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법인사단 재산처분에 관한 총회결의 규정에 대해 최근 법원이 위헌 심판제청 결정을 했다.
적법한 총회결의 없음을 이유로 처분된 종중의 토지에 대해 이뤄진 이전등기를 다시 종중 앞으로 되돌려달라는 취지의 진정 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종중에 대해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 위헌 심판제청 결정이 났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총회결의 없이 비법인사단의 재산이 처분될 경우 소위 “절대적 무효”가 돼 비록 선의의 제3자라고 하더라도 보호될 수 없는 거래 안전을 저해하면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헌법 제23조 제1항이 보장하는 재산권은 사적 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인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 가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따라 정해지므로 헌법상의 재산권은 이를 통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면서 제한 없는 형성의 자유를 갖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사적 유용성과 처분권을 본질로 하는 재산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이뤄나가기 위한 범위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다. 따라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총유 재산의 처분에 대해 비법인사단의 정관 기타 계약에 정함이 없는 이상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총유 재산의 처분이 비법인사단의 내부절차 또는 사원총회 결의 없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선의·무과실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사원총회 결의 없는 비법인사단의 총유물 처분행위는 거래상대방의 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른바 ‘절대적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비법인사단의 정관 기타 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정관 기타 규약이 없어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총유물인 재산을 관리·처분한 경우 그 행위의 주체가 대표자라 하더라도 거래상대방인 제3자의 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과 거래한 선의·무과실의 상대방과 그의 전득자를 포함한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재산관리·처분에 있어 유효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이에 위반하여 총유물인 재산의 관리·처분행위를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의·무과실의 제3자에 대해 아무런 보호 규정을 두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비법인사단과 거래한 상대방과 그의 전득자 등 선의·무과실의 제3자의 재산권과 거래의 안전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판단컨대 소위 절대적 무효, 상대적 무효를 규정한 입법에 대해 위헌 심판제청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규해석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그동안의 재판 실무에서 벗어나 헌법상 재산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전향적 판단이 이루어진 것이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결정을 계기로 비법인사단으로부터 재산을 취득하는 거래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다시금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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