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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지난 2월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인정한 후 석 달째 부정적인 진단을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10가지 숫자로 살펴봤다.
1, 1.5%. 또 낮아진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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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가 위험한 것은 세계 경제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한국과 달리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41개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올 1월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다. 특히 IMF는 지난 1월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하며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과 비교해 더 낮았던 것은 1967년 이후 65년간 두 차례뿐이었다.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 위기 때다. 2. 496억 달러. 줄어드는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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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월별 수출액이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작년 동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이후 7개월 연속으로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줄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 밖에 석유화학(-23.8%), 철강 제품(-10.7%), 디스플레이(-29.3%) 등의 수출이 줄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26.5% 감소한 영향이 컸다. 또한 미국(-4.4%)과 아세안(-26.3%) 수출도 줄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가 개선될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3. 250억 달러. 급증한 무역 수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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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으로 발생하는 국제 수지를 뜻하는 ‘무역 수지’는 국가의 해외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쉽게 말해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다.
무역 적자가 더 문제가 되는 배경도 있다. 최근 가뜩이나 높은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 또한 더욱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4월 17일 대외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이 100.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지표가 100%를 돌파한 것은 2013년(101.1%) 이후 처음으로,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가 그만큼 ‘외풍’에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월 들어 적자 폭이 26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이 위안이라고나 할까.
4. 1340원. 나 홀로 약세 원·달러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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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도 주요국 통화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난 4월 달러 자체는 전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원화가 더 약세를 보여 환율이 상승했다. 4월 주요 26개국 통화 가운데 원화는 하락 폭(-2.7)이 셋째로 컸다. 원화보다 더 많이 하락한 화폐는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이 100%에 달한 아르헨티나의 페소(-6.1%)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루블(-2.8%)화뿐이었다.
국가 간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은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지표다. 수출과 수입은 물론 물가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입 상품과 함께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5. 3.7%. 진정된 물가 상승률? 유가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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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근원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변동성이 비교적 작은 품목들의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4.6% 상승했다. 지난 1월(5.0%), 2월과 3월(4.8%)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변화율을 뜻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소비자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6. 3.69bp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폭, 불황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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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은 만기가 길수록 높아진다. 하지만 가끔 단기 이자율이 장기 이자율보다 높아질 때가 있다. 국채를 파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채 가격이 높아지고 이때 국채 금리는 하락한다. 장기 채권 이자율이 단기채 이자율보다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채를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국채 장기물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을 경기 불황의 강력한 신호로 판단하는 이유다.
채권 시장에서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을 특히 주시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난 이후 1~2년 이내 경기 침체가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
7. 2.7%. 낮은 실업률…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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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경제 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23년 3월 한국의 실업률은 2.7%로 전월인 2.6%와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실업률은 2021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기준 만 15~29세 청년의 실업률은 6.7%(청년 경제활동인구 417만 명 중 실업자 27만9000명)으로 1999년 6월 이후 역대 1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낮아진 실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여성과 고령층 중심으로 취업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실제 최근 5년간 늘어난 전체 취업자 수 중 60세 이상이 49%를 차지한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낮아진 것 역시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 등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등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일자리는 가계 소득의 원천이다. 이 때문에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실업률’은 그 나라의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가 된다.
8. 105.1%.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한국 경제의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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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한국 경제의 주체인 가계의 소득과 여건에 비해 과도한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보고서에서는 가계 부채 비율이 80%를 초과해 계속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계 부채의 심각성은 실제로 다른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3월 3월 개인 회생 사건 접수는 1만1228건으로 전년(7455건) 대비 50.6% 급증했다. 개인 회생 제도의 월간 신청 건수가 1만 건을 웃돈 것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9. 0.10%. 4년 만에 최고 찍은 어음 부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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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부도율은 일정 기간 어음 결제소에서 거래된 총교환 금액 중 잔액 부족으로 부도가 난 어음 부도액의 비율이다. 지난해 기업 어음 부도율이 높아진 데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업 전반의 자금 경색이 심화된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해 부도 금액 역시 2조2520억원으로 2021년(1조9032억원) 대비 18.3% 급증했다. 이 또한 2018년(2조915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10. 5만2333건. 3월 늘어난 주택 거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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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만2333건으로 전월 대비 27% 증가했다. 한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5월 이후 올해 1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0만8790건으로 전년 동기(101만5171건) 대비 49.9% 감소했다. 2006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올해 2월 이후 소폭이지만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3월 기준 주택 매매 거래량을 전년 동월(22년.3월, 5만3461건)과 비교하면 2.1% 낮은 수치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계된 주택 매매 거래량 또한 11만9285건으로 전년 동기(13만8349건) 대비 13.8% 감소했다.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 또한 3월 기준 전국 8만6444호로 전년 동기(11만2282호) 대비 2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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