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상현 대학생 기자] 송가영(가명·26세)씨는 지난해 2월 한양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송 씨는 평균 이상 학점과 만점에 가까운 토익, 세 차례의 인턴 경력 등 남부럽지 않은 이력의 보유자다. 재학생 때부터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송 씨는 지금까지 신입 공채에서 21번 낙방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송 씨를 비롯한 청년들 사이에서 국외 취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외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만나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요즘 대세라는 ‘국외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할까?

△김대호(가명·27세) 씨가 미국 투자은행 취업 준비에 활용하는 서적들. 김 씨는 현재 자산 관리와 경영, 금융 관련 내용 등을 공부 중이다. (사진=김대호 씨)



미국,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

청년들이 국외 취업을 염두에 둘 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곳은 미국 등 영어권 국가다. 영어 공부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해왔지만 구직 활동 중에 또 다른 외국어 공부까지 병행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기업들의 채용 과정은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기업들이 수시로 공개 채용한다는 점은 똑같지만 신입 사원 모집 보다는 경력자들의 이직이 더 흔하다. 또 지원자의 사진이나 과다한 개인정보를 제출할 필요는 없지만 범죄 경력과 이전 직장 동료의 추천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김대호(가명·27세)씨는 현재 미국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국 내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취업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국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 시장에서 일하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그래서 전공을 정할 때에도 비즈니스 경영을 선택했고,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삼았다. 김 씨는 구직 활동이 한창일 때 제약받을 일을 우려해 군 복무도 일찌감치 끝마쳤다.


김 씨는 미국 내 취업과 관련해 “미국 시민으로서는 한국보다 쉽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시민권이 없다면, 면접관들이 미국 내 체류 등을 문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한국만큼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미국에서는 기본적인 업무 능력만 있다면 구직자가 취업 분야에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시 된다”고 답했다.


김 씨는 구직 활동을 위해 앞으로 몇 년간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만 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미국 기업들이 ‘비자를 지속해서 발급받아야 하는 외국인’보다는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 또는 자국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영주권 취득을 구직 활동과 병행해야 하는 점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요즘 대세라는 ‘국외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할까?

△전상민(가명·26세) 씨가 일본판 직무적성검사를 공부하는 책들.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탓에 전 씨도 일본에서 직접 수험 서적을 구매했다.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일본, “현지인처럼 일본어를 구사해야”

일본 기업들의 채용 절차를 거시적으로 본다면 국내 기업과 대체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서류평가와 실무평가를 거친 후, 경영진이나 임원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다만 각 단계에서 요구하는 지원자의 자격이나, 능력, 회사의 방침 등은 한국과 일부 차이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해마다 3월 초에 입사 공채를 시행한다. 채용 과정에서 최종 선발돼도, 정작 입사는 그다음 해 봄에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업들이 연중 수시로 신입 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최종 합격자가 곧바로 입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을 별도로 채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지원자의 국적 구분 없이 함께 모집한다.


전상민(가명·26세)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일본 대기업 취업에 몰두 중이다. 전 씨는 올해로 구직 활동 2년 차다. 전 씨는 일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일본어 능력’과 ‘직무적성검사’를 뽑았다. 그중에서도 일본어 능력과 관련해, 전 씨는 “JLPT 1급은 기본이고, 현지인 이상의 일본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 어떤 다른 자격조건이 완벽해도, 일본어를 못하면 뽑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씨가 응답한 대로 직무적성검사 또한 일본 취업 준비에서 중요하다. 종류가 10개 남짓한 직무적성검사 중에 각 기업이 요구하는 검사(시험)에서 기준 점수 이상 취득해야 입사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직무적성검사라 하더라도, 기업이나 뽑는 연도에 따라 기준점은 천차만별이다. 전 씨는 “여러 직무적성검사 중 ‘SPI3’가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된다”며 “일본 대학생 중에는 수험공부하듯 SPI3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인문계열이라면 10명 중에 6~7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일본 취업을 결심한 이유로 “일본어만 할 줄 알면, 경력이나 자격증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는 점을 들었다. 전 씨는 이어 “일본 내에서 최근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는 젊은 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한국 남자들이 군대에서 집단생활을 했다는 점은 일본 기업에 매력적으로 보일 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세라는 ‘국외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할까?



유럽, “얼마나 그 일자리를 원하는지 보여줘야”

대학생 때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많은 학생이 북미권에 이어 유럽으로도 향한다. 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만큼, 경력 쌓기에 지쳐있는 한국 대학생일수록 유럽에 매력을 느끼기가 쉽다. 유럽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준비 중인 주아름(가명·25세) 씨도 그 중 하나다.


주 씨는 현재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을 수료하고, 유럽 쪽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주 씨가 유럽 취업을 결심한 때는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시기다. 주 씨는 “우리나라에서 늘 경쟁에 치이는 게 힘들었다. 국외에도 경쟁은 있지만, 한국만큼 진이 빠지지는 않는다”며 국외 취업을 준비하는 이유를 밝혔다.


주 씨는 “유럽 사람들의 대학진학률은 한국만큼 높지 않아 사무직에 지원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나 이력서가 자유양식인 만큼, 얼마나 그 일자리를 원하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씨는 “비자 발급과 어학 공부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취득한 자격증을 높이 평가해주는 분야 또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리 천장 등 직장 내 성차별이 한국보다 심하지 않은 것 또한 매력”이라며 “인턴을 했던 분야와 비슷한 방향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요즘 대세라는 ‘국외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