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김유진 대학생 기자] 유럽은 지금 그야말로 난리통이다. 유럽에서 점점 불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수 때문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국학생들이 있다. 바로 어학연수를 위해 유럽을 향했던 유럽어 전공학생들이다. 귀국자들의 확진여부에만 주목돼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학생들의 다사다난한 어학연수 생활에 대해서 샅샅이 살펴보기 위해, 한국외대(이하 학교명 생략) 동유럽대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4월 11일 기준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 현황. 그래프는 1월 초부터 4월초까지의 지역별 확진자수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세계보건기구)



전공어 실력 키우러 왔다가…외국 타지에서 격리의 연속

폴란드 포즈난 아담미츠키에비츠대학교에서 어학연수중이였던 양현웅(22) 씨는 “학교 측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대만, 싱가포르, 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국일 기준 2주 동안 수업 참여를 금지시켰다. 2월18일에 입국했기 때문에 3월4일부터 다시 학교에 나갔지만, 3월10일 아침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또다시 전체 대학교가 2주간 휴강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현지수업 중단 이후 격리의 연속이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양 씨는 “사실상 3월 13일부터는 거의 3~4일에 한 번씩밖에 밖에 나가지 못했다” 며 타지에서 갇혀있었던 답답함에 대해 토로했다. 체코 까렐대에서 1년 어학연수를 계획했다는 선 모(22)씨 또한 “이번 봄 학기 통째로 온라인 수업으로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난 뒤, 굳이 어학연수까지 와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어학연수 중도 포기와 귀국을 택했다. 외국 타지에서 갇혀있는 것의 답답함과 지침, 상황이 나아질지에 대한 불확실성,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막연함 등이 이유였다. 언어실력 향상을 위해 택한 어학연수였음에도 현지대학 수업 중단과 열악한 온라인 강의에 여행은 물론 외식이나 산책도 자유롭게 누리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나날이 심해졌고, 현지에서 온라인강의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한국으로 빨리 귀국하여 복학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왼쪽) 포즈난 아담미츠키에비츠대의 코로나19 관련 공지문. 학교일정을 취소, 연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른쪽) 폴란드 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포스터. (사진 제공=폴란드어과 양현웅 씨, 폴란드어과 재학생 A씨)



현재 유럽에서는…꽁꽁 발 묶인 한국 유학생들

체코·슬로바키아어과 선 모(22)씨는 “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것에 대한 포상의 느낌으로 휴학 대신 1년 유럽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나라에서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기숙사에만 갇혀 있다는 게 너무 슬프고 ‘괜히 왔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루마니아어과 김민지(22) 씨 또한 “입국하자마자 2주 격리 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고, 4월 중순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10시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것이 금지됐고, 낮에도 밖에 나가려면 외출확인증을 필수로 지참해야 됐다.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다. 3명이상 몰려다니는 것도 금지, 공공장소 사용 또한 5명 이내로 제한됐다. 파스타 등 주요 식재료 사재기 현상까지 있었다” 며 당시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학생들이 유럽에 있는 동안 코로나19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됐다. 이로 인해 △기숙사 밖으로의 외출 자제 권장 △식당ㆍ공연장ㆍ영화관ㆍ볼링장ㆍ쇼핑몰ㆍ백화점 출입금지 △대중교통 입석 금지 △가족 제외 3인 이상 동반외출 금지 △식료품점 및 약국 내 손님 수 제한 △국경 폐쇄 등 규제도 강화됐다.


학생들의 어학연수결심 이유는 다양하다. 전공언어 실력 향상 목적을 공통으로 하면서도 유럽 여행, 자기 계발과 성찰, 현지 친구들과의 교류, 현지 문화 및 역사 조사, 자립심 키우기, 지친 한국일상에 대한 힐링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유럽 내에서의 이동과 더불어 전공언어국가 내의 이동과 교류가 완전히 차단돼 대부분의 학생이 해외에 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왼쪽) 루마니아 현지. 두 명의 한국인 학생이 경찰에게 외출증을 검사받고 있다. (오른쪽) 휴지와 손세정제가 동난 폴란드의 마트 내부. (사진제공=루마니아어과 김민지 씨, 폴란드어과 양현웅 씨)



동양인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다?…동양인 차별 체감

“그냥 지나가기만해도 ‘코로나바이러스’ 하고 소리를 질러요.” 유럽현지에 있는 한국학생들이 동양인차별에 대해 공통적으로 대답한 사항이다. "코로나!" 소리 지르며 뛰어가는 아이들, 길에서 팔 붙잡고 욕하는 아주머니, 욕하고 코로나라고 시비를 거는 아저씨들. 학생들이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수많은 동양인 차별 사례다.


