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직급과 무관하게 호칭과 존댓말을 사용하는 문화가 이제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장과 직원이 존중받는 문화는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호칭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알바생들은 호칭은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바탕이 돼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CJ는 2000년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님’ 호칭 제도를 사용했다. 뒤이어 삼성전자, 네이버, LG 등의 기업들이 사무직 직급을 단순화하거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등의 체계의 변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반대로 호칭과 직급을 파괴했다가 이전 체계로 돌아가는 기업들도 있었다. KT, 한화, 포스코 등은 외부 거래 시의 불편 초래, 업무 권한 및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혼선을 준다는 이유로 다시 원래의 호칭 방식으로 돌아갔다.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하는 업무의 경우, 익숙한 직위나 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적 혼선 외에도 기업 내부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권위적인 구조 등이 수평적 기업 문화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보다는 다소 수평적인 구조의 알바는 어떨까. 최근 사장과 알바생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독특한 호칭 문화가 있어 찾아가 봤다.


"누가 알바고, 누가 사장이야?" 수평적 호칭으로 변화하는 '알바 문화'

△ 익선동 '식물' 카페(천진호 사장 제공).

‘○○님’ 호칭으로 알바-사장 간 존중하는 조직 문화

천진호(36) ‘식물’ 카페 사장은 2018년 5월에 식물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호칭 문화를 도입했다. 사장과 알바생이 서로 이름 뒤에 ‘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서로 근무 중에는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원칙은 알바생들을 ‘야’, ‘너’ 등으로 부르며 하대하던 사장님과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천 대표는 “나이와 사회적 위치가 자신보다 아래라고 해서 당연히 반말을 사용한다는 알바의 지배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직원들 사이에서는 ‘님’호칭으로 서로 부르는 게 어색했지만 호칭 문화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식물 카페 직원인 김 모 씨(27)는 “사장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려웠다. 존칭을 붙이기는 해도 이름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인수 전부터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유지하던 직원들은 비교적 더 어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호칭을 편하게 하면서 건의사항, 가게 내부 문제점 등을 더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호칭을 바꾸고 나서야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무겁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천 사장은 “직원들끼리는 연령대가 비슷해 사석에서는 말을 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놓다보면 서로가 편하기 때문에 가게가 바쁘거나, 조금만 실수가 있어도 말을 상처받게 하기 쉽다”며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님, 존칭 등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진호 사장은 실제로 호칭과 경어 사용 이후 근무 중에 서로 짜증을 내거나 화내는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누가 알바고, 누가 사장이야?" 수평적 호칭으로 변화하는 '알바 문화'

△'라운지 32' 내부.

영어 닉네임으로 손님과 친밀감 높여

성북구에 위치한 펍 '라운지 32'에서도 독특한 호칭 문화를 발견했다. 라운지 32 사장인 리오 씨는 영어 닉네임에 대해 “주류를 판매하는 곳인 만큼 직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급을 바꿀 수는 없지만 편한 호칭에서 오는 분위기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리오 씨의 지론이다. 영어 닉네임은 ○○님과 같은 호칭보다는 적응하는데 난이도가 있다. 존댓말이 따로 없는 영어의 특성을 반영해 호칭에 따로 '님'이나 '씨'를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오 씨는 사장을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직원들이 처음에 많이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라운지 32에서 일하고 있는 Sunny(26)씨는 “좋아하는 영어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어 업무 만족도도 올랐다. 사장을 리오라고 부르는 문화는 펍이라는 장소 특성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며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회사에서 영어 닉네임을 쓴다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닉네임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손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리오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도 영어 닉네임이 있냐고 물어본다”며 “영어 닉네임이 있는 손님들이라면 닉네임으로 부르고, 없다면 지어드리기도 한다. 영어 닉네임은 라운지 32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호칭을 도입했다. 과거의 과장, 부장 등의 직급 호칭 체제에서 수평적으로 호칭을 개편한 것이다. 네이버는 호칭과 함께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조직구조 역시 변화를 줬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보고하던 체계를 없애고 여러 개의 팀 체제로 바꿨다.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직원이 팀의 리더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네이버의 중추인 네이버랩스의 경우 음성인식 기술, 기계번역, 웹과 같은 기술이 훨씬 향상됐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호칭 변화는 회사 내 조직문화와도 큰 연관관계가 있다.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는 수평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개발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집중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설립과 함께 수평 호칭을 도입한 직방의 인사담당자는 호칭의 수평화는 소통의 번거로움을 막고 업무라는 핵심에 집중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분위기다”며 “목표를 위해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할 태도”라고 지적했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