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혜선 인턴기자]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세대를 거스르는 뉴트로 열풍은 다양한 시대의 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뉴트로 콘셉트는 일명 ‘경성시대(혹은 개화기)’로 불린다. 이는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경성)을 배경으로 생긴 단어로, 서양·일본 문물이 들어오며 입었다는 화려한 의상, 장신구 등을 말한다. 이런 콘셉트는 ‘모던보이’, ‘아가씨’, ‘미스터 선샤인’ 등의 방송과 드라마에 힘입어 유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콘셉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논란도 피할 수 없다. 과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콘셉트를 위화감 없이 즐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

식민지 도시로 낙인 찍힌 '경성'이지만···뉴트로 감성 찾아 경성시대로 가는 청년들

△영화 ‘아가씨’(사진 제공=네이버 영화)

경성시대 콘셉트는 화려한 디자인과 함께 복고풍 느낌으로 이슈가 됐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한 게시글은 #경성시대는 6000개를, #개화기는 21만개가 넘으며 대중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이라는 점과 더불어 최근 일본불매운동이 부각돼 잇따른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경성시대란 일반적으로 1920~30년대 시대적 배경을 말하며, 서양·일본 문물이 들어오던 ‘개화기’와 통칭해 사용한다. 여기서 ‘경성’이라는 지역명은 1910년 국권을 상실한 우리나라의 수도인 ‘한성부’가 일본에 의해 변경된 단어라는 점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경성시대라는 단어는 일본의 탄압을 받던 시기적 배경을 가지며, 우리나라 농민의 항쟁이 이어지던 시기였기에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스브스 뉴스에서는 사회학 교수들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했다. 스브스 뉴스에 출연한 장규식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제가 한성부의 이름을 경성으로 바꾸며 수도라는 개념 자체를 없앴다”며 “경성이라는 말에는 일종의 식민지 도시로서의 낙인이 찍혀있는 이름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해 명칭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또한, 이기훈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경성시대에서 묘사하고 있는 시대상은 판타지이며, 그 당시라면 그런 복장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 경찰한테 끌려가 고문당하고 죽기도 하던 시대이기 때문에 이는 한 측면만 잘라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 콘셉트이다”라며 논란에 대한 문제점을 덧붙였다.

식민지 도시로 낙인 찍힌 '경성'이지만···뉴트로 감성 찾아 경성시대로 가는 청년들

△롯데월드 개화기 콘셉트 홍보 사진.(사진 제공=롯데월드)

한편, 지난 3월 ‘개화기’로 테마를 잡은 롯데월드는 콘셉트로 인한 질타를 받았다. 이날 행사장은 1900년대 우리나라 모습을 반영해 카페, 양장 대여점 같은 상점과 인력거 정류소 등 그 시대를 재연한다는 취지의 홍보 마케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는 대중들의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롯데월드의 홍보글에는 “개화기(1910년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1930년대)라는 걸 모르나”, “삼일절 100주년 해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차라리 조선시대를 써라” 등과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식민지 도시로 낙인 찍힌 '경성'이지만···뉴트로 감성 찾아 경성시대로 가는 청년들

△인스타그램 #개화기의상 해시태그 사진.

또한, SNS에서 유행하는 경성시대 사진관, 의상대여점 이용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경성시대 #개화기의상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볼 수 있는 사진에서는 서양식 양장, 드레스, 장신구 그리고 가구들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는 커플, 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집단에서 ‘경성’이라는 명칭 아래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의무교육은 다 같이 받았는데 모르는 건 뭐야”, “패션으로 소비하려면 경성, 개화기 이런 단어 말고 차라리 ‘복고풍’이란느 단어를 쓰지 굳이 아픈 역사를 왜 건드리냐” 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었다.

또한, 이를 접한 하광민(26)씨는 “단순히 ‘인스타 감성’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 정서상 치욕적인 시기의 콘셉트는 지양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다른 시기의 대체적인 레트로 콘셉트를 찾아 접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커뮤니티에서도 새로운 갈등점으로 화두에 오르며 경성시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성시대 콘셉트를 지양하자는 사람들은 “1930년이 일본 탄압 제일 심할 땐데 말도 안 된다”, “식민지 미화 좀 그만해라”, “경성시대 아닌 광복시대다, 저런 옷들은 우리나라 광복 후부터 발달되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반면, 경성시대 콘셉트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경성시대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다”, “암울한 시대면 예쁜 옷 좀 입으면 안 되나”와 같은 반응들도 있었다.

식민지 도시로 낙인 찍힌 '경성'이지만···뉴트로 감성 찾아 경성시대로 가는 청년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1960년대 서울 명동.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성시대’ 대신 ‘광복시대’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다. 경성시대 콘셉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명칭’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개화기는 1910년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양장을 입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실제 양장이 발달한 시기인 광복이후부터 1960년대 사이를 가르키는 ‘광복시대’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hsunn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