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K-드라마 여주인공의 부상(The rise of the K-drama heroine).’

지난 1월 CNN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작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성공을 거둔 후 나온 기사였다. 이 기사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성장 드라마는 K-드라마에서 여성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꼽았다.

이 기사는 올해 한국에서 어떤 드라마와 영화가 준비되고 있는지 알고 쓴 듯했다. 이후 K-콘텐츠에서 여성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히트하는 드라마와 영화 상당수가 여성이 주인공이다. 과거같은 힘없고 무기력한 존재가 아닌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여성이 점점 더 많이 묘사된다. CNN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맞서거나 여성의 모습에 대한 기존의 기대를 뒤집는 등 여성이 세상을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말 그대로 ‘센 언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의 주인공 황도희(김희애 분)는 재벌가 비리를 뒤처리하는 해결사였다. 하지만 한 직원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후 재벌가와 갈라선다. 그리고 그들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든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주인공 길복순(전도연 분)은 살인 청부업계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인물이자 동시에 한 아이의 엄마로 그려진다. 인기리에 종영된 JTBC 드라마 ‘대행사’의 고아인은 그룹 내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의 야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룹 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며 쟁취해 나가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콘텐츠는 더욱 그렇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상업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지금 이 시대, K-콘텐츠가 ‘센 언니’들의 활약에 주목하는 이유를 따라가 봤다.
 K-콘텐츠 점령한 ‘센 언니’들…유리 천장 뚫는 여성 서사의 진화[K-콘텐츠 뒤흔드는 걸크러쉬]
진화하는 ‘여성 서사’…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상승 반영
2022년 10월부터 방영됐던 tvN 드라마 ‘슈룹’은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의 궁중 분투기를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다섯 아들을 둔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은 중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살벌한 궁중 암투와 권력 다툼에 뛰어든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아들마다 고민을 품어 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품 넓은 엄마의 모습 또한 그려내며 큰 공감을 받았다. 늘 우아해야 하는 중전이지만 가끔은 욕도 하고 또 자식들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과거 사극에서 보던 중전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왕을 중심으로 한 정치 싸움의 주연이나 그림자 역할을 벗어나 엄마이자 중전으로서 여성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슈룹’은 최고 시청률 16%를 넘길 만큼 인기를 얻었다.

2022년 9월 방영된 tvN의 ‘작은 아씨들’은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서사에 한층 깊이를 더 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친절한 금자씨’ 등의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과 오랫동안 공동 작업해 온 정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인 네 자매는 물론 이른바 ‘빌런(악당)’도, 주인공의 가장 큰 조력자도 모두 여성이다. 이들은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다. 누구는 돈을, 누구는 사회 정의를 좇으며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은 아씨들’ 또한 시청률 10%를 넘기며 지난해 대박 작품 중의 하나가 됐다.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드라마나 영화는 최근까지도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며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3월 둘째 파트가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에서 복수를 꿈꾸는 인물인 문동은(송혜교 분)과 복수의 대상이 되는 박연진(임지연 분)은 모두 여성이다. 문동은의 조력자로 의사인 주여정(이도현 분)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가 의사인 이유는 ‘문동은과 사랑에 빠질 성공한 남자’의 역할이 아니라 ‘문동은의 복수를 위해 정말로 칼을 쥔 직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는 현재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 TV 콘텐츠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JTBC의 ‘닥터 차정숙’에는 의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전업 주부로 살아온 주인공이 경력 단절 20여 년 만에 다시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벌써부터 많은 공감을 얻으며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퀸메이커’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 시간 1위에 올랐고 ‘길복순’은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꿰찼다. ‘대행사’는 시청률 4%대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16%대로 막을 내렸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2000년대부터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일과 사랑에서 성공을 좇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와 비교해 최근 4~5년 사이에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여성들에 대한 묘사가 한층 풍성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직업이나 연령대는 물론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흐름에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OTT는 소수라도 단단한 시청층을 잡는 것이 수익에 중요하다.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한 ‘대박 작품’이 아니더라도 특정 시청자들과 탄탄한 공감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들에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늘고 다루는 인물상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끼어들 틈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는 이미 많다는 점에서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새로움을 더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남성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새로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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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속 여주인공, 신데렐라는 죽었다
“당신이 나를 공주처럼 대해줬을 때 나는 흰 드레스를 입은 열아홉 살 소녀였죠. 나는 당신의 환상에 맞추기 위해 그저 얌전히 앉아 있었어요. … 내가 나쁜 여자라는 걸 잊고 있었죠. 그저 습관에 지나지 않았던 모든 규칙들을 다 깨뜨려요. 신데렐라는 더 이상 없죠.”

