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잘해도 치아가 나빠지는 이유는 뭘까[건강]
1년에 한 번씩 반가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다. 27년 전 필자에게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환자다.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임플란트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던 시절이었다. 환자는 ‘쇠가 어떻게 뼈랑 붙을 수 있느냐’고 의심했다. 일부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는 장기간 사용 증례가 적다’고 수술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먼 곳에서 찾아와 임플란트 시술을 개당 400만원이라는 큰돈을 부담하고 시술 받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행히 검진 결과 환자는 오랜 시간 동안 관리를 잘해서인지 별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임플란트와 치아 관리의 중요성은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하지만 관리를 열심히 해도 치아와 임플란트는 나빠질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치과를 찾아와 자신은 열심히 관리했는데도 치아와 임플란트가 나빠졌다고 하소연한다. 일반적으로 치아나 임플란트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세균과 무리한 씹는 힘이 원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노화’다.

건강한 치아의 조건은 아래턱과 위턱의 치아가 서로 기대면서 씹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만든 돌다리를 예로 들자. 아치 형태인 돌다리는 아래로 누르는 힘을 서로 지탱해 무거운 수레가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고 오랜 시간 잘 유지된다.

치아 역시 이런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움직이는 힘을 계속 만들어 낸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치아가 바른 모양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앞니들이 서로 겹쳐지거나 아니면 돌출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부위든지 치아가 하나 빠지면 방치할 것이 아니라 힘을 지탱할 수 있는 브리지나 임플란트로 공간을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의 치아는 쓰러지고 위아래 치아는 빈 공간으로 솟아올라 수직으로 씹는 힘을 옆면이 받게 돼 치아가 약해진다. 또 한쪽의 치아가 없으면 한쪽 턱으로만 음식을 먹게 되면서 씹는 쪽의 치아가 빨리 망가지고 턱의 좌우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임플란트와 치아는 시간이 지나면 공간이 생겨 음식물이 더 많이 끼게 된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치아나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턱의 갸름한 각도는 서서히 90도에 가깝게 변화되면서 씹는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런 변화는 청년기 갸름했던 턱의 모습이 중년을 지나면서 턱의 근육이 발달해 사각 턱으로 변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이 역시 치아나 임플란트에 씹는 힘이 크게 전달되게 만들어 주의하지 않으면 치아가 금이 가거나 임플란트 보철 역시 깨질 수 있다. 또 치아나 임플란트 주위에 골이 파괴돼 치주염 또는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진행 될 수 있어 필요한 처치나 치료를 치과에서 받아야 한다.

또 다른 변화는 구강기능 저하다.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의 기능이 줄어들어 침의 양이 줄어들거나 혀를 움직이는 근육이나 구강 내의 연구개부의 근육이 퇴화되면서 구강 내의 기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목젖 부위가 늘어나는데 자는 동안 코를 더 많이 골게 되는 것도 이 구강 기능 저하의 하나다.

치아나 임플란트 주위 잇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잇몸뼈의 양이 줄어들어 치아나 임플란트의 길이가 길어지고 치아 사이가 넓어진다. 이때 줄어드는 양과 속도는 평소 잇몸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질병 1위가 ‘잇몸병’인 것을 보면 열심히 관리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이 따라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즉 치아도 임플란트도 나이를 먹는다. 다만 온 힘을 다해 치료와 스케일링 혹은 정기적인 구강 검진으로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한다. 흔히 나오는 TV 광고 문구처럼 모든 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치아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길 바란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