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5월14일 치러진 대선 결과 승자를 가리지 못해 결국 결선투표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20년간 튀르키예를 철권통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튀르키예는 2주 후 이번 선거의 득표율 1,2위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튀르키에는 14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선거를 그대로 종료할 예정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표가 절반 정도 진행될 때 까지만 해도 득표율이 과반을 넘기며 승리를 확정 지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개표가 90% 이상 진행되면서 득표율이 과반 미만으로 내려갔다. 대선 개표가 약 95% 진행된 시점에 49.52%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후보도 50% 넘게 득표하는 데 실패했다. 결선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다투게 될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44.7%의 득표율을 얻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라츠다로을루 후보의 결선투표가 확실시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 두 사람의 득표율이 워낙 근소한 차이였던 데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클라츠다오을루 후보의 지지율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4~5% 앞선 바 있기도 하다. 누구도 결선 투표의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친러 성향을 이어가고 있으며, 클로츠다로을루 대표는 친서방 성향이 강하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하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유럽 전체 안보와 국제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이 튀르키예의 만성적인 경제난과 최악의 대지진 직후 펼쳐진 선거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수출을 우선시하며 중앙정부가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단행했다. 통상적인 경제관념과 어긋난 정책의 결과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이 85.4%에 달하는 등 경제난이 가중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2월 ‘세기의 지진’으로 꼽히는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나 5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비극을 겪었다. 대통령은 지진 초기 미숙한 대응과 과거 수년간 대규모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민심을 잃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건국 100년 역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10년 더 연장할지, 아니면 권위주의 통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지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총리 재임 기간(2003~2014년)을 포함해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30년 장기 집권을 노려왔다.

한편, 튀르키예 대선이 혼전을 거듭하며 리라화 가치가 두 달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경제적인 여파도 커지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에 따르면 리라화 가치는 튀르키예 대선 및 총선 다음날인 5월15일 장중 한 때 달러당 19.70리라를 기록했다. 대지진 직후였던 지난 3월 달러당 19.80리라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