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 “ㅇㅇ과목 10만원에 팝니다”…대학가 교과목 거래 성행

△개강 2주 전쯤인 수강신청 시즌이 되면 교내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은 교과목을 거래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빼곡히 올라온다. (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심규리 대학생 기자] 각 대학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 간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물품이 아닌 교과목을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강 2주 전쯤인 수강신청 시즌이 되면 교내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은 교과목을 거래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빼곡히 올라온다. 교과목 거래는 특정 강의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타 학생으로부터 수강 과목을 양도받는 행위를 일컫는다. 거래가는 주로 5~10만 원 선에서 형성되지만, 1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로 거래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대학에서 학생들 간에 교과목 거래가 이루어지는 건 왜일까. 기본적으로 교과목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강해야 하는 학생은 많은데 비해 교과목이 충분히 개설되지 않는다.


꼭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거나 학생들이 몰리는 ‘꿀강의’ 과목 같은 것들이 그렇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생들은 수강 신청에 실패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주고라도 교과목을 구매하고픈 유혹에 흔들린다. 이런 절박한 학생들의 심리를 악용해 본인에게 불필요한 강의들을 여러 개 신청해 두었다가 고액에 팔아넘기는 ‘과목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학교 특성 반영한 제도 개선 및 면학 분위기 조성 시급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과목 거래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김유진(건국대 글로컬캠퍼스·2) 씨는 “이미 등록금을 내고도 강의를 듣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게 비합리적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학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거래를 인정해야 한다고 학생들도 있다. 공통적으로 학생들은 최근 몇 년간 수강 신청 기간마다 반복되는 이런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사례로 골머리를 앓았던 성균관대의 경우 올해 1학기부터 수강권 매매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학생 간 금전적 거래를 방지했다. 이는 수강 변경 기간 동안 인원이 꽉 찬 과목들의 수강 삭제가 이뤄진 경우 시간차를 두고 삭제된 여석이 표시 되는 시스템이다.


심희연(성균관대·3)씨는 “실제로 이 시스템 도입 후 교과목 거래 현상이 완화되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등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학생들 간의 일대일 강의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거래 자체를 근절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시스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학생들이 마음 놓고 수강 신청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교과목 거래의 민낯은 무엇일까. 실제 교과목 거래 경험이 있다고 밝힌 A(서강대·4) 씨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교과목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경험을 토대로 말해 달라

“지난 학기에 수강 신청 과목 판매 공고를 서담(서강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경영학 전공과목과 국어국문학 전공과목, 그리고 중핵 필수 선택 과목(교양 과목) 등 4과목 정도를 제안했다. 전 과목 수강신청 기간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과목을 양도했다.”

학생들 간 교과목 거래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과목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경계의 경우 복수전공생이 많기 때문에 분반 수나 수강 인원을 늘려야 하지만 이게 안 되는 상황이다. 또 2017학년도를 기점으로 유학생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런 상황을 반영한 학과목의 인원수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강 신청은 더욱 힘들어졌고, 그때부터 교과목 거래가 더욱 활발해진 것 같다.”


경험자로서 교과목 거래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무엇인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과목당 수강 인원을 증원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특히, 복수전공으로 인하여 학생 수가 많은 경영학과의 경우 교과목 거래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주변 학생들의 의견도 나와 같다. 다들 학교에서 수강 인원을 증원하기 전에는 해결 되지 않을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 대학은 수강 신청 이전에 ‘담아놓기’라는 수요조사 시스템을 통해 학과목의 경쟁률을 미리 파악한다. 그런데도 이에 맞춰 인원을 조정하지 않으므로 과목을 사고파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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