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서영의 명품이야기/제냐②
오이시 제냐(사진 ①)
사진출처=Zegna.com
오이시 제냐(사진 ①) 사진출처=Zegna.com
에르메네질도 제냐 창립자의 장학금  행사(사진②) 
사진출처 : Zegna.com
에르메네질도 제냐 창립자의 장학금 행사(사진②) 사진출처 : Zegna.com
좋은 원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물은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샤넬의 연인 웨스트민스턴 2대 공작(당시 영국 최고의 부자)이 샤넬을 위해 영국 트위드 강가에 있는 섬유공장을 사들였다. 이 공장은 샤넬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트위드라는 질 좋은 원단을 생산했다. 물론 트위드 강의 좋은 수질이 좋은 원단을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냐 또한 마찬가지다. 창업자 제냐의 고향은 알프스 해발 700m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탈리아 비엘라 근처의 트리베로다. 이 지역의 좋은 물이 제냐의 좋은 원단을 생산하는 데 한몫했다. 제냐는 ‘좋은 제품은 그 제품의 생산 과정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과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웰빙이 사업 성공에 필수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산골의 트리베로에는 1933년부터 마을회관, 도서관, 체육관, 영화관, 공공 수영장, 병원, 고아원이 세워졌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보살펴 주기도 했다.
50만 그루 넘는 ‘파노라미카 제냐’ 도로 탄생

제냐는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숲이 형성될 만큼 나무를 많이 심어 이탈리아에 오아시 제냐(사진①)라는 국립공원을 운영 중이다. 그 시초는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냐는 울 공장 인근 지역에 첫 번째 나무를 심었으며 이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정신 및 숲 복원 프로젝트를 비롯해 현재까지 50만 그루 넘는 나무를 심었다.

이뿐만 아니라 트리베로와 해발 1500m에 위치한 관광리조트인 비엘몬테를 연결하는 14km 길이의 ‘파노라미카 제냐’ 도로를 구상하고 건설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진달래와 수국, 50만 그루 넘는 침엽수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로 ‘파노라미카 제냐’가 탄생했고, 이곳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관광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산지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통로 역할을 했다.

지역발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제냐의 노력과 열정은 후대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제냐 가문의 새로운 세대들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그린 정신’을 계승하여 1993년부터 본격적인 ‘오아시 제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오아시 제냐는 100㎢ 면적의 뉴욕 센트럴 파크보다 30배나 큰 숲을 조성하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단체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가는 길을 건설하여 오아시 제냐를 지역 커뮤니티와 환경 사이의 궁극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오아시 제냐 프로젝트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길이며 인간과 환경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기도 한다. 오아시 제냐는 이탈리아 내에서 환경 경영의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제냐는 초창기에는 고급 원단, 가죽 가공제품, 맞춤 정장으로 성장했다. 창업자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사망한 후 두 아들은 원단 제작뿐만 아니라 1970년에 기성복과 스포츠웨어, 액세서리 제품군을 론칭했으며 구찌, 생로랑, 던힐, 톰포드의 슈트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할 뿐만 아니라 1972년에는 기성복 고객의 체형에 맞게 슈트를 제작해주는 수미주라 컬렉션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01년 혁신적인 소재 전문 회사인 마스터룸을 인수했고, 2002년에는 가죽 전문 업체인 롱기를 사들였다. 2002년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50대 50의 투자 비율로 신발 및 가죽 용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인수하여 제냐의 Ze와 페라가모의 Fer에서 각각 이름을 따와 제퍼(ZeFer)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2004년에는 젊은 남성층을 겨낭한 세컨드 브랜드 지 제냐(Z Zegna) 출시와 함께 이탈리아 아이웨어 전문기업인 드 리고 그룹과 함께 에르메네질도 제냐 아이웨어를 론칭해 안경과 선그라스를 출시했다. 2003년에는 향수 에센제를 시작으로 2007년 제냐 인텐소, 2009년 제냐 콜로니아 향수 라인을 선보였다.

2018년 8월 뉴욕의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을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전체 톰브라운 지분의 85%에 해당했다. 나머지 15%는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소유하고 있다. 2021년 11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름을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 제냐로 변경하고 로고도 새롭게 선보였다.

2007년 폰다지오네 제냐의 일부가 된 카사 제냐는 비엘라나에 위치한 역사 기록 보관소이자 문화센터다. 한때 가족의 집이었던 이곳은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채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전시 공간에서는 다양한 환경과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다.
제냐의 2023 겨울 콜렉션  
사진 출처 : Zegna.com
제냐의 2023 겨울 콜렉션 사진 출처 : Zegna.com
제냐의 2023 겨울 콜렉션  
사진 출처 : Zegna.com
제냐의 2023 겨울 콜렉션 사진 출처 : Zegna.com
年 100만 유로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 진행

제냐는 연간 100만 유로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②). 20개 이상의 이탈리아 대학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해외 유명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첫 10년 동안 425명에게 장학금이 수여됐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10회 장학 프로그램을 기념하여 제냐 장학회 회장과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트리베로의 오아시 제냐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행사에서는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양모 공장을 개인, 사회, 환경이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호 의존으로 하나로 묶인 생태계의 중심에 두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지역 및 국제 수준에서 연결과 대화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냐 그룹의 회장인 길도 제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길은 아이디어를 옷감으로 바꾸고 숲과 공동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할아버지의 비전과 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여행한 여정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는 우리의 길을 향해 나아갑니다. 내일로 가는 길.”

참고자료: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미디어), 제냐 홈페이지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