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움직임에는 정부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경제 펀더멘털에 따른 경기 사이클 경로가 더욱 중요하다. 정부 정책은 진행되고 있는 경기 경로를 특정 방향으로 일정 정도 강화 또는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경기 사이클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놓여 있는 경제 사이클상의 위치와 주식시장 여건을 살펴보는 것이 향후의 움직임을 전망하는 데 중요하다.
[표1]은 2014년 초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의 실질GDP성장률(영역)과 실업률(선)이다. 트럼프 1기 당선 시점에는 경제성장률이 저점을 치고 막 상승을 시작하는 시기였다.
또한 실업률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트럼프 1기 당선 당시 경제가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제가 둔화를 끝내고 막 상승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주식시장을 긍적적으로 볼 수 있는 때였다.
반면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현재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2%를 고점으로 올해 3분기에는 2.7%(속보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중앙은행(애틀랜타 연준) 지표는 이번 4분기 성장률이 2.5%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현재 경제 상황은 2016년 말보다 훨씬 견조하지만 경기가 고점에서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보다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표2]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에서 조사한 주간 주식시장 투자심리(긍정적 전망%-부정적 전망%) 52주 이동평균(영역)과 S&P500지수(선) 추이를 보여준다. 트럼프 1기 당선 시점인 2016년 말은 이전의 과열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최저점을 찍은 시기였으며 주가는 이전 2년 동안 거의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아 당시 PER는 17배(현재 21배), PBR은 3.2배(현재 5.0배)로 매우 저평가된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 주가는 2022년 가을부터 꾸준히 상승해왔으며 투자심리는 2006년 이래 최고로 과열된 지점에 다다랐다. 역발상 투자라는 관점에서는 2016년 말보다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러미 시겔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역사상 가장 주식시장에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이 경제와 주식시장을 어떻게 부양할지 지켜보자.
오대정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고문(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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