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전업자녀 급증, 중국 경제 얼마나 나쁘길래?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8월 15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8%로 예측했다. 지난 4월 6.4%였던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5월 발표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2%에 그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을 5%로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을 제외하고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가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다. 미국은 1.4%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5%는 그렇게 낮은 수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중국 경제의 위기’를 말한다. 이유가 있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중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다. 1991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07년에는 경제성장률이 14%에 달했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과거 중국 경제 성장 속도와 비교하면 ‘경제성장률 5% 목표치’는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마저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는 이 밖에도 많다. 중국 경제는 내수 소비 시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부동산 시장 그리고 수출의 3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핵심 지표가 모두 좋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8월 7일 발표한 7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마이너스 0.3%, 마이너스 4.4%다. 대표적 실물 경제 지표인 두 지수가 뒷걸음질 친 것은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인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며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실업률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7월 기준 중국의 전체 실업률은 5.3%였다. 문제는 청년 실업률이다. 지난 4월 이후 석 달 연속 20%를 웃돌고 있다. 창업 열기가 꺼지며 쏟아져 나오는 대졸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다.
투자도 하지 않는다. 1~7월 누적 고정 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부동산 부문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년 동기 대비 부동산 부문의 고정 자산 투자는 8.5% 줄었다. 수출도 빨간불이다.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3개의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질문2- 중국의 디플레이션, 뭐가 문제일까?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반대다. 오히려 물가가 떨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 가는 물가에 고통받는 시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까. 그런데 세계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리오프닝’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보상 소비’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에서 소비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율은 77.2%다. 중국 경제 회복의 ‘핵심 동력’이다.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지갑을 닫았다. 기대했던 것만큼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기업들은 팔리지 않는 물건을 처리하기 위해 값을 내리기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의 경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디플레이션이 중국 경제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시작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고 자연히 투자도 감소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버는 돈이 줄면 사람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이는 또다시 기업들의 이익에 악영향을 준다. 활력이 떨어진 시장에 외국인들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디플레이션은 부채 비율이 높은 중국 경제에 특히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중국 가계의 순자산이 감소하면 이는 대출 상환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과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재정개발연구원(NIFD)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63.5%에 달한다. 현재 이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IMF는 현재 GDP 대비 가계 부채가 65%가 넘으면 금융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레드라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 부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는 158%로 주요 7개국(G7) 평균(98%)보다 훨씬 높다.
중국 경제가 ‘악순환’에 빠져들면 이는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성장 엔진’이 멈추면 글로벌 경제도 휘청거릴 수 있다. 캐나다 금융 리서치 업체 BCA리서치는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40%를 담당했다고 분석했다. IMF는 향후 5년간 세계 GDP 성장에 중국이 22.6%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5년간 미국의 기여도를 11.3%로 예측한 것과 비교해 중국의 기여도가 미국보다 2배 이상 클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질문3. 중국의 소비자들은 왜 지갑을 닫았을까?
최근의 중국 경제와 관련해 화제를 모은 한 편의 기사가 있다.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연구소 소장이 8월 2일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 칼럼이다. 포센 소장은 이 칼럼에서 “중국 경제가 장기적 코로나19 후유증(economic long COVID)을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중국 경제는 급성기(3년간의 매우 엄격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인들은 경제 불안 속에서 돈을 소비하기보다 저축하고 있다”며 “중국의 저금리 정책에도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은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부동산 위기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NIFD의 발표에 따르면 부동산이 투자와 정부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다.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가 금지돼 있는 중국에서 지방 정부는 땅을 빌려주고 받은 돈으로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중국 전체 경제가 무너지는 구조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약 70%에 달한다.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중국인들의 경제적 불안감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최근 연일 하락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8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70개 도시의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23% 떨어졌다. 0.06% 감소한 6월과 비교해 하락 폭이 대폭 커진 것은 물론 시장 전망 예상치(0.3% 상승)도 완전히 빗나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15일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며 “중국 가계가 미래 소득 전망과 주요 금융 자산인 주택의 안정성에 대해 매우 심각한 자신감 상실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자리 감소도 중산층을 약화시켜 소비를 둔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1~2년 사이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70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알리바바도 지난 1년 사이 2만여 명을 구조 조정했다. 신규 채용도 멈췄다. 장기화된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영향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직격탄이 됐다. 빅테크에 취직을 목표로 했던 정보기술(IT)을 공부한 대학 졸업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역대급 취업 한파에 갈 곳을 잃은 젊은이들이 택한 곳은 음식 배달원이나 인터넷 예약 차량 운전사였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탕핑족’ 혹은 ‘전업 자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20%를 웃도는 중국 청년층의 실업률 문제가 특히 심각한 이유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탕핑족과 전업 자녀들처럼 취업 의사가 없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청년 실업률을 46.5% 정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목되는 되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무너진 신뢰다. 이는 특히 포센 소장이 그의 칼럼에서 날카롭게 지적한 문제이기도 하다. 