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학생역량 강화위해 2017년부터 졸업요건 대폭 변화···변경사항에 대한공지 미흡, 홍보 부족으로 학생들 혼란

-신설된 '비교과 인증'은 지난해 졸업요건에서 제외됐지만 별다른 공지없어···학생들 불만↑


[캠퍼스 잡앤조이=한종욱 인턴기자] “필수 졸업요건이라고 해서 열심히 들었는데 지금은 또 졸업요건이 아니라고 하네요.” 1년 뒤 졸업을 앞둔 서경대 17학번 학생들의 목소리다. 2017년부터 졸업요건에 포함됐던 비교과 프로그램이 별다른 공지사항 없이 졸업요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7학번들은 대폭 변경된 졸업요건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현장이슈] ‘졸업요건 채우고 나니 졸업요건이 바뀐다?’ 갑자기 바뀐 졸업요건에 멘붕 온 서경대생들 어쩌나



졸업요건 대폭 변경 돼 혼란 야기···신입생, 재학생들도 졸업 요건 숙지 안 돼

서경대는 2017년부터 ‘CREOS 졸업인증 운영체계’를 도입하며 졸업 요건을 변경했다. 수업을 ‘균형교양(역사와 철학·문화와 예술 등 5개 영역에서 3개 충족)’과 ‘교양필수’로 나눴던 기존의 방식에서 필수로 들어야하는 과목을 세부적으로 확장했다.


[현장이슈] ‘졸업요건 채우고 나니 졸업요건이 바뀐다?’ 갑자기 바뀐 졸업요건에 멘붕 온 서경대생들 어쩌나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서경대 졸업요건 (단, 이공대학의 경우 균형교양 5개 영역 중 2개영역 이수)



‘CREOS 졸업인증 운영체계’에서는 졸업요건이 더욱 세밀하게 나뉘었다. 기존 재학생들은 균형교양과 교양필수 과목에서 요구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됐지만 17학번 신입생부터 △전공 인증 △교양 인증 △비교과 인증 △캠프 인증에서 각각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졸업이 가능하게 변경됐다.

[현장이슈] ‘졸업요건 채우고 나니 졸업요건이 바뀐다?’ 갑자기 바뀐 졸업요건에 멘붕 온 서경대생들 어쩌나
졸업요건이 갑작스레 바뀌자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동학과 17학번으로 재학 중인 김지명(24) 씨는 “선배들도 변경된 졸업요건에 대해 헷갈려했다”며 “학교 측에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이해하는 데까지 한참 걸렸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작년에 경영학부를 졸업한 최종진(가명, 27) 씨는 “당시 17학번 후배들이 묻는 졸업요건 질문에 대해 답 해줄 수가 없었다. 기존 졸업요건과는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공지사항만 보고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바뀐 졸업요건. ‘전공 인증’, ‘교양 인증’, ‘비교과 인증’, ‘캠프 인증’이 신설됐다.


비교과 프로그램, ‘유익한 프로그램만 경쟁률↑’···비인기 프로그램은 외면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는 비교과 인증에서 나왔다. 비교과 인증은 정규 수업 이외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을 갖추게 하겠다는 의도해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비교과 인증의 수업은 일반역량과 전공역량으로 나뉜다. 일반역량은 흥미, 취업, 심리 상담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이다. ‘연애코칭’ ‘불안극복’, ‘진로탐색’ 등이 대표적인 수업이다. 정규 수업은 학부 학과장이 개설한다. 이외에도 비교과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금요일 오전에만 개설됐다.

[현장이슈] ‘졸업요건 채우고 나니 졸업요건이 바뀐다?’ 갑자기 바뀐 졸업요건에 멘붕 온 서경대생들 어쩌나

△2017년부터 '비교과 인증'이 도입되며 17, 18학번 학생들은 비교과 프로그램을 필수로 이수해야 했다.


문화콘텐츠학부 17학번인 고 모(23)씨는 ‘비교과 프로그램이 취지는 좋았으나 실패한 프로그램’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고 씨는 “도움이 되거나 재미있는 수업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매번 지원하는데 실패했다”며 “다른 수업들은 학업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력적이지 않은 수업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비교과 프로그램은 무관심속에 외면 받았다. 학교 측에서는 오전 9시였던 수업을 10시로 늘리는 등 비교과 프로그램을 보완하고자 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취업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비교과 인증에 충족한 재학생은 100여명 미만이었다.


전공수업과 시간이 겹치는 문제도 있었다. 금요일 오전에 들어야하는 수업이 있다면 비교과 프로그램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이에 고 씨는 “수업이 겹칠 경우 비교과 프로그램을 듣도록 했다”며 “비교과 프로그램을 듣고 레포트를 작성해오면 전공 수업을 대체해준다고 했지만 정작 수업을 듣지 못해 시험 공부에 차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2~3회를 이어서 들어야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둘다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 '도입 당시에 공지와 홍보가 너무 부족했다' 등의 목소리도 있었다.


비교과 프로그램, ‘8월에 졸업요건서 제외’···별다른 공지사항 없어 졸업생들 혼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교과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졸업요건에서 제외됐다. 서경대 측 관계자에 따르면 비교과 프로그램이 졸업요건에서 제외된 시기는 8월 말이었다. 관계자는 “과 자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하는 부담감과 졸업 요건을 충족한 인원이 너무 적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장이슈] ‘졸업요건 채우고 나니 졸업요건이 바뀐다?’ 갑자기 바뀐 졸업요건에 멘붕 온 서경대생들 어쩌나

△서경대학교 홈페이지에는 아직까지 비교과 프로그램이 졸업요건에 표기돼 있다.(사진 출처=서경대)



하지만 이에 대한 공지사항이 없어 학생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14일 현재까지 일일이 크레오스 인증센터에 전화해서 묻거나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정보를 듣고 있다. 크레오스 인증센터 관계자는 “졸업요건에서 제외된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수업을 들었던 것에 대한 보상은 없지만 수료했던 비교과 프로그램의 수료증은 발급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졸업요건 중 하나로 비교과 프로그램 이수를 해야했는데, 이수자의 비율이 적어 졸업 요건에서 제외했다“학과장님들을 통해 전달했는데 학생들에게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교과 프로그램을 '실패한 프로그램'으로 언급했던 고 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그런 공지사항을 찾아볼 수 없다. 17학번과 18학번을 위해서라도 모든 이들에게 공지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생처에서 근무했던 근로장학생 김 모(22)씨는 “2019년 2학기부터 비교과 프로그램을 졸업요건에서 제외한다는 논의를 한다고 들었다. 관련 부처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이 졸업요건에서 제외가 되면 학생들이 비교과 프로그램을 외면한다는 우려로 공지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군사학과의 한 학생은 “비교과 프로그램이 학업과 취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교과 프로그램을 듣기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학생들을 고려해 어느 정도 보상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jwk1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