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고도희 대학생 기자] 3월 31일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지속되고 있음에 따라 2020년 4.18 구국대장정 행사가 취소됐다“기타 대동제 및 추가적인 1학기 행사 진행 여부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4.18 구국대장정 행사 취소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

△평소라면 학생들로 북적일 학교가 코로나19 여파로 텅 비어있다. (사진=고도희 대학생 기자)



4.18 구국대장정 행사란

고려대는 고려대 학생들의 4.18 의거를 기념해 지난 60년 동안 구국대장정 행사를 진행해왔다. 4.18 의거란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평화행진을 하던 중 조직 폭력배들에게 무차별 피습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에 크게 분노한 국민들이 4.19 혁명을 일으켜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4.18 의거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이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위키백과)



매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들은 본교 중앙광장에서 풍물놀이 공연을 관람하고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 시간을 가진다. 이를 ‘전체판’이라 부른다. 이어서 단과대학별로 학교 정문 앞을 출발해 서울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의 4.19 기념탑에서 참배를 마치고 다시 고려대로 돌아오는 순으로 진행된다. 달리는 과정 내내 학생들은 ‘기조’를 외치며 4.18 의거를 되새기고 기억한다. 기조는 매년 가장 논란이 된 사회문제와 대학 내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

A 학과의 2019년 4.18 구국대장정 기조. A 학과 카카오톡 공지방 채팅 캡처.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

△2019년 4.18 구국대장정 행사 당시 학생들의 모습. (사진제공=고려대 TV방송국 KTN)



오늘날의 4.18 구국대장정의 의미

4.18 구국대장정 행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외쳤던 과거의 구호가 현재 학생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조로 변화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중앙광장에서 벌어지는 전체판 시간도 1969년 이후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적인 변화 말고도 학생들의 인식 변화와 같은 내적인 변화는 없었을까.


고려대 학생 74명(20학번 22명, 19학번 40명, 18학번 이상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57.6%)은 4.18 구국대장정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올해 행사가 취소되어 어쩔 수 없이 참여하지 못한 20학번 신입생 22명의 답변을 제하더라도, 행사에 불참한 학생 수는 절반에 육박했다(46.1%).


19학번 이상 학생들의 행사 불참 사유로는 ‘수업 시간과 겹쳐서’(43.3%)가 가장 많았다. 행사 참여로 인해 수업에 빠진 학생들에게는 결강계가 발급되는데도 행사에 불참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이어 ‘귀찮아서’(26.6%),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23.3%), ‘참여 학생 수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3.3%) 등의 답변이 있었다.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

A학과의 정원은 128명이다. (사진출처=A 학과 카카오톡 공지방)



행사 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들 가운데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54.5%) 참여한 경우가 ‘개인적 관심’(27.2%)보다 많았다. 촬영 및 보도를 해야 하는 학내 방송국원과 행사 진행을 주도하는 학생회 임원들의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학번이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만약 2020년 4.18 구국대장정 행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참여하셨을 건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전체 학생 (51.4%) 중 과반(52.6%)의 응답자가 20학번 신입생이었다. 주로 새내기들의 일회성 참여가 많고, 고학번이 되면 참여를 안 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지도 못한 채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새내기들의 실망감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인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각종 행사 취소가 내년에 일으킬 파장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4.18 구국대장정 행사를 모른다’(10.8%)고 답한 20학번 신입생들의 경우 행사 참여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2021년 원활한 행사 진행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4.18 구국대장정 행사가 나아가야 할 길

2019년 4.18 구국대장정 행사 당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모교 114년의 긴 역사 속에서 우리 고대가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선배님들은 서슴없이 4.18이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불의에 항거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저항정신은 고대정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 행사의 저조한 참여율은 해마다 지적돼왔다. 심지어 2019년 영어영문학과는 행사 참여 인원이 너무 적어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재학생 이지수(21) 씨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참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4.18 구국대장정 행사는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사회의 문제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행사 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21) 씨는 “본 행사의 취지는 과거 불의에 맞서 싸운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고 학생의 손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함인데, 예전보다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그날의 함성은 어디로 갔을까···고려대 ‘4.18 구국대장정’ 현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