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파트 전경./한국경제
여의도 아파트 전경./한국경제
주식 시장은 지수가 오른다고 모든 종목이 오르지는 않는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도가 나와도 떨어지는 지역이 있고 전국 집값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오르는 지역이 있다.

오르는 지역과 떨어지는 지역의 특징과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국은 정부가 주택 시장에 상당히 많이 개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권별로 집값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권(2017년 5월~2022년 5월) 때는 한마디로 극심한 상승장이 펼쳐졌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38.3%나 올랐다.

반대로 현 정권(2022년 5월~2023년 8월) 때는 하락장이 펼쳐진 시기다. 최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 기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10.6%나 떨어졌다. 많이 상승한 곳이 덜 떨어졌다 한마디로 5년간의 상승장 뒤 1년여의 하락장이 펼쳐진 것이다. 그런데 상승장 후 하락장이 펼쳐졌다고 하면 상승 폭이 많은 곳이 하락 폭이 클 것이고 하락 폭이 큰 곳은 오히려 반등해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상승 폭이 큰 곳도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대부분 하락했지만 그동안 하락 폭이 컸던 곳은 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하락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완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표1>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을 나타낸 표다.
집값 오르는 지역과 내리는 지역의 차이는 뭘까[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63.4%나 오른 분당을 포함해 9개 지역이 5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상승률 상위 지역의 첫째 특징은 모두 수도권 소재 지역이라는 것이다. 분당만 경기도에 있고 나머지 아홉 개 지역은 서울 소재 지역이다.

둘째 특징은 이들 상위 지역 모두 규제가 집중된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상위 10개 지역 모두 문재인 정권 내내 규제지역으로 묶였던 곳이다.

셋째 특징은 이들 매매가 상승률 상위 지역 중에서 노원구만 제외하고 모두 고가 지역이라는 것이다. 분당구는 전국에서 열째로 집값이 비싼 지역이고 영등포구(13위), 양천구(9위), 용산구(3위), 마포구(7위), 송파구(4위), 동작구(14위), 강남구(1위), 광진구(8위)에 포진돼 있다. 한국에 ㎡당 1300만원이 넘는 고가 지역이 모두 15개밖에 없는데 매매가 상승률 상위 지역에서 9곳이나 고가 지역에 포함된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 심할수록 양극화도 심해져
나머지 1곳인 노원구도 집값이 싼 동네는 아니고 전국에서 스물넷째로 집값이 높은 지역이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10개 지역은 모두 지방 소재 지역이다.
집값 오르는 지역과 내리는 지역의 차이는 뭘까[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50% 이상 오른 지역이 9개나 되는 반면 경남 거제시를 포함한 15개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특히 거제시는 같은 기간 무려 16.4%나 하락했다.

이들 15개 하락 지역의 분포는 영남지역이 11곳, 충청지역이 3곳, 호남지역이 1곳이다. 모두 지방 소재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집값이 싼 지역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상승 지역의 특징은 수도권 지역, 고가 지역, 규제가 집중된 지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하락 지역의 특징은 지방, 저가 지역,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규제가 집중된 지역의 집값은 오르기 어렵다. 집값이 오르지 못하도록 규제를 걸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동안 수많이 행해 왔던 규제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장 큰 원인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다. 같은 자산으로 고가 주택 한 채를 살 것인지, 저가 주택 여러 채를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된 이슈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투자가 더 좋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에서 개입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래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세제상 유리한데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게 되면 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사람은 불리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바람대로 주택을 처분하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들이 주택을 소유한 이유는 노후 대비 등 안정적인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들이 자산을 처분하고 그 대금을 모두 소비하지는 않는다. 결국 다른 부동산을 사게 되는데 (주택 수를 줄여야 하므로) 똘똘한 한 채, 다시 말해 고가 주택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수록 저가 주택 약세, 고가 주택 강세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양도세를 중과했던 2006~2007년의 참여정부에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었고 문재인 정부 내내 양극화에 시달렸던 것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뀐 현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는 현재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규제 지역이 대폭 해제되면서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만 양도세 중과 이슈가 남아 있고 그나마 내년 5월까지는 양도세 중과 조치도 유예돼 있다.

하지만 취득세가 문제다. 지방 저가 지역이라도 두 채를 가진 사람이 다른 주택을 취득하게 되면 취득세는 8.4~9.0%로 중과된다. 더 나아가 세 채를 가진 사람이 다른 주택을 취득하게 되면 취득세는 12.4~13.4%로 중과된다.

지방의 저가 지역은 다섯 채를 팔아도 수도권 주택 한 채를 사기 어렵다. 수도권 고가 지역의 주택을 한 채 팔면 지방 저가 지역에 열 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 채를 사게 되면 취득세에서 중과되기 때문에 당연히 저가 주택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집이 한 채조차 없는 사람도 많은데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것은 죄악’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다주택자에게 씌우기는 쉽다. 하지만 그 순간 주택 시장에서 양극화는 진행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무서운 현실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