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최문구(52세) 영등포공고 교사는 2013년 강서·양천 지역 특성화고 종합 설명회에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제자 김성민 씨를 처음 만났다. 성민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해온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에 흥미를 잃어 방황하고 있었다. 그날 최문구 교사는 학교에 대한 설명보다는 성민 씨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이후 영등포공고에 입학한 성민 씨의 인생은 최문구 교사의 지도 아래 180도 달라졌다. 2016년 한국철도공사에 취업한 김성민 씨는 “항상 저를 믿어주는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1618]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방황하던 중학생 인생이 바뀌었죠”



각자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등포공고 최문구 교사(이하 스승) 영등포공고에서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최문구입니다. 지역의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특성화고를 알리는 서울시 특성화고 홍보 강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 김성민 대리(이하 제자) 저는 2016년도에 영등포공고 IT융합기계과를 졸업한 김성민입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수도권 동부본부 이문차량사업소에서 ITX와 새마을호 등 철도차량 정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두 분은 첫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제자 제가 영등포공고에 입학하게 된 것이 최문구 선생님 덕분입니다. 중학교 때 축구를 하다가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서 그만둔 이후 잠시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 강서 양천 지역 특성화고가 모이는 종합설명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죠.

스승 당시에는 성민이가 방황의 시기였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 성민이가 무언가 목마름이 있는 아이라고 느꼈어요. 운동하는 학생들은 예의도 바르고 질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성민이에게도 ‘할 수 있다’며 ‘한 번 해보자’는 얘기를 해줬죠.


두 분은 어떤 면에서 특별한 사제지간인가요.

스승 종합설명회 부스에서 만났던 인연으로 성민이가 저희 영등포공고에 입학했죠. 그 후 성민이의 열정을 확인했고 제가 홍보부 활동을 권유했어요. 학생회장과 홍보부장을 함께 하면서도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고 적극적이었어요. 결국 자신이 원했던 공기업 취업에 성공한 성민이를 보니 참으로 대견합니다.

제자 선생님이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셨던 인연으로 영등포공고에 입학하고 홍보부에 가입해서 3년간 선생님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함께 한 활동 덕분에 알찬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었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성민 씨의 취업 준비를 도왔나요.

스승 저의 조언은 동아리 지도교사로서 성민이의 취업에 일부 도움이 됐을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학교의 모든 선생님이 함께 도와준 결과입니다. 내신 성적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교과와 전문교과에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죠.

제자 선생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만 특히 취업과 관계된 부분에서는 면접에 가장 큰 도움을 주셨죠. 선생님과 함께 홍보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사람을 대할 때 본인은 자신의 표정을 모르지만 상대방은 제 표정을 보잖아요. 항상 홍보 활동을 함께 다니다 보니까 표정은 물론이고 목소리 톤, 말투와 단어 선택까지 세심하게 조언해주셨어요.


선생님의 면접에 관한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요.

스승 성민이는 열정이 대단했던 만큼 가끔은 면접에서 표현이 과한 경우도 있었어요. 표현이 과하면 면접관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니 적당히 조절하라고 말했죠.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저에게 주어진 일이 아무리 작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이뤄내겠습니다”라고 말하도록 말이죠,

제자 저에게 항상 웃으라고 하셨어요. 제가 무뚝뚝하게 있으면 다소 인상이 사나워 보이거든요. 저 스스로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웃으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웃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키워주셨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성민 씨가 가장 자신 있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자 학교 성적도 잘 유지하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지만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졸업 성적은 1.28을 유지했고 자격증 5개를 땄고 학생회장과 홍보부장, 축구부 부장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어요. 그 밖에도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위원회 서기로 활동하는 등 교내활동과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스승 성민이는 학생회장을 하면서 리더십을 키우고 홍보 활동을 하면서도 사람을 대면하는 연습을 지속해왔습니다. 아무래도 홍보부장을 하며 사람들을 대면하다 보니 말을 잘하게 되고 생각도 깊어졌죠. 최종합격한 한국철도공사에서도 리더십 점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618]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방황하던 중학생 인생이 바뀌었죠”



반대로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요.

스승 강점과 약점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걸 채워나간다면 강점이 되고 강점이라도 너무 과하면 약점이 되죠. 리더십은 성민이의 강점이지만 지나치게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성민이에게 항상 열정과 리더십을 80%만 표현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제자 학창 시절 내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바쁘게 스펙을 쌓으며 살다 보니까 마음에 여유가 없었어요. 한 걸음 떨어져 돌아볼 수 없고 객관적으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없었어요. 그런 상황 또한 최문구 선생님을 포함해 여러 선생님의 격려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제지간에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자 1년에 70개 중학교를 선생님과 함께 다니며 홍보 활동을 했으니 선생님과의 추억이 많습니다. 선생님께서 앞에서 발표하시면 제가 뒤에서 보고 있었어요. 워낙 언변과 표정이 좋으셔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정도죠. 저는 그런 말투를 기억해서 저만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내며 따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홍보 활동을 위해 학교를 오가는 차 안에서 나눴던 선생님과의 대화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스승 당시에 성민이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가끔은 성민이가 연애에 관한 고민도 털어놓곤 했죠. 간혹 연애에만 몰두하고 학교생활에 소홀했던 선배들의 실패 사례를 들려주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사제지간에 나누기 어려운 이성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줬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동아리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됐나 봐요.

제자 중학교 때만 해도 운동을 그만두고 방황을 하며 사람들을 대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누군가와 눈을 마주쳐도 제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는데 학교 홍보 활동을 하면서 저의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취업할 때도 홍보부의 활력을 이용하고 학교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스승 홍보 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오늘도 최선을 다했지?” 혹은 “재미있었지?”라고 물었어요. 변함없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말들은 설혹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이 되니까요.


선생님께 특별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자 최문구 선생님과 만난 3년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배우면서 앞으로 살아갈 30년 이상의 진로를 결정하게 됐으니까요. 제가 학교생활이나 홍보 활동을 열심히 했던 원동력에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평범한 말이지만 선생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1618]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방황하던 중학생 인생이 바뀌었죠”

김성민 대리의 취업 노하우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


김성민 씨는 후배들을 위한 취업 노하우로 학교생활에 열정을 가지고 적극성을 발휘할 것을 권했다. 성적 관리와 자격증 취득 등 기본적인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민 씨는 “개인적으로 끌리는 동아리를 선택해서 참여하는 등 교내활동과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읽는 습관을 들이고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다양한 생활 습관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관련된 현장을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진학을 원한다면 희망 대학교를 찾아가고 취업을 원한다면 그 회사를 찾아가서 업무 현장을 둘러보라”며 “그 어떤 활동보다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18]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방황하던 중학생 인생이 바뀌었죠”

최문구 교사의 취업 노하우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진로 선택의 첫걸음입니다”


최문구 교사는 “직장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 하며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하는 방법으로는 책을 읽거나 직접 그 일을 체험해보고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추천했다. 최 교사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무 데나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말하며 “100곳의 좋은 직장을 찾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100가지 일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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