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단 한 명의 직원이 회사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김민경의 경영전략]


회사에서 무례하고 부정적인 언행·행동을 일삼고 팀워크를 해치는 직원을 흔히 ‘썩은 사과’라고 한다. 사과 상자 속 썩은 사과 한 개가 나머지 신선한 사과 전부를 썩게 하는 것처럼 조직 전체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력은 부족하고 책임에 소홀한데 그 누구보다 권리를 내세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업에는 관심 없지만 사익(私益)에 집착한다.

다른 구성원들을 방해하고 불편하게 하는 공격도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썩은 사과, 혹은 잠재적 썩은 사과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필자도 과거 썩은 사과로 인해 팀 운영에 고충을 겪었던 적이 있다. 학력과 이력이 화려했던 누군가는 본인이 동료들보다 중요하고 난이도 높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는 주목받는 프로젝트 외 다른 업무는 하지 않겠다며 팀내 갈등을 조장했다.

또 누군가는 남들보다 최대한 일을 적게 하려 하고 조직 성과에 기여할 의지는 보여주지 않으면서 평가 결과나 다른 동료들의 반응에 늘 억울하고 서운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연들을 봐도 썩은 사과로 인해 괴로워하는 관리자나 구성원이 많은 듯하다.

기본적인 업무 처리에 대한 선배의 지적에 “되게 까다로우시네”라며 빈정댔다는 신입사원부터 “한 번도 안 해본 업무를 시키는 것은 부당한 업무 지시니 따르지 않겠다”며 동료에게 떠넘기는 직원까지….

이들은 결코 혼자 썩지 않고 다른 구성원들에게까지 부정적 감정을 전염시키며 해를 끼친다. 따라서 애초에 썩은 사과가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썩은 사과를 도려내는 법우선 채용 단계에서부터 가려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인재상이 있어야 하고, 인재상에 적합한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는 면접관의 역량과 제도상 장치도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 바 있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IDEO)는 면접 때 인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원자는 수십 명의 면접관을 돌아가며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회사 견학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면접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가장 인성이 좋다고 평가받은 사람을 합격시킨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수습직원으로 근무한 후 팀워크를 해치지 않을 사람으로 검증되어야만 정규직원이 될 수 있다. 부득이 수습직원으로 근무가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은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미국 온라인 신발 및 의류 소매업체 자포스(Zappos)는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는 ‘디 오퍼(The Offer)’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160시간의 교육이 끝나면 회사는 “입사를 포기하면 2000달러의 위로금을 지급합니다. 그만두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이를 통해 자신이 회사에 어울리는 인재인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돈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자포스는 이들을 회사에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며, 눈앞의 돈보다 자포스에서의 미래를 선택한 사람들이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면서까지 까다로운 채용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사람 하나를 잘못 들였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협업이 강조되는 요즘 세상에서는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 공부·일할 때의 경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의 상황’, ‘갈등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 등을 그룹 토의 상황이나 심층면접, 평판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료의식이 있는지, 이기적이거나 독단적인 성향을 보이진 않는지 살피는 것이다. 당장 사람이 급하다고 섣불리 채용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 마치 ‘평생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처럼 신중하게 결정해야 뒤탈이 적다.

다음으로 썩은 사과를 예방하려면 팀워크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구성원에게 상처를 가하면서 개인 기량이 뛰어난 썩은 사과도 있다. 이들은 상사 앞에서 처신을 잘해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기도 한다.

이를 막으려면 단순히 개인 실적만 볼 것이 아니라 협업을 잘하는지 조직 전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가령 ‘동료를 돕는 직원’ 같은 항목을 포함하여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가게 하고 낮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채용 및 관리에 몹시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썩은 사과를 마주하게 된 최악의 상황이라면 단호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교정과 제재를 위한 강력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때 일손도 부족한데 그만둘까 걱정돼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리더가 있다. 그렇다고 침묵하면 리더로서 직무유기다.
처리를 미루면 결국 곪아 터진다조직 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처리를 미루면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썩은 사과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이 부당하게 짐을 나눠 져야 하고 불만을 품게 된다. 한편 성향상 타인에게 부정적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유독 힘들어해서 최대한 좋게 타이르려고 하는 리더도 있다.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르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에 지나치게 친절하고 다정할 필요는 없다.

교정과 제재를 위한 피드백을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떤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 조직과 구성원은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더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고,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알려준다. 상황이 심각할수록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편이 낫다. 변명이나 논점을 흐리는 대답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도 없다.

자칫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최대한 미뤄두고 일관된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조직을 떠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나의 썩은 사과가 아니라 조직 전체와 구성원들을 보호할 책임이 리더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관리자가 썩은 사과라면? 조직을 서서히 갉아먹다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이들은 교묘하게 직원들을 괴롭히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불만이 있어도 잠자코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를 대비해 스킵 레벨(Skip Level) 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스킵 레벨 평가 제도란 구성원이 직속 상사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상사에게 보고를 올리거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말한다. 부하 직원은 자신의 상사가 썩은 사과라고 생각되면 지정된 고위 상사와 면담을 통해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정리해보자.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부정적인 태도로 팀워크를 해치고 문화를 망가뜨리는 직원은 절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거하더라도 즉각 회복하기도 어렵다. 개개인의 능력보다 협업이 중요한 요즘, 채용부터 신중하게 해서 잠재적 썩은 사과를 골라내고 발생했을 때는 단호하게 조치하여 조직과 구성원을 지키는 조직적 대응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