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퀼팅 재킷 유행… 레모 루피니 합류 뒤 제품 다양화로 ‘전성기’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 몽클레르 ②
​​​​​​​1986년 영화 <We Love Simon le Bon> 에 출연한  여배우들이 입은 몽클레르  다운 재킷(사진 ①)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1986년 영화 에 출연한 여배우들이 입은 몽클레르 다운 재킷(사진 ①)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1952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몽클레르는 초기에는 산악용 텐트와 침낭류 등 캠핑 관련 제품을 주로 만들다가 1954년 첫 퀼팅 다운 재킷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이 작업복 위에 방한 목적으로 개발됐던 퀼팅 다운 재킷은 점차 발전해 세계 둘째로 높은 K2 정상을 탐험할 수 있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몽클레르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프랑스 스키 국가 대표팀의 공식 후원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사용한 로고의 형태가 프랑스의 국조인 수탉 형태를 변경해 만든 것으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1972년 스키 강사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에게 적절한 옷과 장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때 개발된 퀼팅 다운 재킷은 세계 최고의 스키 강사를 따뜻하고 상쾌하게 유지하고 얼어 붙을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그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몽클레르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다.

1986년 브루노 루카우어 감독이 연출한 가수 듀란 듀란에 관한 영화 ‘위 러브 사이먼 르 본(We Love Simon le Bon)’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다양한 색상의 몽클레르 재킷을 입었다(사진①). 디자인 요소에서 다양한 변화를 준 몽클레르의 다운 재킷은 밀라노의 젊은 파니나니(1980년대 이탈리아 청소년을 지칭)라면 꼭 입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됐다. 스키장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몽클레르 퀼팅 재킷이 유행했다. 1988년 패션 잡지 마담 피가로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편집국 기자들이 몽클레르 다운 재킷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1989년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Chantal Thomass)는 패딩 재킷의 일반적인 여밈 방식인 지퍼를 단추로 바꿨고 모피로 장식하거나 광택이 있는 새틴 소재를 사용했다. 또 양면 소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패딩 재킷을 만들어 브랜드에 신선함과 새로움을 줬다.

알랭 드롱, 재클린 케네디, 마돈나, 줄리안 무어,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해 영화와 음악·스포츠 등 분야의 세계 유명 인사들이 몽클레르의 패딩 재킷을 즐겨 입었다. 몽클레르의 퀼팅 다운 재킷은 스키복과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도심 속 캐주얼 웨어에 이르기까지 ‘패셔너블한 방한복’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2년 이탈리아 회사인 페퍼 컴퍼니가 브랜드 경영이 힘들어진 몽클레르를 인수했다. 프랑스에서 탄생했지만 몽클레르가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1998년 페퍼 컴퍼니는 회사 이름을 핀파트로 변경했다.

1999년 몽클레르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탈리아 출신의 기업가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임명됐다. 1961년 이탈리아 코모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코모와 밀라노에서 생활했다. 아버지 지안프랑코 루피니는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의류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패션 사업을 운영했다.

루피니는 아버지 회사에서 조수 역할을 하며 패션에 대해 배워 나갔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패션 마케팅을 전공한 후 1984년 고향인 이탈리아에 돌아와 뉴잉글랜드라는 남성용 셔츠를 생산하는 회사를 세웠다. 초기에는 셔츠만 단품으로 생산했지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스포츠 웨어로 생산 품목을 늘려 나갔다.
 샹탈 토마스가 디자인 한 몽클레르 재킷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샹탈 토마스가 디자인 한 몽클레르 재킷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몽클레르를 인수한 레모 루피니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몽클레르를 인수한 레모 루피니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레모 루피니, 브랜드 리뉴얼 작업 시작
1988년 몽클레르 스키 재킷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1988년 몽클레르 스키 재킷 / 사진 = 몽클레르 홈페이지
루피니는 1993년 여성복 브랜드인 잉그로즈(Ingrose)를 설립했다. 잉그로즈 브랜드는 성공했고 훗날 스테파넬(Stefanel) 브랜드가 인수했다. 그는 회사를 매각한 후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1999년 몽클레르에 입사했다. 그가 몽클레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 브랜드의 전반적인 리뉴얼 작업이 시작됐다. 루피니 이전까지 몽클레르는 가을·겨울 패딩과 다운 재킷 중심으로 운영됐다. 루피니 합류 이후인 2000년 몽클레르는 첫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시작했고 이는 리뉴얼 작업의 중요한 첫걸음이 됐다.

몽클레르는 2001년 편집숍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첫 직영점을 유명 스키 리조트가 있는 스위스 생 모리츠(Saint Moritz) 지역에 오픈했다. 생 모리츠 매장의 성공적인 오픈을 시작으로 몽클레르는 아스펜(Aspen)과 그슈타드(Gstaad) 등 전 세계 유명 스키 리조트에 직영점들을 순차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2003년 루피니가 몽클레르를 인수했다.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게 된 그의 전략은 기능에만 치중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입을 수 있게 제품 다양화에 나서 디자인의 폭을 넓혔다. 산에서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재킷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 전략은 성공해 몽클레르는 예전의 명성과 함께 전성기를 맞게 됐다.

루피니는 다운 재킷의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 품질의 기본은 재킷 안에 들어가는 깃털과 솜털의 다운이었다. 짧은 다운 재킷은 하나에 300g 이상의 다운이 들어가는 만큼 해마다 엄청난 양이 필요하지만 빈틈 없는 공정을 거쳤다. 프랑스 브리타니 남쪽 지방과 페리고르에 서식하는 수컷 조류 중에서 혈통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새의 깃털과 솜털만 사용한다.

1kg의 털을 세척하기 위해 700~8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살균·헹굼·원심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섭씨 영상 100도 이상 달군 오븐에서 건조시킨다. 제품의 디자인에 따라 적합한 다운의 양과 솜털·깃털 비율을 계산해 다운 재킷을 완성한다. 이때 세탁 후 다운이 손실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몽클레르만의 비법과 비율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몽클레르의 모든 제품은 세탁 후 깨끗하게 헹구고 건조하면 모두 원상태로 복구되는 특징이 있다.

루피니는 “10대 시절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서 처음 입었던 몽클레르 재킷부터 나는 몽클레르의 역사와 기술력에 매료됐다. 브랜드의 잠재성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