유원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타주 점유로 본다.

하지만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엔 민법 제197조 제1항에서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이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해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일단 자주 점유로 추정하되 이를 다투는 자가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해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갖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했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을 입증한 경우 그 추정은 깨지는 것이라고 한다.

사례로 보면 대법원은 A가 소유권 보존 등기가 돼 있지 않은 임야를 묘지와 함께 점유하면서 여러 차례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 시행됨에 따라 등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B가 위 임야에 관해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해 B 명의의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친 후에도 A가 별다른 이의, 즉 소유권자로서 인식될 수 있는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하지 않은 사안에서 A에 대한 자주 점유의 추정이 깨졌다고 볼만한 사정들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며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환송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점유자가 취득시효 기간이 경과한 후 상대방에게 토지의 매수를 제의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점유자는 취득시효가 완성한 후에도 소유권자와의 분쟁을 간편히 해결하기 위해 매수를 시도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매수 제의를 한 사실을 갖고 위 점유자의 점유를 타주 점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특히 둘째 사례의 경우 ‘상대방에게 토지 매수를 제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타주 점유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에 더해 또 다른 사정, 즉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더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토지 매수를 제의했다’는 사정도 타주 점유를 인정할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