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과다한 비용 들어가는 증거조사 관행, 이제는 변화해야[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민사재판 증거의 일환으로 녹취서 제출이 비일비재하다. 계약서 등 당사자 간에 합의된 명확한 서면이 없는 경우일수록 사실관계 다툼이 치열하게 되면서 직접 증거를 보완할 목적으로 녹취서가 자주 제출된다.

녹취서는 녹음파일을 서류형태로 만든 것이다 보니 보다 근원적인 증거는 녹음파일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데 녹음파일 자체에 대한 증거조사는 ‘검증’이라 녹음파일을 재생해서 사건당사자와 판사가 함께 들어야 한다.

또 검증실시 후에는 검증조서도 작성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이 있다. 이 때문에 녹음파일을 녹취서로 만들어 ‘서증’ 형식으로 제출해 증거조사를 간소화하는 것이 현재 민사재판 실무가 됐다. 오히려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녹음파일은 녹취서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매우 보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사소송규칙상으로는 녹음파일 검증이 원칙이고 녹취서 제출은 법원의 요청이나 상대방 요구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증거조사 간소화 목적으로 녹취서 작성이 실무상으로는 필수절차가 되고 있다.

게다가 녹취서의 신빙성 보장을 위해 녹취서 작성을 속기사무소에 맡기는 것이 오랜 관행이 됐다. 따라서 수십만원의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사건당사자 몫이다. 의뢰인의 비용 부담이라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역시도 이런 관행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 보니 속기사를 통한 녹취서 작성은 수십 년간 지속된 재판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녹취서 작성은 들리는 그대로를 워딩으로 작업하는 것이라 기본적으로는 기계적 업무인데, 비용으로 수십만원을 지출하는 것은 과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음성인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비용에 대한 의뢰인의 거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오랜 변호사 생활에서 이런 의문을 가져왔는데, 최근 들어 비용부담 없이 녹취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을 찾게 됐다.

‘네이버 클로바’ 등 성능 좋은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과 몇 분 만에 녹취서 초안을 만든 다음, 간단한 보정과 대화자를 기재한 후 말미에 의뢰인 본인이나 소송대리인이 날인하면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속기사 녹취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녹취서가 완성된다.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률사무실의 노고가 다소 추가되기는 하지만, 의뢰인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필자는 이런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론 녹취록의 신뢰성이라는 면에서 당사자 내지 소송대리인은 속기사에 비해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빙성 담보 차원에서 녹음파일을 함께 제출한다면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민사재판에서 녹취서는 처분문서 등 다른 서증에 비해 증거가치에서 보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지금까지는 증거가치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해왔던 셈이다.

녹취서의 증거가치를 생각한다면 기술을 활용해 추가 비용 없이 간편하게 녹취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방법이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속기사 녹취록은 녹취록의 신빙성이나 진위가 의심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작성되면 충분할 것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비용부담 감경 차원에서 증거가치에 비해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이런 증거조사 관행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