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 “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 전성시대, 곧 열립니다” [비즈니스 포커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자리한 교촌치킨 다산신도시 1호점. 이곳 주방엔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치킨 튀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주방 한가운데는 한창 닭을 튀기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얀 로봇 팔 몇 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김종복 사장이 치킨을 반죽한 뒤 튀김기에 넣으면 튀겨진 치킨을 분리하고 다른 튀김기로 전달하고 조리 시간에 맞춰 꺼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로봇의 손에 넘어간다. 말 그대로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김 사장은 “뜨거운 기름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화상 등의 사고가 많았는데 로봇이 위험한 일을 맡아주니 일이 수월해졌다”면서 “로봇 덕분에 치킨을 튀기는 데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개인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데 시간이 많아진 것이 가장 좋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2021년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교촌치킨 주방의 ‘일손’을 돕고 있는 이 로봇은 한국의 대표적 자동화 로봇 기업인 ‘뉴로메카’에서 개발한 협동 로봇 ‘인디’다. 뉴로메카를 이끌고 있는 박종훈 대표는 포스텍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고 포항지능로봇연구소와 원익로보틱스 등에서 30년간 경력을 쌓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전문가’다.

5월 8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뉴로메카 본사에서 ‘K-로봇의 전성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로봇이 공장이나 가게를 넘어 가정에까지 들어와 우리의 일상을 함께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이면서도 안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 더 쉽고 더 안전하게

2013년 설립된 뉴로메카는 최근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협동 로봇 제조 업체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물류 창고 등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로봇에 바퀴를 장착해 굴러다니도록 한 ‘이동 로봇’과 자동차 공장 등에서 용접이나 페인팅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마치 사람의 팔처럼 생긴 ‘로봇 팔’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산업용 로봇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소위 ‘스마트 팩토리’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업용 로봇 팔이 매우 빠르게 왔다 갔다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그런데 이와 같은 산업용 로봇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위해 따로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그 내부에서 움직이도록 설치하도록 돼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공장 자동화 등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게 가능한 대기업 등이 아니라면 중소기업에서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협동 로봇은 다품종 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중소 제조기업들이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로봇의 크기를 ‘소형화’함으로써 거대한 안전 펜스를 따로 설치하지 않도록 작업 공정을 자동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데다 그만큼 설치하고 활용하는 데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작업에 특화돼 있는 대형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 로봇은 다양한 작업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실제로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인 ‘인디’는 중소 제조업체의 현장에 투입돼 무거운 물건을 집어 옮기는 것과 같은 반복 작업은 물론 치킨을 튀기거나 피자를 굽는 등 식음료 공정까지 매우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은 현재 한국 100여 곳 이상의 중소 제조 기업 생산 라인에 도입돼 있고 치킨·피자·휴게소 등 식음료(F&B) 조리 자동화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박 대표는 “2019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중소 제조 기업들 또한 현장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았다”며 “중소 제조 기업 현장의 자동화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협동 로봇 시장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현재 뉴로메카 고객의 60~70%는 중소 제조업체들이다.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 ‘인디’가 주목받는 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기존에 사용되던 충돌 감지 센서를 인공신경망 기술로 대체해 충돌을 감지하고 비전 센서로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협동 로봇인 셈이다. 현재 30여 건 이상의 특허 등록과 70여 건의 특허 출원으로 이 분야에서 한국 최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협동 로봇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속 고정밀 델타로봇 디(D)와 자율 이동 로봇 모비(Moby) 등도 개발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기술력, K-로봇의 경쟁력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뉴로메카의 높은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신흥 기술 보고서에서 ‘스마트 로봇 공학 기술 혁신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트너는 이 보고서에서 뉴로메카를 “소규모 기업 환경에 특화된 경제적인 스마트 로봇 전문 제조사”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뉴로메카는 협동 로봇을 제작해 판매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중소 제조업체들이 로봇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로봇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트너가 이와 같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뉴로메카는 현재 협동 로봇 중심의 서비스로서의 로봇(RaaS : Robot as a Service)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로봇 플랫폼 서비스인 ‘인디고’가 대표적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자동화에 도입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협동 로봇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분석과 설계·설치·운용·유지·보수 등에 이르는 작업은 물론 현장 직원들에게 로봇 사용법을 교육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박 대표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로봇 자동화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좋은 로봇을 싸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로봇 자동화와 관련해 원하는 것들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한다. 그는 “로봇 자동화라는 게 한 번 설치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보수 작업이 필요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로봇 자동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조 현장에 파견돼 로봇과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고 있는 이들을 ‘인디PD’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로봇과 원활하게 협동하며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말하자면 로봇 시대에 새롭게 탄생한 직군인 셈이다.

뉴로메카는 이와 함께 ‘인디케어’라는 로봇 원격 관리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뉴로메카의 인디PD가 직접 제조 현장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로봇의 실시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로봇 자동화는 기본적으로 ‘현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온라인화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부분들을 표준화해 온라인으로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협동 로봇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뉴로메카는 2021년 73억5125만원을 올렸고 지난해 전년 대비 32% 정도 증가한 97억5464만원을 거뒀다. 로봇과 자동화 솔루션의 비율이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매년 약 60%씩 성장해 왔다.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2020년 로봇 분야의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뒤 2021년 11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뉴로메카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근처 플루거빌에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베트남과 중국에 이은 셋째 해외 법인이다. 미국 법인은 영업 파이프라인 발굴과 고객 관리, 애프터서비스센터의 역할을 맡게 된다.

박 대표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을 갖추고 있는 국가지만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로봇 제조 산업이 발달해 있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니다”면서 “로봇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K-로봇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뉴로메카의 협동 로봇을 선보일 수 있는 ‘쇼룸’을 먼저 오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음식 조리에 활용하는 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선보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로봇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뉴로메카의 궁극적 목표는 로봇 자동화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 시장보다 로봇 자동화 솔루션 시장이 3~4배 정도 크다는 것이 박 대표의 귀띔이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생태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로봇 제조는 물론 로봇 플랫폼과 솔루션·서비스까지 로봇 산업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로봇 전문 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