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아이돌 그룹명은 누구의 것일까[문진구의 지식재산권 산책]
최근 유명 아이돌 그룹의 전 소속사가 그룹명에 대한 권리를 아이돌 그룹 멤버들 측에 이전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연예 기획사는 일반적으로 소속 연습생 가운데 일정한 수의 멤버를 하나의 아이돌 그룹으로 구성하고 그 아이돌 그룹의 명칭을 정한다. 아이돌 그룹이 연예 활동을 하고 인기를 얻어 감에 따라 그룹명은 큰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무형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그룹명은 멤버의 것일까, 아니면 소속사의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가 공표한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 전속계약서’의 퍼블리시티권 조항을 보면 ‘기획업자’는 계약 기간에 한해 본명·예명·애칭을 포함한 ‘가수'의 모든 성명·사진·초상·필적·음성 등 일체의 것을 업무와 관련해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그 이용 권한은 즉시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룹명도 아이돌 그룹 멤버의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일까.

A 그룹의 전 소속사가 A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 음반을 출시하자 A 그룹의 멤버들이 전 소속사를 상대로 성명 사용 금지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예인의 경우 예명 또는 그룹명은 실명 못지않게 중요하고 대중에게 예명 또는 그룹명으로 인식되고 다른 연예인과 식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연예인의 예명 또는 그룹명 역시 성명권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즉 성명권·퍼블리시티권이 멤버들에게 귀속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그룹명이 반드시 멤버의 성명권·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소속사는 아이돌 그룹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그룹명의 가치는 일정 부분은 이 같은 투자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변경될 수 있고 아이돌 그룹 중에는 멤버를 확정하지 않는 형태도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실제 많은 전속 계약서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을 멤버 개인의 동일성(identity)을 나타내는 것으로 한정하면서 그룹명에 대한 모든 권리가 소속사에 귀속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이 유효한지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텐데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떠나 그 규정 자체로 무효라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소속사가 그룹명에 대한 상표를 출원해 상표권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표권은 등록주의의 원칙에 따라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가 귀속된다. 그룹명에 대해 멤버가 성명권·퍼블리시티권을 갖는 것과 소속사가 상표권을 갖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문제는 소속사와 멤버 사이의 전속 계약이 종료됐을 때 일어난다. 멤버가 그룹명을 사용하는 데 대해 전 소속사가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표준 계약서의 상표권 조항을 보면 기획업자가 가수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것을 사용해 상표를 등록할 수 있지만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상표를 가수에게 이전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기여가 있는 경우 가수에게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의 조항이지만 그룹명에도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앞서 말한 대로 실제 많은 전속 계약서에서는 전속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소속사가 멤버에게 그룹명의 상표권을 이전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다.

결국 그룹명과 관련해서는 멤버의 성명권·퍼블리시티권, 소속사의 상표권이 충돌하고 전속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분쟁의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처음 언급한 사례에서 전 소속사는 그룹명의 상표권을 아이돌 그룹 멤버들 측에 무상으로 이전했는데 보통은 이런 경우가 없기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