포센 소장은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팬데믹에 극단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경제 발전은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정권은 정치적으로 순응하는 기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이와 같은 전략으로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게 되면 정권은 경제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그에 따라 기업과 가계는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안전을 위해 ‘투자’ 보다 ‘현금 보유’를 선호하게 되고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특히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무너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중국 정부는 수년간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경제 통제권을 강화하고 대형 민간 기업을 위협해 왔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기업인들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테크 기업은 물론 온라인 교육,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엄격한 단속을 이어 왔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성장에 큰 부침을 겪었다. 중국 정부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난 7월 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민간 기업을 국유 기업과 동일하게 대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과 민간의 신뢰를 되찾고 활력을 잃어버린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질문 4.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시발점은 2021년 부동산 개발 업체 형다그룹의 부도다. 이후 7월 다롄완다그룹에 이어 최근에는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 위기까지 불거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헝다그룹과 함께 업계 1위 자리를 다투던 회사다. 현재 중국 내에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만 3000여 건에 달한다. 헝다의 700여 건과 비교해 4배 이상 많다.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 시장으로 전이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중국 부동산이 반등할 것으로 믿고 비구이위안에 대규모 투자를 한 중룽국제신탁이 지난 7월 만기인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이는 이 회사의 대주주인 자산 관리 업체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점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중즈그룹의 자산 관리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원)에 달한다. ‘중국 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 시장으로 전이된 공포에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달러당 7위안’은 이미 지난 5월 깨졌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달러를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이후 위완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8월 11일 이후 매일 0.2~0.3%씩 상승 중이다. 8월 16일 역내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9위안 선에서 움직였다. 2008년 1월 18일(7.3015위안) 이후 약 16년 만의 최고 수준 환율이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특히 지방 정부의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지방 정부로서도 도시화에 수반되는 부동산 투자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기업에 토지 사용권을 팔아 재정을 충당해 왔다. 그렇게 얻은 이익으로 도로·철도·통신 등 인프라에 투자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 제고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그동안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 지방 정부들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일으켜 경기 둔화를 완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전략이 수명을 다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지방 정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2018년 이후 각종 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마구 발행하며 부채가 크게 늘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현재 중국 정부의 부채를 약 23조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17조 달러 수준인 중국 GDP는 물론 미국 GDP(22조 달러, 2021년 기준)도 웃도는 규모다. 질문5. 중국 정부가 무너진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까?
중국 경제에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있을 때마다 ‘부동산 투자’ 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동산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방 정부의 재정 확대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가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내수 GDP의 13%에 달하는 4조 위안 규모의 과감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일종의 ‘극약 처방’이었다. 이후 물가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을 겪기는 했지만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고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과도한 경기 부양책과 부동산 주도의 성장 모델은 ‘막대한 정부 부채와 재정 위기’라는 후유증을 낳았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팬데믹의 타격에서 벗어나는 데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현재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정부·기업·가계부채) 비율은 282%로 추산된다. IMF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공식적으로 77%다. 하지만 IMF는 중국의 지방 정부 부동산 투자기구(LGFV) 부채를 포함하면 이 비율이 85%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재정 여력이 줄어든 정부로서는 쓸 수 있는 경기 부양책에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급격히 증가한 정부의 부채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 와중에 격화되는 미·중 갈등 또한 중국 정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이미 ‘부동산 주도의 성장 모델’이 수명을 다한 중국에는 첨단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성장 산업들이 미국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중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200억 달러(약 25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FDI가 1000억 달러(약 127조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규제와 수출 통제 등 연일 계속되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서구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현재로서는 소비 진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7월 ‘자동차 소비 촉진에 관한 조치’와 ‘전자 제품 소비 촉진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관련 시설을 늘리고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한 신용 대출도 학대하기로 했다. 낡은 전자 제품을 교환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 효과가 큰 자동차·전자 제품·가구 등에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다. 곧이어 7월 28일 유급 휴가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급 휴가제와 탄력 근무제를 통해 노동자들의 소비 증가를 목표로 한 것이다. 관광지의 입장료 감면, 비수기 무료 개방 등의 정책도 함께 도입된다. 식당과 문화 시설 등의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콘서트와 같은 대형 문화 행사와 국제 전시회 개최 계획도 대폭 늘리고 있다. 해외 단체 여행을 허용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단체 여행이 활성화되면 중국의 공항·항공사·여행사가 직원을 채용해 내수에 도움이 될 것이란 희망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경제 지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8월 15일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해서다.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 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공급되는 유동성 규모는 6050억 위안(약 111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현금성 지원과 같이 직접적인 소비 진작 정책 대신 정부가 택한 ‘우회적인 방식’만으로는 성장 동력이 꺾인 중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래리 후 맥쿼리 중국경제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인프라 대상의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우회적인 소비 진작 정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죽어 가는 중국의 소비 시장을 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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