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는 매도인(임대인)과 매수인(임차인)이 각각 다른 또는 같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를 의뢰해 진행된다. 하지만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부동산을 매도 또는 임대하려는 사람이 중개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하여 공인중개사에게 의뢰하지 않고 자신의 부동산에 직접 매매나 임대 광고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매수 또는 임차하려는 사람의 의뢰를 받은 공인중개사가 위와 같은 광고물을 보고 매도 또는 임대하려는 사람에게 연락하여 거래가 성사된 경우에 중개의뢰인이 아닌 거래당사자도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 할까.
최근 대법원은 위 같은 경우와 관련해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 변경을 알선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해당 중개업무를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로부터는 별도의 지급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중개보수를 지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 해당 중개업무를 의뢰한 거래당사자는 물론 이를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 모두 공인중개사가 작성하고 중개보수에 관한 사항이 기재돼 있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명·날인한 사례의 경우에도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명·날인만으로는 중개업무를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가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정한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관한 확인·설명의무는 해당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 대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및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작성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직접적인 대상자 역시 해당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 한정된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3호에서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확인·설명할 사항 중 ‘중개보수 및 산출내역’을 명시한 것도 중개의뢰인과의 관계에서만 의미를 갖고, 비록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이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이 아닌 거래당사자에게도 위 서면을 교부할 의무를 부과했지만 이는 행정적 목적을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부과한 의무일 뿐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관한 확인·설명의무의 대상을 중개의뢰인이 아닌 거래당사자에 대해서까지 확대하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그러므로 중개의뢰인이 아닌 거래당사자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명·날인을 했더라도 이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수령한 사실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할 뿐 ‘중개보수 등에 관한 사항’란에 기재된 바와 같이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에 관한 의사표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안의 경우에 공인중개사가 자신에게 중개업무를 직접 의뢰하지 않은 거래당사자에게 중개보수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기명·날인 외에 중개보수 지급에 관한 별도의 명확한 약정을 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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