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턴일기 ⑥

마이리얼트립 대학생 인턴 2인 김민희·임준엽 씨

“스타트업은 대기업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창업을 해 보고 싶은 대학생’과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대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 바로 ‘스타트업 인턴’이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까지 해 볼 수 있는 스타트업 인턴십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턴의 하루일과를 통해 스타트업에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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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트립의 2019년 거래액은 36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대비 3배나 높은 수치다. 올해는 1월 한달만 52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 14곳 중 한 곳에도 선정했다. 매출성장세, 고용창출력, 투자유치액 등 평가기준을 가뿐히 넘은 성과다.

마이리얼트립은 일찌감치 여행업에 IT를 접목한 ‘여행 플랫폼’계의 선구자다. 마이리얼트립에는 숙박부터 항공까지 해외여행에 필요한 서비스가 모두 담겨있다. 이중 핵심 서비스는 가이드투어다. 해외 가이드와 현지 고객을 연결하는 것. 여행 경로나 방문지를 가이드가 직접 제안하고 고객 역시 이 안에서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변화가 빠른 여행업계에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인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게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의 신념이다. 이 대표는 올 초 <캠퍼스 잡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좋은 인재를 더 많이 영입하는 것”이라며 “사업을 하면서 ‘사람이 전부’라는 말이 더 깊게 와 닿는다”고 설명했다.


‘인턴’ 제도 역시 이동건 대표가 공들이는 시스템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수시로 대학생 인턴을 선발하고 다양한 부서에 배치해 실무를 맡긴다. 김민희(25·콘텐츠마케팅팀), 임준엽(25·신사업개발팀) 인턴 역시 대학생 신분으로 입사해 회사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곳곳에 이들의 아이디어와 작품이 녹아있다.


[스타트업 인턴일기] 마이리얼트립 2인 “스타트업은 대기업 입사 위한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 서울시 강남구 마이리얼트립 본사에서 김민희, 임준엽(왼쪽부터) 인턴 사원을 만났다.

김민희

1996년생

고려대 미디어학부 / 뇌인지과학 융합전공 15학번

고려대학교 중앙락밴드 크림슨 드러머 및 부회장

2020년 2월 17일 입사

마이리얼트립 검색지면 점유율 향상을 위한 주요채널(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키워드 확인,

블로그 콘텐츠 기획, 콘텐츠 영역 소싱 및 아이데이션 등 담당

임준엽

1996년생

고려대 경영학 15학번

미래 한국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 캠퍼스 CEO 창업경진대회 준우승

2019년 12월 30일 입사

신규 개발할 상품 또는 사업 관련된 마켓 리서치 및 타사 동향 파악,

런칭 상품(유심사업 등) 운영에 필요한 업무 지원



중소벤처기업부 2020년 ‘스타트업 인턴십’ 시범 운영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2020년부터 ‘스타트업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스타트업 인턴십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에 6주간 근무함으로써 이론중심의 창업교육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창업인식을 기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중기부는 인턴십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인턴십 확인서 및 활동비를 제공하고, 성과가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중기부장관상 및 창진원장상을 수여한다.



마이리얼트립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김민희 마이리얼트립 홈페이지에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계속 스타트업 인턴을 염두에 뒀다. 실무 역량을 키우고 싶어서였다. 특히 마이리얼트립은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더 입사하고 싶었다. 마침 콘텐츠마케팅 분야에 인턴 채용공고가 떠서 바로 지원했다.


임준엽 인턴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마찬가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지원했다. 대학에서의 공부만으로는 실무경험을 쌓기가 어렵다. 하지만 4년간의 학습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 꼭 실무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얻은 답이 스타트업이었다. 실무를 배우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그 뒤에는 대기업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에너지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채용절차가 궁금하다. 각 전형은 어떻게 준비했나

김민희 지원서는 자율형식이었고, ‘부서 지원동기’ 하나만 물었다. 이 곳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조리 적었다. 대학 어학당에서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많은 학생들과 인터뷰하고 기사를 쓰고 디자인한 내용을 넣었다. 면접 때는 직접 쓴 기사를 인쇄해서 가져갔다. 여행경력도 소개했다. 지난해 스웨덴에 6개월 있었고,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 등 15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물렀다. 특히 이때 마이리얼트립을 알게 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어필했다.


