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관리 앱에서 한국의 링크트인으로 진화 중인 '리멤버'
AI 활용한 인재 매칭 플랫폼 ‘원티드’
강점 진단 활용해 조직 문화 지원하는 ‘태니지먼트’
새롭게 인력을 채용하고, 월급을 정산하며 직원들의 성과를 관리하는 등 인적관리(HR) 업무는 전통적으로 ‘혁신이 어려운 분야’로 일컬어져 왔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유연한 인력 관리 등을 위한 HR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HR테크 붐’이 무르익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HR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등장에 글로벌 투자 자금은 이미 HR테크에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VC업계가 점찍은 ‘넥스트 황금알’ HR테크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피치북은 8월 16일 2021년 기준 HR테크 시장에 투입된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자본이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는 2020년 기준 228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인 HR테크 시장이 향후 2028년 356억 달러(약 47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HR 관련 리서치 업체인 워크테크의 조지 라로크 창업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HR테크는 현재 240억4000만 달러 규모의 ‘골드 러시’를 경험하고 있다”며 “수많은 VC 자본이 HR테크로 몰려들며 AI와 같은 최첨단을 통한 새로운 HR 서비스의 혁신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VC들이 ‘넥스트 황금알’로 HR테크를 점찍은 분위기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은 HR테크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달라진 업무 환경과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부상으로 예전과 달라진 인재 관리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직원들은 이미 달라진 업무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업무 현장 또한 이에 맞춰 빠르게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HR 방식으로는 HR에 한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그 빈틈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빅데이터와 AI 같은 기술의 발전이다.
HR테크에 자본이 몰려들고 기술의 진화가 빨라질수록 HR테크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역시 예전과 다른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다. HR 분야의 전문가로 잘 알려진 조시 버신 조시버신아카데미 학장이 지난해인 2021년 발표한 HR 테크놀로지 관련 보고서에서 “기존에는 인력 채용 등 기업들이 직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HR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와 비교해 팬데믹 이후에는 업무 환경의 변화에 따른한 ‘대퇴직 현상’ 등에 따라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기업들의 HR 또한 ‘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따라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재 수요 예측 서비스에서부터 직원들의 조직 적응을 돕는 서비스까지 다양한 HR테크 기업들이 활약 중이다. 인재 공급과 수요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인사 기획을 지원하고 있는 ‘엠시 버닝 글래스’, 개인별 역량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엠파스와 스카이하이브, 직원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바 토픽스, 직원들의 성과와 참여도를 관리하는 라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과 구직자의 인재 매칭을 돕는 디지털 플랫폼인 톱탈·업워크·카탤런트·이노센티브 등도 잘 알려져 있다.기술은 HR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HR테크 3인방의 AI 활용법
한국에서 역시 주목받고 있는 HR테크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잡코리아·사람인 등 1세대 채용 플랫폼들은 최근 AI·빅데이터·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도입해 기업과 구직자의 인재 매칭, 화상 면접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등 HR테크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구직자들의 온라인 평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펙터’는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해 1년여 만에 약 2만5000여 명의 평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HR테크는 기존의 HR 서비스들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 차별점을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닌 빅데이터와 AI 같은 기술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HR테크 3사를 통해 ‘AI와 같은 기술이 HR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1)명함 관리 앱에서 ‘한국의 링크트인’으로, 리멤버
리멤버는 2013년 설립된 드라마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직장인들의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작했던 리멤버는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HR 관련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한국의 링크트인’이 되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리멤버가 인력 채용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데이터’였다. 명함 관리 서비스를 통해 모은 350만 직장인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력직 스카우트’ 서비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기존의 채용 공고 플랫폼은 기업이 게시판에 채용 공고를 올리면 구직자들이 이를 보고 지원서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와 비교해 ‘경력직 스카우트’를 중심으로 하는 리멤버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기업이 먼저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재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업의 인사팀이나 헤드헌터는 리멤버에 등록된 인재 풀을 통해 기업명과 직급·직무·연차·스킬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적당한 인재를 검색한다. 적당한 인재가 나타나면 기업이 먼저 스카우트 제안을 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리멤버에 가장 큰 무기가 된 것은 ‘데이터 매칭’과 같은 높은 기술적 역량이었다. 리멤버는 명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온 시기부터 사내에 ‘빅데이터 센터’를 운영해 왔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이라는 기업명이 들어오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금융업’과 ‘대기업’이라는 정보가 매핑된다. ‘기업영업1팀 과장님’이면 ‘영업직군’의 ‘중간관리자급’이 자동으로 분류된다.
김수빈 리멤버 커뮤니케이션팀 리더는 “특히 다양한 산업과 직무에 걸쳐 현업 실무자부터 고위급 임원까지 타 플랫폼에서는 접하기 힘든 우수한 경력 인재 풀을 선점하고 있었던 것이 리멤버의 데이터 매칭 기술에 강력한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전문직·금융권 등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직장인군들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어 접근성이 높았던 데다 과거부터 스카우트를 많이 받던 소위 연봉 7000만원 이상의 직군에 접근성이 높다는 점 또한 리멤버의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인재 매칭 서비스 출시 후 2년 만에 리멤버를 통해 발송된 스카우트 제안 건수만 누적 250만 건에 달했을 정도다.
