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 “쌓인 데이터로 실험 통해 아이디어 검증”

[서평]
실리콘밸리에서 ‘챗GPT’ 혁신이 나오는 비결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스테판 H. 톰키 지음 | 안진환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1000원


실리콘밸리 세계에서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혁신이 쏟아진다. 최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챗GPT도 실리콘밸리에서 나왔다. 챗GPT와 같은 파괴적인 커다란 아이디어가 나오기 위한 대부분의 발전은 아주 작은 수백, 수천 개의 아이디어와 개선이 만든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개선하고 거대한 혁신을 만드는 과정에는 ‘실험’이라는 검증 단계가 꼭 필요하다. 스테판 H. 톰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급속한 발전 속도를 따라잡는 유일한 방법은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모든 리더는 혁신을 원한다. 문제는 그들이 혁신하고 싶어도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결정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도 잠재력이 얼마나 큰 지 알기 어렵다. 데이터와 정보 대신 경험과 직관, 신념에 의존한다. 리더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데이터와 정보를 결정에 도움이 되는 무기로 만들려는 모든 순간 기업은 실험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세계 최첨단에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비롯해 연간 1만 건 이상의 실험을 실시하는 기업들을 살펴본다. 실험을 통해 기업들은 실패 확률을 낮추고 경쟁자를 앞지르고 거대한 성장과 매출을 이뤘다. 무엇보다 실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실험 조직’이 됨으로써 혁신을 이뤘고 실험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미리 봤다. 그 기업들은 바로 아마존·이베이·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 등이다.

이제 기업은 데이터 채굴 작업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모은 데이터를 어떻게 혁신으로 이끌까, 새로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는 무슨 실험을 했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출간 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서에 이름을 올렸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는 실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은 주주 서한에서 “우리의 성공은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몇 차례의 실험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하며 아마존의 혁신 엔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실험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매순간 실험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홈페이지 내 신용카드 결제 제안 위치를 정하는 작은 결정부터 홀푸드 인수라는 큰 결정까지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직원은 검색 엔진에서 광고 헤드라인을 띄우는 방식을 바꿔 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큰 수고가 필요하지 않았다. 며칠간 작업 정도였다. 그 아이디어는 너무도 사소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역사상 가장 큰 매출을 불러올 아이디어인 것이 밝혀졌고 그 즉시 실행됐다. 당시 이 방식으로 검색 시장점유율은 8%에서 23%로 단번에 뛰어올랐다. 기업들은 실험을 통해 미리 고객이 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진짜 문제이고 어떤 아이디어가 새롭게 흐름을 바꿀 아이디어인지 알 수 있다. 작은 버튼의 위치 하나가 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불러올 수 있다.

실험을 통해 기업은 새로운 도전의 실패 확률을 낮추고 경쟁자를 앞질렀다. 그 무엇보다 모든 결정에 앞서 실험하는 실험 조직이 됨으로써 혁신을 이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험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에 부딪쳤을 때 가설을 세우는 법부터 실험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법까지 체계적으로 방법들을 안내한다. 간단한 대조 실험부터 테스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테스트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를 따르기가 쉽지 않다. 한 번의 실험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눈앞의 손익 계산이 꺼야 할 불처럼 다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위해 거듭된 실패 끝에도 원칙들을 준수하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선택의 순간에 놓인 리더와 기업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비즈니스 바이블로 도움을 주며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전미 언론사의 극찬을 받았다. 수많은 변수와 편향의 함정을 피해 비즈니스 성공률을 높이고 혁신을 이룰 길로 들어서는 새로운 실험의 설계서가 될 것이다.

박혜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