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감정평가]
부동산 소송 전 감정평가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박효정의 똑똑한 감정평가]
현직 법원감정인으로 업무를 하다보니 부동산 관련 소송업무를 자주 하게 된다. 주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이혼소송이나 상속재산의 재산분할 기준가액, 유류분청구소송에서의 기준가액, 매매대금, 보상금, 권리금, 영업권, 부당이득금, 청산금 등을 결정하는 사안을 처리한다.

재판부로부터 감정평가 의뢰를 받으면 관련 문서에는 감정신청서뿐만 아니라 소장도 함께 첨부돼 오는 경우가 많다. 소송 내용의 핵심이 ‘과연 이 부동산의 가액은 얼마인가’이기 때문에 감정평가가 진행되는 소송에서 감정인의 역할과 판단은 절대적이다.

법원감정인은 직무상 소송사건에 대한 접근성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소송에서 감정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적 감정평가 업무를 하면서는 법원감정에 대비하고 싶어하는 상담을 많이 받는데 이때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먼저 변호사 등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고 미리 준비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한평생 살면서 소송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절차도 잘 모르니 전략을 세우는 것은 꿈도 꿀 수가 없다’,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와 같은 말이다.

소송이라는 것이 일반인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평생 모은 재산이자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고, 가액도 큰 부동산이 다툼의 대상이면 더욱 어려워진다.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다면 나와 내 가족의 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소송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인데 가액의 규모가 큰 부동산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을 때 당사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막연하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혹은 억울한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기에는 잘못됐을 때 손해가 너무 크다.

다음으로 법원감정평가액이 이미 나와버렸는데 도저히 수긍할 수도 없고, 나에게 너무 불리하게 나온 것 같지만 재판부에서 재감정신청을 절대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소송 감정평가로 상담 요청하는 거의 대부분이 이런 사례다.

이때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은 ‘감정평가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감정평가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라는 말을 한다.

이혼소송 중에 재산분할가액이 도저히 협의가 되지 않아서 재판으로 하다가 법원감정액이 오히려 불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10억원을 주면 협의하겠다는 상대방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금액을 줄 수 없다고 재판부에 감정신청을 했는데 오히려 12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재판은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므로 나에게 좋지 않게 나온 결과는 상대방에게는 좋은 결과가 된다. 상대방은 10억원에 협의하려고 했다가 법원감정을 받아 12억원을 받게 됐으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법원감정 업무도 하고 일반 사적평가 업무도 활발히 하면서 소송 당사자를 보며 느끼는 점이 있다. 바로 감정평가가 ‘내가 기대하는 만큼’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고 아무런 대비 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그제야 부리나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재감정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설령 재판부에서 재감정을 명령했다고 해도 이미 1차 감정이 불리하게 나와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재감정 결과가 나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바로 소송 등 부동산 분쟁 전에 예상 감정평가액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다. 일반인이 기대하는 금액과 감정평가액은 항상 괴리가 있다. 현실적인 감정평가액을 먼저 알아봐야 손해 없는 결론을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