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안 된다” 문과생들 공대로... 공대로...

작년 전국 4년제 인문사회대학은 12만7천여 명의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중 취업자는 5만7천명. 약 절반이 취업하지 못했다. 공학계열 졸업자는 6만8천명 중 인문사회계열보다 17% 높은 67.4%가 취업했다.


대기업의 인문계열 기피 현상도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상반기 들어 인문계 공채를 대폭 축소했고 전공제한이 덜한 금융권은 아예 상반기 채용 자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파장을 일으킨 삼성의 '총장추천제' 대학별 할당인원 목록에서도 인문계 중심 학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인문계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여기에 대비하려는 ‘문돌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편입이나 전과, 다전공 등을 통해 공학계열에 발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공대가 거의 개설돼 있지 않은 여대는 공학계열을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스타트는 숙명여대가 끊었다. 이 학교는 내년 학제개편 시기에 맞춰 공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컴퓨터과학이나 식품영양학 등 이학계열을 공학계열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난달 23일 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을 2012년 19.5%에서 2018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공대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취업 안 된다” 문과생들 공대로... 공대로...


◆ 공대 전과·복수전공 하는 문과생 늘어


문과생의 공대전향 움직임은 대학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대 자동차학과로 전과한 재학생 7명 중 2명이 경영학과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과 과학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학점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는 점을 무릅쓰고 전과를 시도하는 문과생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소재가 특화돼 있어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관련 업체에 입사하기 유리한 전공이라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학점을 추가로 채우는 데 부담을 느낀 학생들 사이에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대신 연계전공 등 새로운 학제를 통해 공학수업을 이수하는 경향도 있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융합공학에 연계전공을 허용하고 문과생에게 문호를 대폭 연 인하대에는 일 년 새 공학을 다전공한 인문대생의 숫자가 2013년 18명에서 2014년 3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복수전공과 부전공자 숫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연계전공 신청자가 17명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공대로의 전과를 위해 아예 입학 초기부터 희망 학과의 전공수업을 듣는다는 문과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공 지식을 미리 익힐 수 있는데다 담당 교수에게 얼굴을 미리 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소영 씨(22)는 “수능 수리영역 성적이 안 좋아 경영학과를 선택했지만 공대가 취업률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학계열로 전과하기 위해 진작부터 전공수업을 듣고 있다”며 “전과 시험이 100% 면접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교수님에게 미리 열정을 보여드리면 전과 면접심사에 합격하기 쉬울 것 같다”고 전했다.

◆ 일년 새 공대 편입 문과생 1.7배 증가


편입시장에서도 인문계의 공대 전과 열풍이 거세다. 편입시장 점유율 65%의 김영편입학원이 최근 2년간 편입생 4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공학계열 합격자 중 인문계 출신이 지난해에 비해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1.3%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16.9%로 늘었다. 공학계열 합격자의 전체 비율도 2013년 30.2%였던 것이 올해는 35.3%로 증가했다.


학원 측은 ‘극심한 취업난’을 이유로 꼽았다. 이세환 김영편입학원 마케팅팀 관계자는 “공대 편입시험 중 수학은 미분, 적분, 선형대수부터 공업수학까지 출제되기 때문에 인문계열 출신자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도 합격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최근 심각한 인문대 취업난으로 대기업 입사에 유리한 공학계열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