현재 리멤버는 커뮤니티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을 확장하며 식별 가능한 데이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또 빅데이터센터와 AI 랩(Lab)의 연구 활동들을 통해 이를 분류하고 매칭하는 작업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 김 리더는 “리멤버는 일찍부터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리크루터와 인재 간 궁합이 더 잘 맞는 추천을 제공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이와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과 직장인들 개개인의 니즈와 전문성에 맞는 적합한 기회를 연결하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 AI로 합격률 높여주는 인재 매칭 플랫폼 원티드
원티드랩은 2015년 설립한 HR테크 기업이다. AI 인재 채용 플랫폼인 ‘원티드’를 시작으로 현재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 ‘원티드긱스’, 성과 관리 등을 포함한 H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원티드스페이스’, 커리어 콘텐츠 서비스 ‘원티드플러스’, 채용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 ‘프리온보딩 코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8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하며 한국 HR테크의 붐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구직자가 ‘원티드’에 이력서를 등록하면 AI 알고리즘을 통해 기업에서 등록한 채용 공고들 가운데 구직자와 채용 포지션의 매칭률을 분석하고 합격률까지 예측해 준다. 원티드 AI는 이력서와 채용 공고의 텍스트에 포함된 다양한 단어와 문구들 간의 상관관계를 스스로 학습해 합격 결과를 예측한다. AI는 이력서와 채용 공고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어떤 문구가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기존 합격자는 어떤 문구를 썼는지’ 등을 파악해 어휘 단위로 중요도를 계산한다. 특정 기업의 구직자 평균 합격률, 기업의 규모, 평균 연봉 등 채용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도 학습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학습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이력서가 입력됐을 때 합격률을 빠르게 예측해 낼 수 있게 된다.
엄영은 원티드랩 채용사업 총괄이사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예측 정확도는 높아진다”며 “원티드는 ‘채용 공고 개시→지원→서류 합격→최종 합격→3개월 근무’에 이르는 약 300만 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실시간 매칭 데이터 외에도 유저의 이력서 데이터 250만 건, 크레딧잡에 등록된 42만 개 기업의 월별 입·퇴사자, 평균 연봉 데이터도 연동하고 있다. 엄 이사는 “원티드 AI 모델은 개별 지원자와 포지션 간의 매칭 결과를 학습하고 예측해 실제 합격률을 높인다”며 “현재 원티드의 AI 합격률 예측 정확도는 약 80% 정도이고 원티드를 통해 AI의 추천을 받아 지원하면 일반 지원보다 ‘4배’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3) 직원들의 강점을 기반으로 최적의 팀 구성을 지원하는 태니지먼트
최근에는 퓨처플레이 휴먼 액셀러레이션그룹이 운영하는 강점 진단 도구 ‘태니지먼트’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니지먼트는 이랜드 그룹본부 인재개발실 팀장 출신인 김봉준 대표가 2018년 설립해 운영해 오다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와 한 식구가 됐다. 퓨처플레이는 태니지먼트의 인수와 함께 개인의 역량 강화와 조직의 인재 경영을 돕는 미래인재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김봉준 태니지먼트 창업자가 미래인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태니지먼트는 MBTI처럼 개인 강점을 진단하고 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툴이다. 다만 기존의 MBTI와 같은 단순한 테스트 성격은 아니다. 개인의 재능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이를 통해 기업이 효과적으로 직무 배치를 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김봉준 소장은 태니지먼트는 기존의 HR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한 번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무에 맞는 사람을 찾아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 아니다. 태니지먼트 테스트라는 진화된 기법을 바탕으로 분석한 개인의 잠재력과 재능을 기반으로 최적의 직무에 연결함으로써 개인과 기업 모두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점 진단은 태니지먼트에서 개발한 ‘진단 모델’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의 갤럽에서 개발한 모델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는 진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김 소장과 갤럽이 오랜 기간 협력 작업을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심리학이나 조직 문화 등을 전공한 연구원들과 함께 보다 정교한 진단 모델을 개발해 왔다. 테스트에는 20여 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나는 다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와 같은 설문 항목에 답을 하고 ‘추진력’ 혹은 ‘창조력’과 같은 본인의 강점이 결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강점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부족한 점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리미엄 리포트’도 제공하고 있다.
김 소장은 “태니지먼트는 개인의 강점에 대한 연구 만큼이나 조직 문화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강점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였을 때 어떤 조직 문화가 만들어지는지, 리더의 강점이 조직원들의 강점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기업에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태니지먼트를 통해 각각의 직원들이 업무에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LG·SK텔레콤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태니지먼트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 고객들의 참여에 힘입어 최근에는 수검자사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7만 명 수준이던 수검자가 수는 이미 13만 명을 넘어섰다.
초창기 태니지먼트는 ‘개인에게 진단 결과를 얼마나 잘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했다. 현재는 그 무게 중심이 빅데이터·AI와 같은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옮아 가고 있다. 개인의 진단 결과를 그동안 쌓여 있는 빅데이터와 비교 분석하고 나아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예측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김 소장은 “개인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AI가 자동으로 커리어·직무·성과 등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 주는 서비스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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