임준엽 신사업개발팀에 지원했지만, 이 부서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마이리얼트립 블로그에 들어가 업무소개 게시글을 참고했다. 블로그에는 ‘창업마인드가 있고 컨설팅적인 분석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적혀 있었고, 창업경진대회 수상경력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면접 전에는 업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 특히 신사업전략을 직접 짜서 만들어갔다. 면접 때, 그간의 대회나 공모전 출전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실무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리서치를 할 때 데이터를 어디에서 주로 수집하는지 등을 물어보셨다. 민희 님처럼 여행경력 이야기도 나왔다. 어릴 때부터 유럽, 북미, 동남아 등 20개국을 다니면서 여행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 법이나, 두려움을 떨치는 법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인턴일기] 마이리얼트립 2인 “스타트업은 대기업 입사 위한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현재 맡고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김민희 콘텐츠마케팅팀은 마이리얼트립이 어떤 기업이고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를 고객에게 풀어주는 콘텐츠 브랜딩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글은 주로 네이버의 마이리얼트립 블로그에 쓴다. 여행을 앞두고 있거나 여행 중인 사람들을 위한 정보를 많이 찾고 있다.


임준엽 회사 사업이나 서비스 확장에 대해 고민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진출 가능한 산업을 찾고 실제 출시한 신사업은 시장에서의 반응을 조사해 실적 개선 전략도 세우고 있다.

하루 업무일과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김민희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서 팀 내 메신저 채널에 오늘 할 일과 업무 우선순위를 공유한다. 보통 월요일에는 지난주에 기획하거나 생각했던 소재를 발전시킨다. 화, 수요일에는 이 기획을 직접 글로 만들어낸다. 콘텐츠에 들어갈 이미지나 디자인을 관련 팀에 발주하기도 한다. 목요일에는 콘텐츠를 마감하고 피드백까지 받고, 금요일에 최종적으로 글을 발행한다. 또 중간중간 다음 콘텐츠를 위한 정보도 찾아야 한다. 상품 구매 고객을 위한 광고 콘텐츠도 작성해 이메일로 발송한다. 중지되거나 수정이 필요한 상품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오후 12시부터 1시는 점심시간이다. 강남 주변 식당 물가가 비싸지만 식대를 지원받아 부담은 없다. 이후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한다. 퇴근 후에는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매주 한 번씩은 신촌역에서 밴드 공연도 한다.


임준엽 오전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조식을 회사에서 해결하다. 샌드위치와 주먹밥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그런 뒤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을 확인한다. 오전에는 업계의 새로운 소식이나 시장 동향을 파악한다. 그 후 팀 미팅을 통해 지난 업무를 공유한 뒤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한다. 신사업개발팀이다 보니 식사 시간에도 평상시에 보고 느낀 것들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뭘 써봤는데 좋더라’처럼 말이다. 오후에는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보고 팀원이 함께 검토한다. 진행 중인 사업의 경우, 팀원들과 계속 반응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을 점검한다. 신사업 구상도 직접 한다. 평소에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했을 때 불편했거나 만족했던 점을 많이 공유한다. 신사업 외에 현재 운영 중인 페이지나 CS방식을 개선하는 방향도 고민한다.


[스타트업 인턴일기] 마이리얼트립 2인 “스타트업은 대기업 입사 위한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실제 반영된 아이디어도 있나

임준엽 유심 사업이 종류도 많고 설정방법도 복잡해서 소비자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발견하고, 좀 더 간단하면서도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페이지 레이아웃을 간략화했고 민희 님이 속한 콘텐츠 팀에서 이 내용을 블로그에 포스팅해 홍보해주고 있다. 이렇게 내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에 반영돼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저녁 6시 30분 퇴근 후에는 취미로 요리도 한다.

