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가운데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한 애플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은 5월4일 올해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 948억4000만 달러(125조8천52억원)와 순이익 241억6000만 달러(32조48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감소했고, 순이익은 3.4% 줄어들었다. 지난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애플의 매출은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929억6000만 달러(123조3천114억원)를 상회했다. 주당 순이익도 1.52달러(2016원)로 예상치 1.43달러(1896원)를 웃돌았다.

아이폰 매출이 증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년 전보다 2% 늘어난 513억3000만 달러(68조892억원)로 집계되며 실적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84억 달러(64조 2026억원)도 뛰어넘었다. 다만, 노트북과 PC의 매출이 예상치보다 9%가량 밑돌았다.

애플은 지난해 말 협력 업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생산에 문제를 겪었다. 중국의 코로나19 규제로 최대 아이폰 위탁생산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었다. 애플의 이와 같은 매출 증가세는 지난 수년간 발목을 잡았던 공급망 문제와 부품 부족 문제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겪은 후 아이폰 공급은 회복됐다”며 “지난 3년간 공급망은 팬데믹, 칩 부족 문제, 거시경제 요인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로 인도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처음 인도에서도 최신 기종인 아이폰14를 생산하는 등 인도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매출에 있어서도 ‘탈 중국’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의 아이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며 매출액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178억달러(약 23조6384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을 대신해 애플이 공략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은 인도다. 루카 마에스트리는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남아시아, 인도, 라틴 아메리카, 중동과 같은 신흥 시장이 아이폰 수요를 견인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국 다음 생산 거점으로 점 찍은 인도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는 최근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애플은 인도를 새로운 성장을 이끌 잠재적 주요 시장으로 주목해 왔다.

쿡 CEO는 실적 발표 후 인도 사업에 대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의 매우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인도는 '티핑 포인트'(호조로 전환되는 급격한 변화 시점)에 있으며 애플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뭄바이와 뉴델리에 처음 문을 연 두 개의 매장은 회사의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4월18일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4월20일에는 뉴델리에 2호점을 개점한 바 있다.

인도는 원래 상대적으로 값싼 스마트폰 판매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가 스마트폰 판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체 판매량에서 400달러 이상의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4%에서 현재는 10%로 상승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