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넘어 데카콘으로 향하는 스타트업]
창업 전문가 심사위원 3인
“AI부터 사회적기업까지… 인상 깊은 아이템 넘치네요”
이번 178호 특집에 엔젤투자, 재단법인, 대학 창업지원단 등 창업관련 각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서 인사이트를 보탰다. 15개 기업을 평가한 소감은 어땠는지, 청년 창업가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심사위원 명단(이름은 가나다 순)]
소성현
얼트루 대표이사 겸 전문 엔젤투자자
전) IBK투자증권·리딩투자증권·메리츠종합증권 고유자산운용역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SBA) 창업허브운영팀장 / 서울창업허브센터장
전) SBA 액셀러레이팅센터 운영 총괄
전) 청년창업플러스센터 운영 총괄
전) 청년창업센터, 장년창업센터 운영 총괄
최경철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 산업융합학부 부교수 / 블록체인창업지원 센터장
전) 신한은행 기업컨설팅팀 팀장
전) 갤럽코리아 컨설팅 부장
전) 베어링포인트 코리아 매니저
전) 아더앤더스 비즈니스 컨설팅 시니어 컨설턴트
- 이번 15개 기업의 아이템 및 사업성과에 대한 소감은
소성현 사업에 시대의 유행 키워드를 억지로 끼워 놓은 것 같은 기업이 조금 있었다. 자신을 꾸미기보다 진짜 자신의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물론 인상적인 곳들도 많아 반가웠다.
이태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 기업부터 바이오, 사회적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아이템의 스타트업의 자료를 받아 흥미롭게 검토했다.
최경철 모두 기대이상으로 우수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시장에서 일정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각 분야에서 고객들의 불만 사항(Pain Point)을 파악해 상품화한 스타트업도 많았다.
- 평가할 때 특별히 중요시 한 기준은 무엇인가
소성현 자신의 비즈니스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는지를 봤다. 엔젤투자 시, 대표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원과 꼭 함께 오라’고 한다. 사업의 본질을 대표가 직접 해낼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
이태훈 평소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 스타트업이 얼마나 영속 가능한가’이다. 이번 심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기적으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좋은 평가를 줄 수 없었다.
최경철 기술기반 기업은 제품이 출시 후 관련 시장에서의 기술 활용성에, BM(Business Model)은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타 분야 또는 지역으로 확장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BM은 먼저 시장에 진입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수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장에 진입해 선점한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소셜벤처 분야는 시장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아이템 중심으로 선정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 이유는
소성현 ‘메이아이’ ‘ HCLAB’ ‘워킨위드’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많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세 곳 모두 조금은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 매력적이었다. 메이아이는 모두가 ‘온라인 온리(only)’를 외칠 때 오프라인 매장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워킨위드의 룩컷 발톱깎이는 굉장한 ‘매니아’가 만든 느낌이었다.
이태훈 ‘제리백’이다. 소외된 지역에서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경철 ‘열두달’이라는 업체의 푸딩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고객의 요구를 잘 집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미 시장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고, 이를 푸딩 키친과 협업을 통해 확장 가능한 모델로 봤다.
- 반대로 아쉬운 곳도 있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조언해준다면
소성현 사회적기업은 투자유치보다는 대기업과의 협업이 더 수월하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사회적의미도 중요하지만 수익모델이 추가됐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태훈 ‘소비자(수요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는가’를 계속 질문했다. 물론, 창업을 할 때 본인(대표자)이 즐거워야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소비자가 이 아이템을 쓰면서 얼마나 즐거워 하는가’도 못지않게 고민해야 한다. 창업은 끊임없는 소비자와의 교감이기 때문이다.
최경철 인포에이블의 ‘하티하티’ 서비스는 제품력이 우수하고 시장도 크지만 원격진료를 허가하지 않는 의료부문 규제와 의사들의 보수적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심전도 정보는 의사가 직접 판독해야 하는 과정 등을 이해한다면 실제 사업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크레스콤의 AI 기반 영상판독서비스도 ‘의료부문에서 어떤 어려움을 해결하고 혜택을 줄 수 있는지’ ‘현 의료법 내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것인지’ ‘어떤 팀원들과 진행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좋은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 현재 청년 스타트업 현황이 어떠한가
소성현 언론에 나오는 잘 된 사례만 믿고 마냥 밝게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청년 창업가의 공통점은 적어도 1~2년의 사회경험이 있었다. 월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야 직원에게 월급을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고 자연히 동기부여가 된다. 단순 대학 동아리 개념으로 시작하면 아주 작은 이유로 깨지기 쉽다. 지원금에 100%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이건 제품력이 부족하거나 처음부터 사업계획이 잘못된 탓이다. 자본 안에서 시제품 제작비부터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계산을 해두어야 한다. 또 제품력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게 마련이다.
이태훈 이제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 않다.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것은 곧 검증된 스타트업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차별화되고 기술력이 넘쳐나는 스타트업이 많다.
최경철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국가적으로 창업인프라가 확대되고 국가지원사업들이 많아지면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우수한 학생들이 창업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느낀다.
- 최근 대학생 창업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경철 대학생 창업가들은 일반 중장년 창업가 대비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신 목표 고객을 세심히 관찰하고 연구하면 된다. 이들의 어려움에 대한 솔루션이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결국 답은 고객에게 있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 우수한 기술이라고 확신을 가져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사업 아이템으로써의 존재 이유가 없다.
- 이태훈 심사위원은 서울창업허브 센터장으로서, 시설 이용팁을 부탁한다
이태훈 올해부터 기존 일 년에서 매달로 입주기업 선발시기를 바꿨다. 또 모든 선발에 현직 투자자가 참여하도록 해, 시리즈A 투자자의 딜소싱센터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업무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우수기업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대신 해외 정부, 대기업, 액셀러레이팅센터와 연계해, 그들이 직접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 청년 창업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또 당부말씀 부탁한다
소성현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보다 ‘내 직원을 챙기는 법’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 타깃이 누구이고, 무엇을 어떻게 팔고 매출을 어떻게 낼 것인지를 먼저 짜는 게 법인을 만드는 기본이다. 방법이 어렵다면 선배 창업가를 만나되 엑싯(Exit·투자 회수)을 경험한 선배를 만나는 게 좋다. 자기객관화와 시장조사를 통해 내 사업의 부족한 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태훈 창업을 경험한 청년과 경험하지 않은 청년의 미래는 아주 다르다.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끼고 경험한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역시 다르다. 창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보는 것, 이것이 창업이다.
최경철 통계적으로 창업을 충분히 준비하고서도 평균 3.7회의 실패를 경험한 이후에 창업에 성공한다고 한다. 2~3번의 실패는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신 충분히 준비를 해 실패한다면 그 과정도 자산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실패한다면 다음 창업에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그 방법으로 선배와의 멘토링이 좋다. 창업은 준비하면 할수록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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