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과 예술성의 완벽한 균형 유지와
글로벌 대중의 보편적 정서 공략은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 17’이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다시 한번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3월 7일 북미 개봉 후 주말 3일간 약 276억원의 티켓 수입을 기록하며 한국 감독으로는 두 번째로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작비 회수를 위한 목표 수익은 무려 4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마크 러팔로와 로버트 패틴슨 등 초호화 캐스팅을 내세운 만큼 흥행 부담이 크지만 그의 작품 특유의 ‘인간 냄새’를 믿고 기대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봉 감독이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Appearance
블랙 슈트 속 숨겨진 반전 매력, 시그니처 패션 전략

봉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거의 일관되게 블랙 슈트를 착용하며 간결하면서도 정제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봉 감독은 고급스러운 검정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 간결함 속에 품격을 드러냈고, CNN은 이를 두고 “봉준호 감독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블랙 스타일은 그의 영화만큼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 ‘미키 17’ 공식 행사인 라스베이거스 시네마콘 행사에서도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심플한 블랙 슈트와 자연스러운 웨이브 헤어스타일로 여유롭고 친근한 이미지를 자아냈다. 이는 ‘세계적인 거장’이지만 과장되지 않은 겸손한 이미지로 대중과의 친근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무채색과 함께 그의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안경은 카리스마를 지니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동시에 발산해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의 안경과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은 완벽한 조화로 감독의 친근하면서도 예술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객들에게 ‘인간적인 카리스마’라는 이중적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영화 ‘미키 17’의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화 ‘미키 17’의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Behavior
화내지 않는 감독의 품위, ‘무노(無怒)’ 이미지 브랜딩


봉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배우 송강호는 과거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현장에서 절대 화내는 법이 없다”며 그의 성격을 높게 평가했었다.

또한 ‘미키 17’에서 함께 작업한 마크 러팔로는 “촬영 현장에서 봉 감독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봉 감독의 캐릭터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친근감을 잃지 않는 이미지를 강화한다.

봉 감독은 또 인터뷰에서 턱을 만지거나 말을 할 때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소를 보인다. 이는 그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감독이면서도 인간적인 신중함과 소탈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미키 17’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미키 17’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Communication
할리우드를 웃긴 ‘봉준호식’ 유머 코드의 비밀

봉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잘 알려져 있다. ‘미키 17’의 홍보 과정에서도 그는 제작비 절감 방법에 대해 “재촬영 없이 순조롭게 찍어서 200만 달러를 아꼈다”며 특유의 농담을 던져 기자들과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유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에서 효율적인 계획과 정확한 연출력을 보여준 그의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유쾌하게 강조한 것이다. 그의 유머는 단순한 웃음 유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종종 날카로운 메시지를 유머 속에 녹여 대중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오스카상을 ‘지역 영화제’라고 표현했던 그의 발언은 할리우드 중심의 시상식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비판하며 세계 영화계의 다양성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의 유머가 더욱 매력적이며 효과적인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최근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나는 그저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낮춰 표현하며 특유의 겸손함을 보여줬다. 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화법은 오히려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봉 감독의 이러한 겸손하고 친근한 소통 방식은 그를 단지 영화감독 이상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한 주요한 요소다. 또한 봉 감독은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솔직함과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작품이나 현안에 대한 질문에 피상적으로 대답하는 대신 솔직한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예컨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실패를 솔직히 언급하며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진정성 있는 표현 방식은 청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최근 ‘미키 17’의 홍보를 포함해 여러 인터뷰에서 보여준 봉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메시지 전달과 함께 그의 개성과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전 세계 영화팬들과 평론가들이 그의 다음 발언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봉 감독은 이미지 브랜딩 면에서는 이미 글로벌 정상에 섰지만 현실적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는 막대한 제작비를 회수하고 진정한 상업적 성공을 증명하는 것이다. ‘미키 17’은 제작비 1700억원을 넘어 4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수익을 거둬야만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과연 봉 감독이 이번에도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전설을 추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이번 작품은 그가 가진 영화적 천재성과 현실적인 흥행 능력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봉 감독의 과제는 단순한 수익의 달성을 넘어 장기적으로 상업성과 예술성의 완벽한 균형 유지 및 글로벌 대중의 보편적 정서 공략을 통해서 글로벌 영화 산업 내에서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미키 17’ 프로젝트는 그 여정의 중요한 시험대이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