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운영으로 재고 폐기율 0.18%로 낮춰…새벽 배송 1호 상장 기업 되나


신선식품 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이 2월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쿠팡이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한 이후 한국에서 사업하는 전자 상거래 업체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2년 만이다. IPO 시장 침체로 지난달 마켓컬리가 상장을 철회했고 쓱닷컴과 11번가 등은 시기를 엿보고 있다. 오아시스가 한국의 새벽 배송 업체 중 처음으로 상장 성공 사례를 만들지 주목된다.
◆ 생협 매장에서 출발해 온라인 새벽 배송 업체로
오아시스는 전날 밤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까지 배송하는 ‘새벽 배송’ 업체다. 새벽 배송 서비스는 2015년 처음 도입됐지만 신선식품은 온라인 구매 시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성장이 더뎠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은 2019년 8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주 1회 이상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가구 비율은 2019년 7.4%에서 지난해 14.1%로 증가했다. 이용 가구가 늘긴 했지만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새벽 배송이 빠르게 정착한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말 대형마트에서 대량의 식재료를 구입했다. 하지만 교통 혼잡과 주차, 체력 소모, 보관 기간 증가로 인한 신선도 저하 등이 문제가 됐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장 보는 시간은 퇴근 이후로 늦어졌고 신선식품 구매에 투입되는 시간도 부족해졌다. 늦은 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배송 받는 새벽 배송은 오프라인 장보기의 단점을 해결해 주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교통 체증이 없는 밤 12시 이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공급자에게는 기회가 됐다. 특히 이른 시일 안에 배달해야 하는 신선식품은 새벽 배송 형태가 적합했다.

오아시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활용하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신선식품 시장을 파고들었다. 우리생활협동조합 출신 경영진이 합류하면서 오아시스는 창업 초기부터 오프라인 생협 매장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5개 생협과 명칭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자 매장 간판에 ‘생협’을 떼고 서울과 수도권에 5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1012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 비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 60%, 32%다. 온라인의 비율은 2020년 51%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적자의 늪 ‘새벽 배송’ 시장 판도 바꾼 오아시스의 성공 비결[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주목
오아시스는 자사의 경쟁력으로 수익성을 꼽는다. 새벽 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의 주요 경쟁사로 꼽히는 쿠팡·컬리·SSG닷컴 가운데 유일하게 2019~2021년 3개 연도 연속 흑자를 냈다. 오아시스의 2021년 별도 기준 매출은 3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억원, 순이익은 44억원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3118억원으로 전년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1~3분기 영업익은 77억원, 당기순익은 30억원으로 나타났다.

새벽 배송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배송 구조의 특성상 야간 인건비가 주간 대비 2배 정도 든다.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건립을 포함해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든다. 신선식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충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유통 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재고 폐기율이 높다. 식자재는 다른 제품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높아 신뢰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다.

오아시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은 오프라인 매장에 있다. 오아시스가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윤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매장은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간 유기적인 재고 이동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존재한다.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일반적으로 당일 오후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보관했다가 다음 날 새벽 매장에 진열한다. 오아시스는 산지에서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할 때 새벽 배송 주문으로 내보내 재고를 우선 소진한 후 다음 날 새벽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낸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지 못해 버려지는 재고는 없다. 모든 신선식품이 물류센터에 머무르는 시간은 1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신선도가 유지되는 비결이다.

전국 55개의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비해 재고 소진이 쉬운 편이다. 소비자가 직접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흠집이 생긴 식품은 현장에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 매장 직원이 제품의 특성에 따라 판매 기한과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관리도 쉽다. 오프라인 매장은 재고 소진뿐만 아니라 재고가 부족할 때도 도움이 된다. 온라인 주문이 폭증해 동난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 오아시스의 지난해 9개월 기준 재고 자산 폐기율은 0.18%에 불과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직영으로 운용하고 있는 오아시스의 오프라인 매장이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은 비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생산자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도 매입 원가를 낮추는데 기여했다. 오아시스는 소속 상품기획자(MD)와 생산자 간의 직접 계약을 기반으로 생산자 직배송 시스템을 운영한다. 중간 유통 마진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오아시스는 물류센터 설계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오아시스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은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으로 직접 국내외 물류센터를 탐방하고 하드웨어 제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김 의장은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소프트웨어 개발사 지어소프트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현장 인력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동선을 설계하고 모바일 자동화 프로그램 ‘오아시스루트(ROUTE)’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상품의 발주·입고·보관부터 선별·포장·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연동할 수 있다. 작업자들이 바코드 인식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상품 주문서의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들의 주문 내용과 상품 위치가 화면 창에 뜨고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면 최적 동선과 최적의 순서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싣는 여정 전체가 스마트폰에 한눈에 들어와 바코드 일련번호만 찍을 때보다 직관적이고 실수가 적다.

발주·입고·배송·고객센터·직원 성과 평가 등도 모두 모바일로 이뤄진다.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면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되고 포장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담당자는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다른 상품에 비슷한 문제 발생 시 관련 상품의 ‘출고 정지’ 버튼을 누르면 문제가 담당자에게 즉시 보고된다.
적자의 늪 ‘새벽 배송’ 시장 판도 바꾼 오아시스의 성공 비결[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 IPO 침체 딛고 흥행 성공할까
오아시스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총 523만여 주를 공모한다. 총 공모 금액은 희망 공모가 기준으로 1597억~2068억원, 시가 총액은 9700억~1조2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 회사로 쿠팡을 비롯해 남미의 핀테크 플랫폼 ‘메르카도 리브르’, 동남아시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씨(sea)’, 쿠팡, 세계 최대 핸드메이드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엣시(Etsy)’ 등 4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 거래 배수의 평균인 3.77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1조5417억원으로 평가했다.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 거래 배수는 엣시(6.69배), 메르카도 리브르(4.70배), 씨(2.34), 쿠팡(1.36배) 순이다. 오아시스는 적정 기업 가치에 22.7~40.3%를 할인해 희망 공모가를 계산했다. 공모가가 하단으로 결정되면 오아시스의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 배수는 2.37배다. 쿠팡보다 약 두 배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뜻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