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국가 간 시각차 커
IPEF에 참여 국가 대부분은 IPEF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 기대
반면, 시장 개방은 안 된다는 미국

[경제 돋보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1차 장관급 회의가 7월 24~26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회의를 주도한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이 회의에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발표했지만 협상이 시작된 것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첫 협상에서는 주로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협상할 이슈와 협상 체계를 협의할 뿐 더 이상 깊이 있는 내용을 주고받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IPEF가 중국 견제용이 아니고 중국에도 문호가 열려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이를 수긍하지 않고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은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란 명칭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을 추진한 바 있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IPEF가 EPN 구상에서 나온 것임을 중국은 인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동아시아 정상회의(비대면)에서 권위주의 중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을 시사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IPEF 추진을 제안했다. 얼마 안 돼 미국은 IPEF가 기존 무역 협정과 달리 인도·태평양 지역 협의체 성격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도 수출 통제 등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6개 기둥(협상 분야)으로 나눠 명시했다. 중국은 즉각 반박했고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대해 정치·외교적 압력을 행사했다.

다수 국가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면 IPEF 참여를 주저하자 미국은 무역 이슈, 공급망 안정,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와 조세‧부패로 구성된 4개 기둥으로 IPEF 내용을 재구성했다. 중국 견제 취지가 드러나지 않게 내용을 바꾼 것이다. 아세안 국가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협조를 요청하고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인도를 설득해 지난 5월 23일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문 기간 중 IPEF가 출범할 수 있게 됐다.

2주일 후인 6월 8일 미국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주 정상회의를 개최해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 추진을 제안했다. APEP는 미주판 IPEF다. APEP 명칭은 EPN에 미주 파트너십(AP)를 앞에 붙인 것이다. APEP 의제는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공급망 강화, 디지털 경제 표준, 신흥 기술 개발, 노동·환경 기준 등으로 큰 틀에서 보면 IPEF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무역기술이사회(TTC)’를 통해 범대서양 협력을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 출범 이후 2차례 장관급 회의를 통해 양 지역 간 경제·기술 협력 외에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EU는 중국과 기존 경제 협력 수준을 유지하고자 했다.

특히 친중국 성향이 강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제안을 수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에 대한 유럽의 시각이 변했고 메르켈 총리가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EU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본격적으로 동조하게 됐다. TTC도 EU가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협력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TTC와 달리 인도·태평양 지역 IPEF와 미주 지역 APEP는 앞으로 진전을 낙관하기 어렵다. IPEF 1차 회의에서 나타났듯이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시각차가 큰 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가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IPEF에 참여하는 다수 국가들은 IPEF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시장 개방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의 시장 개방은 미국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동자 중심 통상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책 기조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과 같이 우방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 구축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IPEF와 APEP를 진전시켜야 해 올해 중에 장관급 2차 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하지만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관심이 달라질 수 있고 미국이 참가국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면 IPEF와 APEP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과 같은 경로를 밟게 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 주도의 IPEF와 APEP는 성공 가능할까 [정인교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