지난해부터 틱톡에서 유행 중인 에멀린의 ‘신데렐라는 죽었다(Cinderella's dead)’의 노래 가사다. 틱톡을 이용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과거의 사진과 지금까지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30초 남짓 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메시지에 공감하는 모습에서 요즘 시대가 원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읽을 수 있다.

‘주체적인 여성상’에 대한 대중의 욕망은 상업 영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변쳔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강하고 의협심 넘치는 남성 슈퍼히어로를 앞세웠던 마블은 최근 들어 ‘캡틴 마블’에 이어 ‘블랙 위도우’까지 여성 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들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2022년 11월 개봉된 ‘블랙팬서’에서도 블랙팬서였던 트찰라의 죽음 이후 새롭게 블랙팬서가 된 인물은 그의 여동생인 슈리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미디어들이 ‘여성 히어로’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여성 히어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41년 탄생한 ‘원더우먼’을 포함해 대부분이 글래머러스한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의상에 중점을 뒀다. 남자 주인공의 보조나 비서 역할에 주로 머물렀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여성 히어로들은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중점을 맞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슈퍼 히어로는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인물의 이상형으로 볼 수 있다”며 “여성 히어로들의 등장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4~5년 사이에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K-콘텐츠 속 ‘센 언니’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역할의 변화는 물론 여성들 스스로 자신들에게 ‘예전과는 다른 성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 투영된 결과인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오랫동안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손목을 잡히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된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씩씩한 여주인공이 능력 좋은 남주인공과 사랑을 이루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능력에 대한 묘사 또한 변화가 있었다.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도 달라졌다. 조금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가길 원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결혼’이라는 사회적 관습을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결국 멋지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맺어지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여주인공 삼순이(김선아 분)만 떠올려 봐도 이와 같은 공식이 맞아떨어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나 위치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무렵부터다. 그해 개봉된 ‘국가부도의 날’에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맞서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이다. 2016년 좀비를 등장시킨 대표적인 영화 ‘부산행’에서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2020년 또 다른 좀비 영화로 부산행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총을 들고 스스로를 지키며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여전사로 그려진다.

2019년 개봉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동갑으로 둘 다 미혼인 남녀의 대화다. 대화는 남자가 먼저 시작한다. “나이는 많아가지고, 짠하다. 짠해” “나이는 뭐 나 혼자 먹니? 너도 노총각이야.” “야, 어디 남자랑 여자가 같애?” “그럼 같지? 너는 다르다고 배웠니?”

이 시대의 여성들은 학교에서부터 ‘남자와 여자는 다르지 않다’고 배웠다.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직장에 취직했지만 현실은 배운 것과 달랐다. 이 즈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내세우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흐름의 정점에 서 있는 영화가 2019년 개봉된 ‘82년생 김지영’이다. 이 영화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을 넘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여성 서사’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이 작품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관객의 공감’을 ‘시장의 흥행’으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계에는 오랫동안 ‘여성 주연의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첫날부터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이 영화는 267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여성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 이 영화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오래된 편견을 깨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여성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도록 물꼬를 터준 셈이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3월 ‘여성들의 전진: 더 입체적인 주인공들과 함께 진화하는 한국 드라마’라는 칼럼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여성을 사회의 밑바닥에 뒀지만 그로 인해 고난과 편견을 극복하는 강인하고 창의적인 여성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이와 같은 특징들이 최근의 K-콘텐츠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여성과 남성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다. 이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관객들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들의 공감도 자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김은영 고려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외래교수는 “사회적으로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여성이 자신들의 욕망을 표출하는 것을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며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한 것과 함께 구매력이 높아진 것 또한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진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 속 ‘센 언니’들의 등장은 미디어 시장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여성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K-콘텐츠 속 더 많은 ‘센 언니’들의 활약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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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강하고 진취적인 K-드라마 속 여성들…하지만 현실은?
지난 1월 K-콘텐츠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를 분석한 CNN의 기사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드라마 속 여성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지만 현실에서 한국의 여성들은 여전히 성평등을 가로막는 장벽에 막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성 격차 지수에서 146개국 중 99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1.1% 임금을 적게 받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수치다.

이와 같은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는 단순히 TV 제작자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인 뿐인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에 ‘현실이 아닌 것’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WEF와 OECD 수치에는 나타나지 않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K-콘텐츠의 여주인공들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결혼’이 있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결혼’에 대한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결혼에 관심이 없다. 결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와 같은 사회적인 변화가 드라마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위해 주인공이 결혼에 얽매일 필요가 사라지면서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더 늘어나게 됐고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사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들은 이미 한국을 넘어 인도와 필리핀 등의 국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을 “성적 주체성을 지닌 놀라운 여성들”이라며 “사회적인 금기가 만연한 사회에서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놀라움과 충격을 준다”고 일간지 ‘더 힌두’에 게재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