“아이들이 뒤에서 돌멩이를 던진 적이 있다. 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어깨를 치며 kurwa(폴란드어 욕설)를 내뱉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만 스카프나 옷깃으로 입을 가리고, 단체로 수군거리기도 했다” 며 여러 차별 상황들을 양현웅 씨가 설명했다. 폴란드에서 1년 반째 유학중인 이예은(23) 씨는 “한참 코로나19가 심각하기 전 상황이었는데도 지나가는 소풍가던 애들이 ‘오우! 코로나 바이러스! 훠이훠이’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 하면서도 현재는 밖에 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차별이 일어날 일도 없다며 현지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전공학점 취득을 목적으로 루마니아 Alexandru ioan cuza 대학교에서 어학연수 중인 김민지(22) 씨는 “작년 유럽 여행을 왔을 때는 차별을 받지 않았는데, 코로나사태 이후 차별이 심해진 것을 느꼈다”며 “실제로 루마니아는 아시아에서 코로나가 전파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면서 감염된 사례가 많다. 그런데 동양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놀리고 피하면서 이탈리아인을 비롯한 서양인에 대해서는 ‘pray for italia’ 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며 차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반면 동양인 차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폴란드 크라쿠프 야기엘론스키 대학에서 연수 중인 이다민(25) 씨는 “동양인 차별을 하는 현지인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소수이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며 지나친 일반화에 대해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귀국도 겨우겨우…귀국 후 또다시 자가격리

귀국을 결정한 후에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럽의 국경 폐쇄로 인해 예약한 항공편은 자주 취소됐다. 결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를 경유하거나, 정부요청 특별기를 통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겨우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라고 했던가. 오랜 기다림 끝에 성공한 귀국 후에도 학생들은 또다시 한국에서의 귀국자수칙에 따라야 했다. 폴란드 카토비체 실롱스키 대학교에서 4월 1일 귀국한 류솔비(23) 씨는 “귀국 3일 이내에 지역 보건소에서 검사 의무고 귀국일로부터 14일 동안 자가격리 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갇혀있었는데 또 2주 동안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있어야 한다” 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의 모든 비행을 취소한다는 항공사의 공지내용. (사진제공=LOT항공)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공항의 입국게이트.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 안내문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폴란드어과 양현웅 씨)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귀국자 자가격리 안내문자. (사진 제공=폴란드어과 L모 씨)



현재 우리나라의 귀국자 대우는?…유학생들 “역시 한국이 최고”

정부요청 특별기를 타고 4월 1일 귀국한 폴란드어과 L모씨는 “자가진단을 하루에 2번씩 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직접 연락도 오고, 담당 공무원께서 위생키트를 직접 전달 해주시러 오신다”며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가능하다. 우리나라만큼 신경써주고, 확실하고 신속하게 관리를 해주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고다!” 라며 귀국자 대우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류솔비 씨 또한 “코로나19 확진여부를 무료로 검사해주고 시청과 보건소에서 잘 챙겨준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식료품과 건강식품, 의료 물품을 챙겨줘서 좋았다”고 얘기했다.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 실행 캡쳐본. (사진제공=폴란드어과 양현웅 씨)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

△모니터링 담당자 분께서 자가격리자 본가에 직접 방문해 제공한 위생키트. (사진 제공=폴란드어과 L모 씨)

귀국 않고 외국서 온라인 강의·휴식 즐기기도

외국에서의 온라인 강의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수업을 애니메이션 대화문으로 대체하고 프린트로만 수업하여 수업자료가 부족했고, 특히 상호 피드백 부족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도 상황을 긍정하거나 만족하는 학생도 있었다.


현지친구들을 사귀고 폴란드 탈공산화 과정에 대한 강의를 듣기위해 어학연수를 결심했다는 이다민 씨는 “화상 수업의 질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상황은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기숙사 내에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토플 공부, 독서, 홈트레이닝, 영화보기, 휴식과 폴란드어 수업을 통한 현지의 학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코로나19 예방수칙 다국어번역본 제작에 참여했던 폴란드어과 이예은 씨 또한 “전공언어실력을 크게 늘이고자 폴란드유학을 계획했다. 지금 돌아가도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차라리 비슷한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전공 언어를 더 들으면서 수업을 듣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현지수업에 만족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min503@hankyung.com


"괜히 유학 갔나, 빨리 한국 오고 싶어"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들 귀국 후 격리돼도 한국행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