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1억 명 가입, 챗GPT보다 빠르다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 격인 소셜 미디어 서비스 스레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월 5일 출시 이후 나흘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섰다. 틱톡·인스타그램·챗GPT가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서는 데 걸린 기간이 각각 2년 반, 9개월, 2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역대 SNS들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저커버그 CEO는 스레드의 성장 속도를 두고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레드의 이번 성적은 아직 유럽 지역에서 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 간 개인 정보 결합을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도입하며 스레드가 이 법에 저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동안 출시가 보류된 상태다. 스레드의 유럽 출시가 이뤄진다면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스레드는 트위터의 라이벌을 목표로 출시된 만큼 기능적인 면에서 트위터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트위터의 게시물이 최대 280자로 제한돼 있다면 스레드는 이보다 긴 500자까지 허용하고 있다. 게재할 수 있는 동영상 또한 트위터가 2분 20초인데 반해 스레드는 최대 5분까지 조금 더 긴 영상을 올릴 수 있다. 트위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해시태그 기능이 없고 일대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DM 기능이 없다는 것 또한 차이점이다. 게시물을 등록한 뒤 수정 기능이 없다는 것 또한 트위터와 다르다.
트위터와 비교해 스레드의 가장 큰 차이는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에 있다는 데서 나온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 이용자는 회원 가입 절차 없이 스레드에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작성한 프로필은 물론 기존에 팔로우한 계정 또한 스레드에 그대로 옮겨 올 수도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가입자는 12억8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스레드로 넘어오는 구조다.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중심으로 한 SNS라면 스레드는 텍스트 중심의 소통을 위한 SNS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트위터가 익명을 중심으로 하는 소통의 공간이라면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돼 있어 ‘익명 가입’이 어려운 특성을 띤다. 하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점이 ‘자기 과시’를 위한 소통이 많은 인스타그램이나 ‘익명을 무기로 혐오 표현’이 적지 않은 트위터와 비교해 스레드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분위기다.
유명인들의 가입 소식 또한 ‘스레드 열풍’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스레드 출시 직후 “스레드 애플리케이션(앱)에 뛰어들게 돼 흥분된다”고 첫 글을 달았다. 이에 저커버그 CEO 또한 “솔직히 꽤 훌륭한 점프”라고 댓글을 달며 게이츠 창업자를 환영했다. 연이어 유명 방송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가수 제니퍼 로페즈, 요리사 고든 램지 씨 등이 스레드에 합류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포함해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도 잇달아 뛰어드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등 정치인들은 물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스레드 계정을 열었다는 소식을 남겼다. 넷플릭스·에어비앤비·마블스튜디오·스포티파이 등 유명 브랜드 계정들도 대거 열렸다.
머스크가 ‘스레드 홍보 일등 공신’, 최대 위기 맞은 트위터
메타가 지금 이 시점에 굳이 트위터의 대항마인 스레드를 출시한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트위터는 2022년 머스크 CEO의 품에 안긴 이후 줄곧 위기설에 휩싸여 왔다. 인수 직후 직원의 약 80%를 해고하는가 하면 혐오 표현이나 거짓 정보, 포르노그래피 등의 콘텐츠가 증가하며 콘텐츠 관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주들이 떠나면서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약 5주간 트위터 광고 수입은 약 8800만 달러(약 1143억7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9% 정도 감소한 상태다.
트위터의 최근 정책 또한 이용자들의 ‘트위터 대탈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의 구독 수익 증가와 비용 절감을 앞세우며 계정 인증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유료화했다. 최근에는 월 사용료를 내지 않는 무료 계정에 월별 조회 가능 게시물에 제한을 두는 등 조치를 강행하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머스크 CEO의 트위터 정책은 많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낳았고 트위터를 이탈하기 위해 대안 SNS를 찾아 나서는 ‘트위터 대탈출’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마스토돈’과 같은 신상 SNS들이 새롭게 부상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확고하게 트위터의 대체재로 자리 잡은 SNS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타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공략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 CEO가 애초부터 트위터 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탈한 트위터 이용자를 흡수할 목적으로 출시한 SNS가 스레드인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큰 ‘스레드 돌풍’에 놀란 것은 트위터 또한 마찬가지다. 트위터가 그 무엇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스레드 열풍이 실제 ‘트위터의 가입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7월 10일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스레드 서비스 개시 이후 이틀 동안(7월 6~7일) 트위터 사용자 트래픽은 전주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사람들이 스레드와 트위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대신 ‘트위터 탈퇴 후’ 스레드로 넘어가는 비율이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머스크 CEO의 ‘스레드’에 대한 견제는 이미 출시 한참 전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머스크 CEO가 저커버그 CEO에게 ‘철장(종합 격투기 링) 싸움’을 제안한 것 또한 그 발단은 스레드였다. 한 트위터 사용자의 ‘스레드가 트위터를 넘어설 수 있을까’는 질문은 두 사람의 ‘철장 싸움’으로 이어졌고 이는 수많은 밈을 낳았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머스크 CEO가 메타의 ‘스레드 출시’를 홍보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머스크 CEO는 스레드 출시 직후 트위터에 “스레드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뺀 것에 불과하다”며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스레드 가입자로 둔갑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레드 출시 다음 날인 7월 6일 트위터의 알렉스 스피로 변호사가 저커버그 CEO에게 “메타 플랫폼(메타)이 트위터의 영업 비밀과 기타 지식재산에 대한 조직적이고 고의적이며 불법적인 도용에 관여했다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트위터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게 집행할 계획이고 메타가 트위터의 영업 비밀이나 기타 고도의 기밀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스레드 열풍이 거세지면서 저커버그 CEO에 대한 머스크 CEO의 도발은 점점 더 막장을 치닫는 중이다. 스레드의 가입자가 1억 명을 넘긴 7월 9일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서 한 사용자의 게시물에 ‘저크는 약골(cuck)’이라는 댓글을 달며 ‘선 넘는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커크(cuck)’는 남성성이 부족한 남성을 얕잡아 이르는 미국 속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 머스크 CEO는 저커버그 CEO에게 노골적으로 “성기(dick) 크기를 재보자”며 자 모양의 이모티콘을 붙이는 등 막장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저커버그 CEO는 이 같은 머스크 CEO의 도발에 7월 1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미들급 챔피언 아데산야,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와 함께 타호 호에 자리한 훈련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스레드가 트위터의 대안 SNS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6월 기준 트위터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5억3500만 명이다. 아직 스레드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트위터가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트위터는 단순한 위기를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데까지 몰릴 수 있다. 머스크 CEO의 SNS 도발 수위가 점차 거세지는 데는 이와 같은 위기감이 깔려 있다. ‘SNS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두 빅테크 CEO들 간의 경쟁이 ‘비즈니스의 혁신’이 아닌 ‘막장 수준의 신경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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