인턴으로서 업무 노하우가 있다면

김민희 다른 사람들의 일처리 방식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질문도 많이 한다. 팀원 간 소통 과정에서 메시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주고 받는 법도 많이 고민하고 메모도 즐겨 한다.


임준엽 과제가 주어지면, 여기에 내 의견을 추가해서 단순 정보제공이 아닌 조금 더 제안서에 가까운 형태로 만든다. 그랬을 때 과제에 주인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 팀원들의 반응도 좋다.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김민희 입사 초반에 여러 개의 기획안을 야심차게 가져갔는데 모두 거절당한 적이 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나 개인이 아닌 ‘마이리얼트립’이 전달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피드백 덕분에 요즘은 방향을 잡는 게 많이 수월해졌다.


임준엽 신사업 관련 아이템이 고갈됐을 때 가장 힘들다. 매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재미도 있지만 사실 가장 어렵기도 하다.


[스타트업 인턴일기] 마이리얼트립 2인 “스타트업은 대기업 입사 위한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스타트업 인턴 경험이 앞으로 어떻게 도움될 것 같나

김민희 마케터로서 팀원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기획을 좀 더 깊이있게 배웠다. 무엇보다 먼저 앞서 간 선배들에게 살아있는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임준엽 나는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고 입사 전 실제 창업경험도 있다. 스타트업은 워낙 변화가 빠른 조직이다 보니 짧은 인턴 기간 가까이에서 회사가 움직이는 방식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창업을 한다면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조직 체계를 잡아가는 게 수월할 것 같다.

스타트업 인턴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김민희 스타트업의 업무 영역이나 깊이는 확실히 다르다. 현재 입사 3주차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인턴 대표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 역시 그만큼 내게 주어진 일이 깊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인턴을 지원한다면 이처럼 깊이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를 보기를 추천한다.


임준엽 모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은 인턴에게도 큰 자율성과 그만큼의 책임을 부여한다. 평범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결코 맞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자기 일은 자기가 찾아서 해야 한다. 그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많은 일을 주도할 수 있다.

“객관적 경험을 적어준 덕에 업무역량 파악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 마이리얼트립 HR팀 매니저가 말하는

김민희·임준엽 인턴 합격의 비밀


[스타트업 인턴일기] 마이리얼트립 2인 “스타트업은 대기업 입사 위한 전 단계? 인턴 후 180도 바뀌었어요”



두 인턴을 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턴임에도 이력서의 내용이 알찼다. 회사와 직무가 보고자 하는 역량을 잘 보여줬다. 예를 들어 준엽 님은 캠퍼스 창업경진대회나 정부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경력을 통해 창업이나 스타트업에 열정이 있고 특히 신사업에 잘 맞겠다고 평가했다. 민희 님도 자소서를 매우 훌륭하게 작성했다. 전공이 미디어학부인 만큼 교내 홍보팀 경력이 있었고 특히 직무동기를 열정적으로 적어줬다. 어떤 직무를 맡으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잘 썼다.

마이리얼트립의 채용절차가 궁금하다

서류전형 후 팀장 및 매니저의 실무면접이 있다. 이때 회사 핵심가치 5개에 기반해서 똑같이 평가한다. 인턴은 문제해결력과 잠재력을 많이 본다. 보여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보여달라는 의미에서 이력서를 자유형식으로 정했다.

마이리얼트립의 현재 직원은 몇 명인가

상시 근로자는 150여명이다.

급여가 궁금하다

IT기업 정직원 급여 평균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인턴은 매월 5만원 상당의 도서구입비와 마이리얼트립 쿠폰 월 5만원 권이 제공된다. 올해부터는 점심 식대도 있다. 대표와의 인턴즈 ‘커피챗’도 있다. 매월 한 번씩 함께 대화하며 서로의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인턴들에게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여태까지 회사발전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많이 설명해준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