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한국외대, 융합산업대학 신설 논란···학생들 '반대 서명운동'VS학교 측 "아직 논의 중"

△한국외대 전경.(사진 제공=한국외대)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한국외대가 4일 글로벌 캠퍼스 특성화 및 차별화 정책의 일환으로 융합산업대학(가칭, 이하 융산대)을 신설하겠다는 학칙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 측의 공지에 반대 서명운동을 통해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유는 하루 만에 개정된 학칙, 중복학과에 대한 커리큘럼 및 상세 계획 미비에 대한 불만이 주원인이었다.

학칙 개정안 속 융산대는 기존에 운영되던 학과를 이동하거나 분리해 2021학년에 단과대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에 “신설된 융합전공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데 또 단과대를 신설한다니 말이 안 된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영어통번역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24)씨는 “기존 학부를 개편한다면 기존 학과의 커리큘럼과 학과 존속이 보장될지 의문”이라며 “융산대 내 커리큘럼이 중요할 것 같다. 겉핥기 식 커리큘럼이라면 피해 보는 것은 학생들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이슈] 한국외대, 융합산업대학 신설 논란···학생들 '반대 서명운동'VS학교 측 "아직 논의 중"

△한국외대 홈페이지 내 학칙 개정 공지사항 캡처.

하루아침에 학칙 개정 통보받은 학부생들, “우리 과가 없어진대요”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지식콘텐츠학부에 재학 중인 김 모(23)씨는 “지식콘텐츠 학부는 신생학부였으며 현재 졸업생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융산대로 나눠 편성되며 기존 학과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과 정원이 16명인 소수학과의 인원을 차출하고 나면 기존 학부는 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캠퍼스 영어대학 김 모(25)씨는 “영어대학은 2014년도 학부 통합부터 2015년도 학과 분리, 이후 최근의 학과명 교체 등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학과 개편이 많았다. 융산대에 대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와 소통 불능으로 인한 불신에서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이슈] 한국외대, 융합산업대학 신설 논란···학생들 '반대 서명운동'VS학교 측 "아직 논의 중"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제41대 총학생회 The본 제작 입장문.

(사진 제공=The본 페이스북)

한국외대 글로벌 캠퍼스 총학생회 “융산대는 학생들 무시한 처사”

한국외대 제41대 총학생회 The본과 융산대 개정안에 포함된 학과들은 4일 공동 성명문을 냈다. 총학생회장단과 각 학과 대표자들은 이전에 기획조정처장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그들은 “절차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학교 측의 답변만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 측은 “융산대 신설은 전임교원 이탈로 수업의 질 하락, 졸업 및 취업 시 학과의 지위에 대한 불안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학교 측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및 각 학과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된 융합산업대학안에는 정당성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외대 측 “중복학과 없애기 아니다, 새로운 학과일 뿐”

한국외대 전략기획부 측에서는 “융산대는 글로벌캠퍼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특성화 사업의 일부”라며 “학기 중 새로운 학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학과에서 인원을 차출해오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그래서 지금은 기존 학과의 정원 조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우려하던 기존 학과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 학과는 유지하며 21년부터 신입생 1학년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해당 학칙 개정안에 대해서 이달 11일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전략기획부는 해당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서 “학생들과도 학칙 관련한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 반영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확답을 드리기 힘들다”고 답했다.

해당 학칙 개정안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대학평의원회 심의, 교무위원회 심의, 이사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방침이다. 전략기획부는 “현재 올라온 학칙 개정안은 가안이며 최종 심의 전까지는 계속해서 수정안과 내부 회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와 각 학생회는 8일 교무위원회, 전체교수협의회 회의를 맞아 8시 30분부터 10시 10분까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융산대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subinn@hankyung.com