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매매계약 무효 시 매수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일[조주영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일반적으로 재건축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에는 도로, 상하수도, 공원, 공용주차장, 열·가스 공급시설 등의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를 수반하는데 그 관리주체를 정하고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자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장·군수 등 또는 토지주택공사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그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위 조항 후단이 적용되는 사안, 즉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 폐지되는 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이 존재하고 그 시설이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이내이기에 당연히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어야 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나머지 용도 폐지되는 지자체의 정비기반시설에 관해 지자체와 사업시행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은 무효다.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무효인 매매계약에 의해 지자체에 지급한 매매대금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해 돌려받을 수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그렇다면 5년 소멸시효의 기산일(출발일)은 언제일까. 민법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 사유, 예컨대 기간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재 여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했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해도 이런 사유는 법률상 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무상 양도 대상인 용도 폐지되는 지자체의 정비기반시설에 관해 지자체와 사업시행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무효임은 명확한데 원고인 사업시행자(재개발조합)의 소제기일이 매매대금 지급일로부터는 5년이 지났으나 새롭게 정비기반시설이 설치돼 그 설치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날로부터는 5년이 지나지 않음으로써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쟁점이었던 실제 사안에서, 원고인 조합 측은 무상 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대상과 범위는 새로 정비기반시설이 설치돼 그 설치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이후에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에 성립하고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했다.

사업시행자인 조합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권리 위에 잠자는 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미약하고 권리 불행사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이후의 권리 행사가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음을 바탕으로 고안, 유지되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무효인 매매계약에서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대법원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