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이 여름 휴가철 읽을만한 책

[비즈니스 포커스]
마틴 울프가 추천한 '2022 여름 도서'
세계은행 출신으로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오랫동안 경제와 관련한 칼럼을 쓰고 있는 마틴 울프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중 한 사람이다. 정확한 분석과 통찰력으로 국제 금융 시장은 물론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 국가의 금융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마틴 울프는 해마다 여름이면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읽을 수 있는 도서들을 추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 20일 2022년 발간된 신간 도서들 가운데 놓쳐선 안 될 15권의 책을 추천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책 몇권을 소개한다. 특히 전환의 시기를 맞아 우리 시대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깊이 성찰하고 있는 책들이 여럿 눈에 띈다.

'우리는 왜 싸우는가' 외 15권

올해 추천 도서 목록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책은 ‘21st Century Monetary Policy(21세기 통화정책)’다.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이 쓴 책으로, 1970년대 대공황 시절부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Fed의 통화 정책을 다루고 있다. ‘Why We Fight(우리는 왜 싸우는가)’는 시카고대 해리스공공정책대학원에서 글로벌 분쟁을 연구하고 있는 크로스토퍼 블래트만 교수의 책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인간은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인간의 모든 갈등이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다만 갈등을 일으키는 두 주체가 합의에 이를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면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블래트만 교수는 이를 다섯 가지의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헬렌 톰슨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 교수의 ‘Disorder(무질서)’ 또한 정치적·경제적 압력이 지금의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특히 세 가지 요소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 첫째는 에너지 자원의 지정학적 요소, 둘째는 통화 정책과 에너지 경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히 서구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경제력이 있는 소수가 지배하는 금권 정치의 부상에 대해 말한다. ‘Unshackling India(인도의 부활)’는 곧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는 인도의 경제적 번영을 다룬 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인도는 빠른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넘쳤다. 하지만 인구가 많다고 ‘경제적 번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인 아제이 치버와 살만 아네스는 인도의 경제적 부활에 대한 낙관론이 왜 증발한 것인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The Chancellor(영국의 경제 수장들)’는 고든 브라운, 조지 오스본 등 영국의 역대 재무장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기의 상황에서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 재무부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Gambling on Devlopment(경제 개발 게임)’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개발도상국가들은 경제적 성장을 이뤄 내는데 다른 국가들은 실패하는 것일까. 스테판 더콘 옥스포드대의 아프리카경제연구센터 소장은 그 답을 ‘경제 개발 협상(a development bargain)’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권력자들이 성장을 원하고 그들 간의 합의를 이룰 때 기적은 가능해진다. ‘Financial Cold War(금융시장에서 본 냉전)’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경제적 요소인 미국과 중국의 마찰을 다루고 있다. 금융 전문가로 홍콩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중국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저자가 특히 금융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고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를 보여준다.

‘Trade Links(트레이드 링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수석 판사를 지낸 짐 바쿠스의 책이다. 전염병과 기후 변화, 디지털 경제 등 거대한 도전을 맞닥뜨린 지금,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Restarting the Future(미래를 다시 시작하기)’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의 저자인 조너선 하스켈과 스티언 웨스트레이크의 신작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이 기존의 유형 경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경제로 옮겨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와 불평등의 심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저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An Economist’s Outlook(경제학자의 시선)’은 미국의 저명한 국제 금융 전문가인 고(故) 존 마킨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시장은 대체 불가능한 제도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은 아니다”는 통찰력 있고 균형 잡힌 경제학자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Can’t we just print more money?(그냥 돈을 더 찍어내면 안될까?)’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10가지 질문을 통해 간단하게 풀어낸 책이다. 영국중앙은행의 두 경제학자가 저술한 이 책은 수요와 공급·노동시장·인플레이션·화폐 등 기본 경제학의 원리를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Rebuilding the World Trade System(세계 무역 시스템의 재건)’은 호주의 무역 경제학자인 앤디 스토콜의 강력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주장이 돋보이는 책이다. 국가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편협한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의 무역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를 담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