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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뷰]
[ESG리뷰] ‘선의의 힘’으로 새로운 애플을 디자인하다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중심에는 지속 가능 경영이 있다. 애플의 상징과도 같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직후 애플의 미래는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이후 10년, 애플은 지난해 1월 시총 3조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를 다시 썼다.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끊임없이 ‘선의의 힘(force for good)’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의 지속 가능 경영이 싫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라.”

2014년 애플 연례 주주 총회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에게 한 말이다. 일부 투자자가 “지속 가능 경영에 드는 비용을 공개하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만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의 말이 옳았음을 오늘의 애플이 증명하고 있다.

애플은 6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 경영을 디자인한다. 접근성과 교육, 환경, 포용과 다양성, 개인정보 보호, 공급망 책임이다. 특히 공급망 관리 전문가였던 팈 쿡은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잡스와는 또 다른 애플을 디자인했다. 대표적 사례가 애플의 해외 생산 업체인 폭스콘의 노동 환경 문제 관리다. 2010년대 초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노동자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혁신적 디자인과 제품으로 각광받던 아이폰의 이면이었다.

재활용 소재 활용 저탄소 디자인 개척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사안을 직접 경험했던 팀 쿡은 CEO에 오르자마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CEO로는 처음으로 협력 업체를 직접 방문했다. 외부 기관과 계약을 체결해 전면 감사를 실시하고 360가지 개선 조치 항목을 공개했다. “노동자를 돌보지 않는 공급 업체는 어떤 곳이든 애플과 계약 해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은 2009년 이후 개선 의지와 역량이 없는 협력 업체와 제련소·정제소 194곳을 공급망에서 제외했다. 관리 대상을 줄이고 관리 강도는 더욱 높였다. 지난해에만 협력 업체 평가 1177건, 협력 업체 직원 35만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경험을 조사했고 수칙 위반 사항을 파악하고 개선 조치를 취했다. 애플은 ‘환경 경과 보고서’와 매년 ‘애플 공급망에 속한 사람과 환경’ 보고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

팀 쿡은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기기가 인간의 상상력으로 고안되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며 인간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공급망뿐만 아니라 제품도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디자인한다. 애플의 모든 제품은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술을 제공한다.

애플은 또한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한 탄소 발자국 제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저탄소 디자인,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 가능 전력 사용, 직접 배출 지양, 탄소 제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애플 탄소 배출의 70%를 차지하는 제조 과정, 즉 공급망에서의 환경 관리가 필수다.

애플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저탄소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모든 제품을 100%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 소재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애플 제품에 사용된 소재 중 20%가 재활용 소재였다. 사상 최초로 인증된 재활용 금을 도입하고 재활용 텅스텐, 희토류 원소 및 코발트 사용을 이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신규 제품에는 대부분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2015년 제조 라인에서 탄소 발자국 4분의 1을 차지했던 소재다. 현재는 10% 미만이다.

수명이 다한 제품에서 소재를 최대한 회수하는 것도 애플의 일이다. 애플은 분해 로봇으로 아이폰의 핵심 부품을 회수하며 ‘소재복원연구소’를 통해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분해 로봇의 특허를 타사와 연구진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소재 회수는 자원 채굴·운송·원자재 가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폐쇄 루프 소재 시스템을 디자인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에도 공급망 관리가 필수다. 애플은 2018년부터 이미 전 세계 직영 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용하고 있다.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를 100% 청정 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협력 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 사용 에너지를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망에서 사용된 청정 전력 규모는 2배 증가했다. 현재 10GW 이상 가동하고 있고 탄소 배출 1400만 톤을 저감했다. 현재 213개 협력 업체가 애플 제품 생산에 100% 재생 가능 전기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고객들이 애플 기기를 사용하면서 소비하는 전력은 애플 탄소 발자국의 22%를 차지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전력 소비를 지능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업그레이드한다. 일부 제품은 활성 상태에서 소비 전력이 이전 세대 대비 60% 줄었다.
[ESG리뷰] ‘선의의 힘’으로 새로운 애플을 디자인하다
기후 대응에서도 접근성 중시

애플의 ‘접근성’은 기후 변화와 그 대응에도 유효한 가치다. 애플은 재생에너지 투자로 생성된 전력을 자사나 협력 업체에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필리핀·태국·나이지리아·베트남·콜롬비아 등 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지역 사회에 효율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흑인 거주 지역에 신규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해 3500만 가구에 전력을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서도 접근성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애플은 환경 분야의 평등과 기회 확대를 위해 흑인·히스패닉·라틴계 지역 사회와 원주민 소유 기업을 지원하는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태양광, 친환경 화학, 재활용 등 분야의 혁신을 지원한다. 애플은 “기후 변화의 피해를 보는 것은 주로 소수 인종 지역 사회”라며 “환경 솔루션으로 지역 사회의 형평성 증진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해 경영진의 상여금(보너스) 정책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 성과를 토대로 현금 인센티브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소개한 애플의 6대 핵심 가치에 기반한 경영 성과와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동 성과를 의미한다.

애플의 지속 가능 경영은 앞서 말한 ‘선의의 힘’이다. 공급망 이슈를 정면 돌파하고 사회적 어젠다를 주도하고 실천하는 선의의 힘을 지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01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