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출시 이후, 주목할 만한 비트코인 생태계 변화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오랜 투자 격언은 이번에도 증명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4만9000달러를 찍은 이후 조정을 받았고 1월 22일 4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자금 순유입량, 거래량, 미디어 커버리지, 대중의 관심사 등을 고려했을 때 비트코인 ETF의 초기 성적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의 GBTC(적격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신탁 상품으로, 운용 자산 기준 가장 큰 비트코인 금융 투자 상품이었지만 구조상 장내 매도가 어려웠는데 이번 ETF 전환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매도가 가능해졌다), 셀시우스, 마운트 곡스 매도 물량 등이 투심을 악화시키며 가격을 억누르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5년간 비트코인을 둘러싼 내러티브는 주로 디지털 금이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를 화폐로 만들고 싶어했으나 현재의 기준에서 봤을 때 비트코인은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는 화폐라기보다는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법정 화폐를 무한정 발행하는 중앙은행과는 달리 2100만 개로 수량이 고정된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가치의 저장이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실제로 이번에 ETF를 출시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비트코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비트코인은 금이 지난 몇천 년간 대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비트코인은 당신을 보호하는 자산군이다.”

이번에 금융사들이 비트코인 ETF 를 출시해 시장 참여자의 저변이 넓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들은 비트코인의 제한적인 면만 보고 있는 듯하다.

2023년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은 단순히 가치를 저장하는 디지털 금에서 NFT, 디파이(Defi), 브릿지, 게임 등 역동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요새 비트코인 생태계의 발전을 보고 있자면, 마치 2018~2019년 이더리움 생태계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조명하고 있지 못하다.

본고에서는 디지털 금 내러티브 외에 비트코인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룰 계획이다. 글로벌 크립토 투자사 알파논스의 리서치를 상당 부분 참고했다. 일부 용어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공부해 보기를 바란다. 1. 오디널스 및 BRC20, 비트코인 기반 토큰의 출현비트코인의 탭루트(Taproot) 업데이트가 오디널스와 같은 기술적 혁신을 도입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활동이 급증했다. 오디널스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및 코드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초기 이더리움 생태계와 유사한 맥락을 만들었다.

대체불가능한 수집품이라는 측면에서 오디널스는 비트코인 NFT라고도 불린다. 과거 NFT 생태계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네트워크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최근 비트코인 NFT가 출현하면서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NFT 영역으로의 확장은 비트코인의 유틸리티의 확장을 나타내며, 창작자와 수집가 모두를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끌어들이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비트코인 NFT 거래량이 이더리움 및 솔라나를 넘어섰다.

Amb 크립토에 따르면 2023년 12월에 비트코인 NFT 판매액은 8억6900만 달러로 기록됐으며 이는 이더리움의 3억4300만 달러 판매액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2. 비트코인 금융 생태계이더리움의 DeFi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된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 비트코인의 영역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의 메이커다오(MakerDAO)의 DAI와 유사한 형태의 스테이클 코인이 비트코인 생태계에서도 등장하고 있으며 비트스테이블(Bitstable), 비트스마일리(Bitsmiley)와 같은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더리움의 라이도(Lido)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비트코인 스테이킹 플랫폼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바빌론(Babylon)은 작업 증명(Proof of Work) 기반의 비트코인에 지분 증명(Proof of Stake)의 기능을 접목해 수익을 내지 않고 있는 비트코인 유저들에게 스테이킹 수익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지분 증명 이더리움의 경우 연 3~5%대의 스테이킹 보상이 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만 작업 증명 비트코인은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다.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특징은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 중 하나이다.)

알렉스(Alex)는 스와프, 트레이딩, 런치패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종합 비트코인 금융 프로토콜을 지향한다. 이처럼 비트코인 관련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여타 플랫폼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비트코인 레이어2레이어2는 레이어1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분산성을 유지한 상태로 확장성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뜻한다. 레이어2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비트럼, 옵티미즘, zkSync, 스타크넷, 베이스, 폴리곤, 만타 퍼시픽 등으로 모두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확장성 개선을 목표로 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유틸리티가 다양해지고 네트워크가 붐비면서 비트코인 레이어2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레이어2 스택스의 창업자 무니브는 비트코인 레이어2에 대한 트릴레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힌 적이 있는데, 바로 △오픈 네트워크 △새로운 토큰의 부재 △스마트 컨트랙트를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버추얼 머신 모두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몇몇을 제외하고 최근 등장한 비트코인 레이어2는 자체 거버넌스 토큰이 존재한다.

현재 비트코인 레이어2는 결제에 특화된 라이트닝 네트워크, 스마트 컨트랙트를 가능하게 하는 스택스가 대표적인데, 이외에도 리퀴드, RSK 등이 지난 수년간 레이어2 개발 및 운영을 지속했다. 이외에도 보타닉스, 비피닉스, 인터레이, 도비, 엘라스토스, 맵 프로토콜 등이 투자금을 유치하며 비트코인 레이어2 솔루션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 비트코인 레이어2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결제 기능 개선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스마트 계약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춘 비트코인 레이어2 가 많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4. 분열된 커뮤니티초기 비트코인 네트워크 성장에 기여한 고래들과 OG(오리지널 갱스터로의 준말로, 실력과 명성이 있고 후대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 중에서 이러한 비트코인 생태계 변화를 반기지 않는 쪽이 많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들은 디지털 화폐 혹은 디지털 금의 목적 외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활용되는 것은 버그라고 주장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최선책은 비트코인을 사고 거래소에서 출금해 개인 지갑에 보관하라는 것이다. 이는 분명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개인에게는 득이 될지 몰라도 네트워크의 장기적인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타 플랫폼 블록체인의 OG들은 해당 네트워크에서 Defi, NFT, meme, game 등의 솔루션이 나오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밀어준다. 그러나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일부 OG들을 필두로 분열된 상태다.

심지어 일부 비트코인 OG 측에서는 비트코인을 다른 용처로 사용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포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 채굴자가 특정한 거래 내역을 검열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창조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자취를 감춘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는 공공재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따라 발전 방향이 달렸다.

비트코인 ETF 출시는 분명 역사적인 마일스톤이고 금융사의 시장 참여는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발전과 혁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라면 과연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