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루새 6% 급등하며 5000만원을 돌파했던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한국경제
비트코인이 하루새 6% 급등하며 5000만원을 돌파했던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한국경제
올해 초 1만6500달러 선이었던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11월 말 기준 3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2021년 10월에 기록한 6만2000달러의 정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배가 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상승폭은 그보다 크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속에서 대다수가 ‘코인은 끝났다’고 입을 모았던 지난해 말, 그 속에서도 비트코인에 투자를 감행한 용자였다면 올해 투자 결과는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내년 비트코인 상승 이끌 두 가지 요인2024년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 현재 예정된 상반기 일정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첫째,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다. 사실 2023년 비트코인 상승장의 주역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 블랙록, 피델리티 등 미국의 자산운용사였다. 도입되면 개인도 기관도 좀 더 손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밀려들 거란 기대감이 지금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결과를 낙관하는 이들은 내년 1월 10일이면 첫 낭보, 곧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첫 승인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자산운용사들이 SEC에 보내놓은 신청서에 하나씩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는 호재가 이어질 것이다. 이후에는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이 줄줄이 들려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

둘째, 2024년 4~5월로 예정된 비트코인의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서 채굴에 대한 보상을 차차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한 장치가 반감기이다.

반감기는 결국 시장에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수요가 그대로라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혹여 현물 ETF 승인으로 기관 투자가 급증하는 등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다. 2012년 11월 28일, 2016년 7월 9일, 2020년 5월 11일 등 지금까지 세 차례의 반감기 때 비트코인 가격은 어김없이 상승했다. 반감기 6개월 전에 시장에 진입하고, 반감기 후 11~18개월 동안 보유했을 때 가장 수익이 좋았다는 보고도 있다.
비트코인, 벌렁거림과 넌더리 그 사이 어디쯤[2024 재테크 키워드 금·반도체·채권]
테러·무기 개발·횡령 얼룩은 여전다만 벌렁거리는 가슴을 잠시 부여잡고 차가운 사고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간은 끝났다”고 한 골드만삭스의 2024년 아웃룩은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연준(Fed)과 세계 각국의 금리는 높다.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이어진 저금리 시절도 아니고, 넘쳐나는 유동성이 여기저기 자산 가격을 올리던 코로나19 시절은 더더욱 아니다. 투자 심리는 신중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여전히 여러 의혹을 떨치지 못한 상태다. 가장 최근의 전쟁을 일으킨 하마스는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 의혹을 받고 있고,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으로 무기 개발 재원을 마련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미국의 몰락한 거래소 FTX는 고객 자금을 빼돌려서 호화로운 생활과 정치권 로비에 탕진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멀리 가지 않고 지난 상반기 한국 상황만 보더라도 암호화폐 세상은 넌더리가 난다.

올해 3월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됐다. 테라·루나 사태 직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던 그가 이름도 낯선 몬테네그로의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쓰려다 붙잡힌 것이다. 권 대표는 관련 혐의로 구금 조치를 받았지만, 그 기간은 오는 12월 15일이면 끝난다. 이후 법적 절차를 거쳐 한국 또는 미국으로 송환될 때 세상은 또 얼마나 시끄러울 것인가.

같은 달 ‘강남 납치·살해 사건’도 암호화폐가 발단이 된 사건이었다. 남성 2명이 여성 1명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었는데, 사실상 다단계 형태를 띤 암호화폐 사업의 투자 실패가 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뒷돈을 받고 상장을 시켜줬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혼탁한 암호화폐 거래 실태가 일부 드러났다.

5월에는 김남국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가 이슈가 됐다. 공직자 재산신고 외에 대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했고 심지어 의정 생활 중에도 꾸준히 거래를 해왔다는 논란 끝에 김 의원은 탈당과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정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4년 총선에서 어떤 후보가 보유한, 또는 거래한 코인이 선거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은 과연 없을까?

분명 암호화폐 세상의 어두운 면은 우리를 주저하게 만든다. 선뜻 ‘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냐 경기침체냐 매크로 추이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여전히 ‘위험 자산’이다.블록체인 기술, RWA·AI 결합으로 확장그럼에도 투자자로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분야는 결국 기술(블록체인)과 금융이 결합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오늘의 기술과 오늘의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이 분야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세계 도처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현실세계자산(Real World Asset, RWA)이 대표적인 예다. 국채, 채권, 주식, 부동산 같은 RWA를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 형태로 만들어 거래하려는 시도가 많다. 물론 제한적이겠지만, 자산 유동화의 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 가령 다른 블록체인에 올라간 토큰을 어떤 식으로 거래 가능하게 할 것인가 등도 이미 연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의 결합도 중요한 예다. 블록체인 기술은 챗GPT나 미드저니 같은 생성형 AI가 만드는 창작물이 침해할 수 있는 원본성(originality)을 지켜줄 대안적 도구로 거론된다.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방식으로 디지털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금융의 개선은 그리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대상은 우리가 아니다. 대부분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고 국가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정비된 한국 같은 나라가 아니라, 시스템의 불비로 금융 시스템 접근이 원만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그 혁신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를 보는 시선이 충분히 차가워졌다면, 이제 주변을 둘러보자.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량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세계 1위인 바이낸스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가입한 글로벌 거래소인 반면, 업비트는 한국인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처럼 암호화폐에 지대한 애정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있을까. 아무쪼록 모든 상황을 충분히 지켜보고 합리적 투자에 나섰기를 바란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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