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 “상위 10%가 전체 소득 50% 차지…인공지능이 불평등 키울 것”
지난 40년간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은 심각한 수준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사회적 불안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안정성을 해치며 지정학적인 위협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5월16일 “증가하는 불평등: 우리 시대의 주요 이슈”라는 보고서를 통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한국 등 주요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아 쿠레시 글로벌 경제 및 개발 부문 선임연구원은 “지난 40년간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전반적으로 증가해 왔다”며 “현재 글로벌 불평등은 지난 20세기 초 전 세계 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최상위층에 소득 집중, ‘불평등’ 해결 위한 공공정책 강화해야

소득 불평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이, 신흥국 가운데서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불평등 증가폭이 컸다. 국가 내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높았다.

불평등의 증가는 특히 소득 분포의 최상위에서 두드러졌다.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선진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0~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흥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60%를 차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와 비교해 하위 50%의 소득 점유율은 크게 감소해, 소득 분배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선진국) 자료=브루킹스 연구소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선진국) 자료=브루킹스 연구소
쿠레시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분포의 최상위층에 소득이 집중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추세는 중산층의 약화와 함께 계층 이동성 감소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글로벌 불평등은 완만한 감소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중산층의 약화가 지속된다면 2000년 이후 불평등의 완만한 감소세가 정체되거나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설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국가 내 불평등이 증가한 것과 비교해 선진국과 신흥국들 간의 불평등(1인당 소득 차이 반영)은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레시 연구원은 “세계화로 인해 국가 내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가 내 불평등이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다”며 공공정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없다면 현재의 높은 수준의 불평등은 지속되거나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인공지능과 이와 관련된 새로운 디지털 기술 및 자동화의 물결은 국가 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여파 또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또한 국가 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저소득층과 국가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더 취약할 뿐 아니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다”며 “기업과 근로자가 새로운 기회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공공정책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