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원상회복약정과 권리금회수청구권이 충돌할 때[촤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상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는 임차인의 원상회복약정은 법적으로 필요비·유익비·청구권 포기로 해석되면서 구체적인 회복의 범위가 실무상 논란이 됐다.

그런데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회수청구권 도입을 계기로 원상회복약정과 회수청구권의 관계에 새로운 의문이 발생하고 있다. 권리금회수청구권을 행사해 새로운 임차인을 소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차인에게도 임대차계약서에서 정한 원상회복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다.

제도 도입 후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이전이라 이 문제에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물론 하급심 판결 선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견으로는 권리금회수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임차인에 대해서는 계약서상의 원상회복약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위 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이라는 명목으로 금전을 수수하는 대가로 넘겨야 하는 대상에는 원상회복해야 할 영업시설이 포함될 수 있는데, 임대차계약 이전 상태로 이를 원상회복해야 할 의무를 기존 임차인에게 강제하게 되면 권리금회수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상회복약정은 그 점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권리금회수청구권을 침해하는 범위에서는 무효될 가능성이 크다. 동법 제15조(강행규정)에는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임차인이 권리금회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임대차를 종료하는 경우, 예를 들어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차임 연체 등으로 회수청구권 행사가 법상 불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약정이 정상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원지방법원의 2020년 판결을 소개한다. 임대인의 건물인도청구 본소에 대해 임차인이 권리금회수청구방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반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여기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방해행위와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계약서상 임차인의 원상회복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항변에 대해 “이에 대해 원고는 유형재산은 원상회복의무의 대상일 뿐이므로 손해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차계약상의 원상회복의무와 권리금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계약종료 시 이 사건 점포를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약정이 피고의 신규 임차인 주선에 의한 권리금회수 기회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이뿐만 아니라 상가임대차법은 영업시설, 비품 등 유형의 재산적 가치를 명시적으로 권리금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고시 감정평가실무기준 역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고 하는 자가 영업활동에 사용하는 영업시설·비품·재고자산 등 물리적·구체적 형태를 갖춘 재산을 유형재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대차계약상 계약종료 시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를 정하고 있더라도 권리금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유형재산에 관한 부분을 제외할 수는 없다.

권리금회수청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유사 사건에서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