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와 어민들의 9년 법정 공방…감정 보고서 파고들어 오류 지적 ‘승소’

[스페셜 리포트 : 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 주요 로펌 핵심 경쟁력]
 ‘송무의 명가’로 우뚝, 자문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 적극 공략[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법무법인 바른은 ‘송무 강자’로 평가받는다. 바른은 1998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판검사 등 공직을 지낸 변호사가 월등히 많다. 민사와 형사 소송 등 소송 사건을 많이 대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로펌 중 하나다.

2022년은 법무법인 바른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박재필 총괄대표, 이동훈·이영희 경영대표 체제로 새로운 집행부를 맞아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특히 이영희 대표는 한국의 주요 로펌 최초로 신입 변호사로 출발해 경영 대표에 오른 여성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 로펌에서 여성 변호사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경영을 전담하는 대표변호사의 영역에서도 여성 변호사를 대변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최초로 여성 로펌 대표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무법인 바른은 ‘송무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재판에서 연이어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활약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건은 2022년 5월 경북 울진군 어민들과 한국가스공사(피고, 법무법인 바른) 사이의 손해 배상 소송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바른은 피고인 한국가스공사를 대리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3월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와 노곡리 해상에 삼척LNG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가 바다에 유입되며 해상으로 확산됐고 인근 지역 어민들의 어업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에 가스공사는 삼척시 원덕읍 등 인근 어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했다.

하지만 이후 경북 울진군 어민들이 반발하고 나서 문제가 됐다. 공사장의 부유물이 해류를 타고 흘러들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로 인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어민들에게 어업 피해를 보상했음에도 간접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관련한 문제다. 해양 피해 조사를 위한 전문 기관 선정 등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깊을 수밖에 없었고 법적 공방이 9년간 이어졌다.

바른은 정공법으로 맞섰다. 상대방의 ‘감정 오류’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감정인의 감정 보고서를 끝까지 파고들어 분석해 원고 측의 감정이 잘못 나온 이유를 면밀히 지적하고 피고 측의 감정이 타당하다는 점을 상세히 주장했다. 법원은 최근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바른은 ‘송무 강자’라는 명성을 더욱 공고히 유지하면서도 자문 분야를 비롯한 신규 시장에서도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전통적인 영역과 새로운 영역 모두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로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송무와 자문을 아우르는 현안 위주의 특별팀을 구성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중대 재해 태스크포스(TF)팀을 론칭해 수차례 웨비나(웹+세미나)를 진행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연구(법문사)’라는 해설서를 로펌 최초로 발행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금융 범죄 대응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반부패금융경제범죄TF’팀도 가동 중이다. 2021년부터 가동 중인 ‘ESG팀’도 각 분야별 쟁점 사항을 정리한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기업 고객들의 자문 수요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