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 높은 비용으로 거시경제에 부담
對중 의존도 낮추고 불가결성 높이는 기술개발·산업확대 필요해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미·중 마찰 심화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부각 되면서 글로벌 산업의 효율성뿐 아니라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돼왔다. 공급망을 다변화해 각종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성이 인식된 것이다. 그러나 공급망을 재편성하기 위해 드는 비용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동지국으로부터 조달을 받는 일명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의 확대는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적지 않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6%, 한국은 4.5% 조달 비용 상승효과가 발생하며 특히 한국, 일본, 대만 전자산업의 평균 조달 비용 상승률은 1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속 가능한 경제안보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통해 비용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효율화가 요구된다. 경제안보와 비용의 균형이 깨지면 고물가 및 고금리 현상이 발생한다. 거시경제 여건을 악화시키는 고물가, 고금리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으로서는 경제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변화를 선행적으로 예측하면서 복수의 조달 및 생산거점 확보와 수송망의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성과 비용의 균형을 사전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해진다.

최근에는 하마스-이슬라엘 전쟁으로 홍해 수송 경로가 막히자 해상 물류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대로 실행될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는 중국에 대해 60%, 각국에 10%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정책이 실현되면 각종 물가와 금리 상승, 세계경제 성장률 하강 압력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며 선행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제안보 상황의 악화에 대비해 우리는 기술 및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전략적 불가결성과 자율성 강화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2월에 경제안보 전략을 통해 산업 및 기술기반 강화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확충해서 자국 핵심 산업인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는 동시에, 소부장 분야 등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 일본 산업의 불가결성을 유지·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경제활동의 무대가 디지털 가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취약한 디지털 무역 경쟁력과 막대한 디지털 서비스 무역적자화 위험을 고려해 차세대 클라우드 컴퓨팅 강화 등에 힘쓸 전망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희소 금속 등의 해외 자원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국내 기술 및 산업정책을 경제안보와 연계해 강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리튬 등 희소 자원의 고효율 채취 기술 개발이 한 가지 예다. 한·일 간, 한·미·일 간 협력을 통해 핵심 소부장 산업의 공급망을 자율화하고 비용의 균형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기술은 물론 범용제품에서의 전략적 불가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중요하다. 세계 각국이 산업활동에 사용해야 할 핵심 장비, 부품, 소재 제품 중 미국의 대중국 기술규제 영향이 적은 범용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결성 강화에 효과적일 것이다.

취약한 디지털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분산형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개발과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취약한 서비스 수출 분야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한류 콘텐츠와 연계해 디지털 서비스 등의 수출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류 콘텐츠 관련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나 통신 기술, AI(인공지능)칩, 디스플레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관련 산업을 연계적으로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